일본 야구의 꽃 '고시엔'에서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최초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23일 교토국제고는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제106회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 참가했다.
상대는 간토다이이치고등학교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한 팀이었다.
두 팀은 정규 이닝 9회까지 0-0을 기록하며 치열한 접점 끝에 연장 승부치기에서 교토국제고가 극적으로 2-1 점수를 만들며 승리를 거뒀다.
사진=교토국제고 인스타그램
이날 교토국제고는 선발 나카자키 루이가 9이닝 내내 104구를 던지며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다만 이어진 연장에서는 니시무라 이키가 대타로 나서면서 10회 말 무사 만루 상황까지 가는 위기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니시무라는 상대의 번트 타구에 실책을 저지르며 무사 만루 상황에 1점을 내줬다. 이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더니 볼넷을 내주면서 다시 한번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니시무라는 곧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고 1루 땅볼 때 3루 주자 아웃, 마지막 타자까지 침착하게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결국 교토국제고의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도열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일제히 한국어 교가를 부르며 서로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꿈의 고시엔'이라는 명칭에 걸맞을 정도로 치열한 명승부였다.
야구부 주장 "한국어 교가 비판받아도 어쩔 수 없어"
사진=교토국제고 인스타그램
이에 일본 현지에서 경기를 본 재일교포들도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한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경기 보는데 눈물이 났다", "한국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없었는데 교토국제고 때문에 처음으로 고시엔 경기를 봤다" 등 재일교포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시작한 교토국제고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산하 교토한국학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교가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학교)"라는 한국어 가사를 넣어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해당 교가를 고시엔 무대에서 당당하게 부르며 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해당 교가는 NHK 생중계를 통해 일본 전역에 퍼졌다.
심지어 일본 미디어는 교토국제고 야구부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에게 한국어 교가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에 하루키는 "세상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비판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야구를 위해서 이 학교에 들어간 것"이라고 답변했다.
교토국제고는 최근 야구부 전력을 강화시키며 지난 2021년 봄 고시엔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여름 고시엔에 진출하면서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 냈으며 올해는 마침내 우승을 거머쥐며 당당한 야구계 명문고교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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