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가 대세로 흘러가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이 적은 편이며, 나중에는 내연기관차 대비 70%가량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이 적어지는 만큼 생산 공정이 그만큼 간략화되며, 그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그런 와중에 전기차 일자리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현지에서 판매할 전기차는 현지 공장에서 만들 것임을 밝혔고, GM과 르노는 국내 공장에 전기차 일감을 배분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강성노조가 꼽힌다.
현지 전기차 판매 물량은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현재 전기차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현지에서 판매할 자동차는 현지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한다. 우선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으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일부가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된다.
현대차는 이를 시작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 공급 체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의 전기차 일감은
국내에 배정되고 있지 않다
현대차 전기차 생산 물량이 해외로 일부 빠져나간 반면, 해외 기업의 전기차 일감은 국내에 배정되고 있지 않다. GM의 2인자인 스티브 키퍼 사장의 방한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한국GM에 새로운 전기차 물량을 배정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으나, 지난 12일, 한국 내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면서 모든 차종은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본사가 생산 물량을 배정하면 2~3년 동안 관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이후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적어도 2~3년 내 한국GM 공장에서 전기차가 생산될 가능성은 없다.
르노도 르노삼성에 전기차 생산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다.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XM3 하이브리드가 국내에 배정되고 수출이 흥행한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외국 기업들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계획이 없어 2030년까지 생산은 불가능하다며 10년 뒤 2030년까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생산할 수 있는 누적 대수는 300만 대 이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전환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반면 생산 능력이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필요 인력이 줄어드는데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 노동시장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필요 부품 수가 적고, 고도화된 자동화를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필요 인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GM, 폭스바겐 등 많은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을 발표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고용시장은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노조들은 고용 유지는 물론 처우 개선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5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8조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노조가 고용 유지 불안감을 이유로 반발하기도 했다.
경영까지 간섭하는
현대차 노조
경영에 관한 것은 경영진들의 고유 권한인데, 현대차 노조는 월권을 행사해 경영까지 간섭하려고 한다. 물론 경영과 관련해 부당한 내용이 있다면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부당한 내용은 없어 보이는 데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항의하고 있다.
2015년 임단협 당시 현대차 노조는 국내, 해외 자동차의 생산량을 노사 간 합의하자는 조건을 넣었다. 원래는 국내 생산량에 대해서만 협의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해외 공장까지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는 곧 노조의 지나친 월권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근로조건을 넘어 경영까지 개입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해외 생산 문제는 경영자의 권한이며, 협의를 해도 해외 노동자와 하는 것이지 국내 노조가 여기에 개입할 이유는 없다.
올해는 노조가 사 측에 미래차 핵심 부품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사업을 모두 국내에서 연구, 생산할 것을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글로벌 강국의 자국 중심주의 확산으로 해외 공장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대차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구일 뿐 아니라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먼저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LG화학 혹은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전문 업체로부터 납품받고 있다. 노조는 글로벌 기업으로 경쟁력을 키워 나가려면 배터리는 물론 반도체, 전장부품 등을 직접 생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사 측은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다. 수익성과 생산 원가가 외부 조달보다 낫다는 근거가 있으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이 점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터리 개발 및 생산설비 설치하는 데만 조 단위의 비용이 드는데, 대기업 중에서도 상위권인 현대차라도 조 단위 비용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 배터리 전문 업체들의 반발로 등으로 생산 차질과 품질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 인력 확보도 문제다.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 핵심 부품 국내 생산도 노조는 신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회사 측은 아직 개발부터 양산까지 10년 이상 남았는데, 이를 국내 공장 생산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답했다.
여기에 정년 연장과 미국 투자 철회, 해고자 복직 요구와 이사회 개최 일정, 사업 계획과 개발 계획, 고정 자산 변경, 국내외 투자 등에 대한 사항을 노조에 사전 통보할 것도 요구 사항에 담았다. 사실상 모든 경영 사항을 노조와 협의하거나 사전 고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이러한 행동은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국내 공장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오히려 해외 공장 이전을 더욱 촉진시키는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노조의 문제점으로
생산 비용이 높은 편
이와 같은 노조의 문제점으로 인해 국내 공장은 생산 비용이 높은 편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국GM, 르노삼성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높은 생산 문제로 인해 GM과 르노가 전기차 생산물량을 배정하고 있지 않으며, 국내 철수 경고까지 한 적도 있었다.
생산 비용이 높은 대신 효율이라도 높으면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한국GM은 한때 미국에서는 14시간이면 만들지만 군산공장은 59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공장이 14.7시간, 체코 공장이 15.3시간, 러시아 공장이 16.2시간, 중국 공장 17.7시간, 브라질 공장이 20시간인 반면 한국 공장은 26.8시간이다. 거기다가 높은 임금까지 더하면 효율성은 크게 낮아진다.
높은 생산 비용은
차값에 반영된다
경쟁력 악화 우려
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는 집단이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높아지면 차값에 반영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가격에 차를 살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노조만 아니면 자동차 가격이 지금보다 수백만 원 이상 낮아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생산 물량을 해외로 일부 이전하려는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타 브랜드 전기차 가격은 점점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현대차의 전기차 가격은 생산 비용 문제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로 더 낮아지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생산 물량이 빠져나가면
부품사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생산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 협력 부품사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GM 사례를 보면 올해 파업으로 일시적으로 생산 중단이 되었을 뿐이었는데, 협력 부품사들은 한국GM 공장에 부품 납품을 하지 못해 살려달라며 플래카드를 걸고 호소하기도 했었다.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되었을 뿐인데도 이 정도였는데, 아예 생산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뻔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생산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영세한 국내 부품사들도 ‘규모의 경제’ 덕을 보면서 생존해왔는데, 전기차를 시작으로 완성차 생산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투자 여력이 없는 부품사들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탄탄한 자동차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전기차 생산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
노조가 변화해야 한다
강성 노조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어 현대차는 효율화를 위해 공장을 아예 해외로 이전하고, GM과 르노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노조 제 발등을 찍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단 일자리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일자리가 없으면 노조의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서는 노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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