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족난이 지금까지 계속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크게 타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로 위축된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자 반도체 부족난으로 인한 생산 지연이 더 심해지고 있다.
요즘 국산차도 계약 후 인도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인기가 많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계약 후 거의 1년 가까이 대기해야 된다고 한다. 그 외 투싼과 스포티지, K8 하이브리드도 계약 후 최소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그 외 르쌍쉐도 현대차그룹 대비 생산량이 많지 않을 뿐이지 반도체 부족난의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부족난은 어쩌다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2020년 말 트럼프 정부의
SMIC 제재로 발생
사실 단기간 반도체 부족난은 흔하게 있었다. 신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판매 대란이 발생하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신제품이 출시된 초기에만 그렇고, 길어도 3개월 정도만 지나면 정상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례없는 장기간 반도체 부족난이 진행 중이다. 언제부터 부족난이 발생했는지는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를 제제하기 시작한 2020년 말로 보고 있다.
SMIC는 반도체 자력갱생을 위해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받아 급격히 성장한 기업이다. 하지만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비교하면 기술 수준은 뒤떨어진 편이여서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지 않고, 대량생산이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등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 SMIC를 제재하자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이 끊겨버렸고, 타 반도체 기업들이 해당 물량을 대신 생산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다른 분야의 반도체 공급은 물론 수주한 물량까지 부족해지는 연쇄효과가 발생하면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도 생산량을 선뜻 늘리기 어려운데,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나빠지면서 인력을 줄이고 설비 확충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자제품 업계는 유례없는 초호황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반도체 부족난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으며, 그 외 자동차 등 다른 업계도 영향을 맞아 심하면 3차 산업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게 되었다.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면서
미국 업체도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정부가 SMIC를 제재한 이유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지 않으면 조만간 중국이 반도체 수급을 좌우하면서 미국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작년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은 대만의 22%와 한국의 21%에 이어 15%로 3위에 올랐으며, 미국의 12%를 추월했다. 또한 2030년 생산량이 24%까지 늘어나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반도체 제재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어 놓으면서 되려 미국 업체도 타격을 받는 자충수가 되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도 SMIC는 최대 수혜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대중 외교정책에 강경한 편
트럼프 정부 이후 들어선 바이든 정부도 대중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입장이다. 미중 패권 경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만을 지지하고 양안간 전쟁 시 대만에 협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를 석방하고 충돌을 줄여나가는 등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협력은 없는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코로나 확산으로 생산량 감소
올해 9월에는 코로나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동남아의 공장을 덮치면서 반도체 칩 조립 라인이 멈췄다. 중국의 반도체 물량을 동남아시아 지역의 공장이 어느 정도 대체함으로써 점차 완화될 조짐을 보였는데, 이로 인해 부족난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라인을 중단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내년 말까지 4천50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 TSMC는 올해 생산량은 작년보다 60% 늘렸으며, 글로벌파운드리스도 뉴욕 인근 공장에 제조 장비를 증설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이
천만 대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오토포리캐스트 솔루션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난으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총 생산량이 천만 대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난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산 계획을 점점 줄이고 있어 올해까지 백만 대 이상 생산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분기 포드는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으며,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356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GM도 생산량 감소로 3분기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으로 줄었고, 글로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267억 8,000달러를 기록했다.
국산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9% 감소한 76만 대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5.8%, 기아는 6.5%, 한국GM은 50% 이상, 쌍용차는 21.7% 감소했고, 르노삼성자동차만 7.0%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총 실적을 416만 대에서 400만 대로 조정했으며, 남은 4분기 동안 109만 대를 생산하기 위해 특근 카드를 꺼냈지만 반도체 부족난이 언제 해결될 지도 미지수고 공장 대표부가 협조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올해 400만 대 달성도 힘든 상황이다.
국산차 계약 후
수개월 대기는 기본
국산차는 보통 계약 후 정말 길어야 2개월 정도면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는데, 반도체 부족난과 더불어 수요 증가로 인해 생산이 지연되면서 대기 기간이 크게 길어졌다.
특히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들은 계약 후 거의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며, 3.5 가솔린을 제외한 K8, 스포티지, 투싼, 싼타페 하이브리드, 카니발, GV80 등도 기본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 외 아반떼나 베뉴, 코나, 셀토스도 4~5개월가량 걸린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의 웬만한 메인 모델들은 사실상 수개월 대기해야 된다고 보면 된다. 르쌍쉐는 현대차그룹 대비 계약량이 적어서 길어도 2개월 정도면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소비자 대응 미흡
주문 취소 시 3개월 페널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와중에 제조사의 소비자 대응 미흡이 문제가 되고 있다. 8월에 차를 계약한 한 소비자는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한 것이 벌써 2개월이 넘었으며, 요즘에는 머저 연락하지 않으면 출고가 연기되었는지 통지도 없다고 한다.
해당 소비자는 반도체 부족난으로 출고가 늦어지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차를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에게 '아니면 말고'식의 대응을 하고 있어 이렇게까지 해서 차를 사야 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출고 지연이 수개월씩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영업 일선에서도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일부 소비자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문 취소 시 3개월 페널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 차를 계약한 뒤 출고 전 소비자 귀책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동일 제조사에서 2~3개월간 계약을 받지 않는 것이 업계 관례였다.
이는 무분별한 경쟁을 막고, 블랙컨슈머의 무책임한 주문 및 취소로 발생하는 악성 재고를 차단하자는 취지였고, 그동안에는 소비자들도 이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지만 생산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소비자는 제조사에서 생산 지연이 계속되어서 계약을 취소하려는 건데 왜 자신이 불이익을 받아야 되냐며 불공정 계약이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딜러는 계약 취소분을 빨리 찾아서 연결해 주거나 생산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하는 등 최대한 불편함 없도록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현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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