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포기한 후 1년 넘게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결과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아직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이제 1차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향후 쌍용차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매각 가격과 조건 등을 정한 후 최종적으로 계약을 맺어야 인수가 확정된다.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쌍용차 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쳐왔으며,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후 쌍용차가 나아갈 방향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쌍용차에게 임직원이 변화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전기버스 생산하는
에디슨모터스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차, 우진산전과 함께 국내에서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에디슨모터스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는데, 1998년 신소재 전문 및 방산업체인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에서 시작했다.
차량사업부는 1998년에 신설되었지만 당시에는 철도 차량 및 관련 제품만 담당했으며, 버스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105억 원을 출자해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에 한국형 저상버스사업을 맡겼다. 3년간 개발을 진행해 2008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1년이 지난 2009년, 여러 부분을 보완해 프리머스라는 이름으로 양산형이 출시되었다. 한국화이바가 신소재 기업인 만큼 차량 외부에 유리섬유 복합소재를 적용했는데, 가볍고 강성이 높지만 대신 사고가 발생하면 깨지기 때문에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첫 번째 양산차다 보니 잔고장이 상당히 많았다.
2010년에는 전기버스 모델인 e-프리머스가 출시되어 남산순환노선에 투입되었는데, 세계 최초 전기버스 상용 사례로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현대차보다 8년이나 앞서 상용화시킨 것이다. 나름대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성과도 냈다. 프리머스는 이후 화이버드로 페이스리프트 된다.
다만 당시 현대차와 대우차가 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다 가격이 비싼 저상버스 단일 모델만 보유하고 있었다 보니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렸으며, 결국 한국화이바는 차량사업부를 철도사업부와 버스사업부로 분할한 다음 버스사업부를 독립 법인화시켜 중국 타이치모터스에 매각했다. 매각된 이후에 TGM이라는 상호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타이치모터스에서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2년도 안 돼 한국 기업인 에너지솔루션즈(당시 EES)에 매각하고 에디슨모터스로 회사명을 변경한다. 이때부터 전국에 본격적으로 전기버스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성장하자 스마트 110H과 스마트 8.7, 9.3도 출시하고 1톤 트럭인 스마트 T 1.0도 출시했다. 이후 화이버드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스마트 110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참고로 스마트 110과 110H는 천연가스엔진을 장착한 모델도 판매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협약 / 뉴스원
전기버스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 승용차 시장 진출할 것
전기버스를 생산하던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가 매물로 나오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으며, 쌍용차를 인수 후 전기버스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 승용차 시장에 진출할 것을 밝혔다. 물론 단기간에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우선 기존 내연기관차를 판매하면서 단계적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장기적으로 전기차로 모두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주력 차종으로는 전기 SUV와 체어맨급 중대형 전기 세단을 꼽았으며, 전기버스도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군산에 에디슨모터스 공장을 새로 준공했다.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대표 / 뉴스토마토
우선협상대상자로
에디슨모터스 선정
지난 20일,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 한영회계법인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키스톤 PE, KCGI, 세미시스코, TG투자가 참여)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법원에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법원이 허가하면 이달 중 에디슨모터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다음 달 정밀심사와 본 계약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에디슨모터스는 이엘비앤티와 경합을 벌였다. 이엘비앤티가 인수금액을 5천억 원대를' 써낸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인수금액을 2천억 원대로 써 냈다가 자금 증빙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3천억 원대까지 높였다. 인수금액은 이엘비앤티가 높게 써 냈지만 쌍용차는 "초기 인수자금뿐만 아니라 인수 이후 쌍용차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라면서 에디슨모터스를 선정했다.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준공식 방문한 강영권 대표 / 조선일보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구조조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쌍용차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20만 대 후반 정도지만 현재 연간 생산대수는 10만 대 내외다. 거기다가 적자도 심각한 만큼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강영권 대표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확신하는 만큼 구조조정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직원이 더 필요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둘러보는 강영권 대표 / 뉴스토마토
또한 "이른 시일 내에 한번 충전으로 45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을 잇달아 생산해 쌍용차의 연 생산 능력을 30만 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라며 "2~3교대가 필요한 만큼 구조조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기차 생산량을 초기 5만 대에서 이후 15만 대까지 확대해 나가면 쌍용차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쌍용차를 우리나라 미래차·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교두보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쌍용차 노조는 피해자"라며 "직원 복지, 연봉 향상을 비롯해 평택시 소상공인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대표 / 한국경제
임직원이 변하는 모습 없다면
인수 포기할 생각 있다
강영권 대표는 쌍용차에 임직원의 변화를 요구했다. "인수 이전 쌍용차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협조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라며 "쌍용차 임직원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간에 인수를 포기할 생각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그는 "이 상태라면 아무리 큰 대기업이 인수를 한다고 해도 희망이 없다"라며 "임직원이 도와주면 1년 이내 흑자에도 도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대표 / 한국일보
리스크는 크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강영권 대표도 쌍용차 인수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다. 그는 "모든 걸 다 잃을 수도 있는 '불덩어리'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만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리스크가 상당히 크지만 강 대표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며, 쌍용차 정상화를 통해 향후 폭스바겐이나 토요타, 테슬라를 넘어서는 회사로 만들 자신이 있다며 꾸준히 자신감을 밝혔다.
대기업도 포기한
쌍용차다
강영권 대표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디슨모터스가 정말로 쌍용차를 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그룹이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로 내놓았고,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한 SM그룹도 여러 가지 분석 끝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인수를 포기했다.
대기업도 결국 쌍용차를 포기했는데, 아직 중소기업 규모에 불과한 에디슨모터스가 감당하기엔 상당히 어렵다. 우선 쌍용차의 부채는 공익채권 등을 포함해 7천억에 달하며, 향후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선 추가로 2~3년간 1조 5천억 원가량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에디슨모터스 군산공장 둘러보는 강영권 대표 / 조선일보
한편 에디슨모터스는 작년 매출 879억 원, 영억이익 28억 원을 기록했다. 향후 유상증자와 담보대출 등으로 1조 5천억 원까지 충당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쌍용차 회생에 실패하면 그 영향이 에디슨모터스에게 미치게 된다.
즉 쌍용차를 살려보겠다고 뛰어들다가 쌍용차는 물론 에디슨모터스도 함께 파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회생 가능성에 의문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현 쌍용차 상황을 보았을 때 강 대표가 자신하는 1년 내 흑자 도전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현재 쌍용차가 판매 중인 차량을 보면 렉스턴 스포츠를 제외하고 경쟁 모델 대비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없는 상태다. 거기다가 쌍용차가 처음 개발한 전기차 코란도 e 모션도 벌써부터 혹평 받고 있다.
게다가 부채가 없어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쌍용차에게는 무려 7천억 원의 부채가 있다. 그 와중에 쌍용차는 포기하지 않고 신차 개발은 계속하고 있지만 신차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J100도 대략 2~3년 후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향후 전기차까지 판매하려면 적어도 5년 정도는 잡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회생하더라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어 에디슨모터스에도 좋은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기로 확정한 단계는 아니며, 쌍용차를 인수 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쌍용차가 회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지켜봐야 되겠다. 모두가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극적인 상황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인수하고 이후 행보까지는 지켜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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