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룬 챕터2에서 이상할 정도로 '범죄', '범죄자' 이런 단어가 신경쓰임. 이 '범죄' 키워드를 처음에는 개그로 치부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단순 개그 같지 않고 뭔가 중요한 복선 같음.

언더테일을 잠시 보자. 노멀 루트를 탔다면(즉 최소 1킬을 했다면) 언다인이 싸우기 전에 '양심 없는 범죄자'라고 부름. 일반적인 RPG에서 잡몹이든 보스든 쓰러뜨렸다고 범죄자 소리를 듣기는 커녕 경험치와 골드를 주고, 오히려 게임 안팎에서 영웅처럼 대접함. 그런 점에서 괴물 좀 죽였다고 범죄자 소리를 듣는 언더테일은 일반적인 RPG와는 대단히 이질적임.
근데 현실에서는 어떨까? 사실 현실에서 고의는 물론 과실로라도 1명이라도 죽이면 철창행임. 그나마 과실은 정말 억까라면 집행유예 또는 벌금 정도로 갈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전과자가 되어 인생 난이도가 매우 어려워짐. 그런데 현실이라고 사람 죽이면 무조건 범죄자냐고? 아니지.
바로 전쟁터. 이곳은 일반적인 RPG처럼 사람(적)을 죽일수록 경험을 쌓게 되고, 아군의 승리 확률이 올라가고,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게됨. 그런데 현대 사회는 전쟁터의 군인이라 해도 아무나 살인해도 용납되지는 않음. 오로지 '무장 상태의 적병'이여야만 살인이 용인이 되는거임. 과거 야만적인 전쟁에서는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항복한 비무장 포로도 죽이고 민간인도 죽이고 그런일이 묵인되고 암암리에 허용되거나 지휘관부터 그러고 다니거나 그랬음. 현대 사회에서 저런 짓을 했다가는 전쟁범죄로 끝장남.
언더테일은 이러한 '현대의 전쟁범죄가 규정된 전시' 정도의 모습을 보임. 전쟁이 일어났지만 괴물들은 항복했고, 대신 지하에 봉인되는 걸로 마무리됨. 따라서 주인공의 살인행각은 전투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살인이 되어 버린거임.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인공 입장에서는 꼽기도 함. 괴물 딴에는 대화라고 했다는게 주인공 자신은 죽을 수도 있는데? 게다가 언다인은 '괴물의 평화'를 명목으로 괴물들이 죽는건 용납 못하면서 주인공의 사망은 당연시 하고 실제로 죽이려 듦.
괴물들을 위해 변명하자면 인간은 괴물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고, 죽더라도 영혼을 취해 보관될 수 있지만 괴물은 죽으면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지니까. 그리고 괴물에 있어 인간은 무서운 존재니 어쩔 수 없었을 거임.
이런 형편을 놓고 보면 몰살 또한 훨씬 '전쟁물'이 아닌 '학살물'로서 주인공의 범죄 행각을 적나라하게 묘사함. 몰살에서는 '범죄' 키워드가 직접 나오지는 않아도 주인공은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다님. 폭행과 살인은 물론이고, 상점에서 절도를 할수도 있고, 거슨이나 키드, 버거팬츠 상대로 협박도 가능함. '성(섹스)' 관련 빼고 강력범죄는 다 나옴.

델타룬 챕터 1에서는 '언더테일 관점에서 범죄'를 크리스로 할 수 있는 거라곤 기껏해야 폭력 정도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용서받을 수 있음. 나머지는 수지가 분필을 훔치거나 수지한테 학교폭력 당한다거나 하는 정도 피해자가 되는 거임.
챕터 2부터는 뜬금없이 '범죄자'라는 단어가 반복됨. 비품실 어둠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노엘이 나타났을 때 '범죄'라고 둘러댄다거나 스팸톤이 마이크를 언급할 때 '범죄자'라고 하는 것부터 부러진검 구입할 때도 플레이버 텍스트에 '범죄자' 문구가 박혀있음. 스팸톤은 우리한테 사기를 치려 들고, 히든 루트에서는 직접 언더테일 몰살, 또는 그 이상의 범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음. 게다가 범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경찰 언다인.(언다인을 부르는 챕터3 떡밥도 던지고) 나아가 무덤 주인 중 한 명인 '머틀러-개 강도단이 된 스노우딘 개들의 두목으로 추정'도 엮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