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문화유산 리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독립문’의 실체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1 08:36:25
조회 2167 추천 8 댓글 4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독립문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고 말이다. 열이면 열 모두 독립운동이나 대한독립 만세와 같은 걸 말한다. 백퍼센트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립문이 처음 세워질 당시로 보자면 틀린 말이다. 독립문은 일본으로부터의 자주 독립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무실이 경복궁역에 있는 관계로 출퇴근길에 금화터널로 연결되는 현저고가차도 위를 달리는 버스에서 항상 독립문을 바라보며 지나친다. 독립문은 역사책에서만 본 사진으로 기억 속에 있었지만 고가차도 위에서 본 독립문은 볼수록 신기하다. 왜 파리 개선문처럼 만들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왜 저 자리에 독립문을 세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저고가차도 위에서 바라본 독립문


 

그러다 우연찮게 독립문역에 내릴 일이 있어 독립문을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5번 출구로 나가면 서대문형무소 방향이고 4번 출구로 나가면 독립문 방향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아이들과 한번 가봤던 곳이기에 패스하고 독립문 방향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4번 출구 나오자마자 오른편에 3.1 독립선언 기념탑이 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독립관이라는 한옥건물이 하나 있다. 유관순 동상이 보이고 서재필 동상 그 뒤쪽으로 독립문이 우뚝 서있다. 서대문형무소에서부터 3.1 독립선언 기념탑, 유관순, 서재필 동상 등이 잇따라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필시 독립문 역시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나와서 바라본 독립문. 뒤에 있는 게 현저고가차도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독립문 건립을 추진하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독립문이 세워진 건 조선말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1896년에서 1898년 무렵이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외세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 건축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립문은 청나라의 간섭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니 독립문의 독립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이 아닌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양식은 유럽식 개선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개선문처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문이 아닌 기념비적인 의미로 만들었다. 독립문이 원래 있던 자리는 중국에서 오는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세웠던 영은문(迎恩門)이 있던 곳이다. 영은문은 중국 사신들이 묵었던 숙소 모화관의 정문으로 1536년에 만들어졌다. 청나라가 망하고 유럽 열강들에 의해 반식민지화되면서 대한제국도 청의 지배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에서 영은문을 헐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운 것이다.


 


영은문의 주춧돌이 앞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독립문 앞에는 아직도 영은문의 주춧돌이었던 두 돌기둥이 오벨리스크처럼 우뚝 서있다. 그걸 서울 영은문 주초라고 부른다. 웃긴 건 청나라와의 단절도 스스로 결정한 게 아니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하고 두 나라 간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여기서 청이 조선의 완전 무결한 자주 독립국임을 확인하고 이를 훼손하는 일체의 것, 조선이 청에 납부했던 공헌, 전례 등을 모두 폐지한다는 조항이 큰 역할을 했다.  

 

독립문의 디자인은 서재필이 개선문을 본떠 스케치했고 독일 공사관 출신 스위스인이 설계를 했으며 독립신문과 독립협회가 모금운동을 벌여 얻은 성금과 조선 왕실의 기금을 지원받아 건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96년 조선의 지원금 4400원을 받아 서재필, 박영효 등에 의해 친정부 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되었고 독립문 건립추진위원회도 함께 만들어지는데, 이 위원회가 훗날 독립협회가 된다. 독립협회가 독립문을 만든 게 아니고 독립문을 만들기 위해 독립협회가 생겨난 것이다.


 


앞에는 한자로, 뒤에는 한글로 독립문 글자가 새겨져 있다.


 

더 웃긴 건 이 독립협회에 매국노 이완용이 들어있는 것이다. 독립협회 회장에는 안경수, 위원장은 이완용, 서재필은 고문이었다. 친정부 어용단체였던 독립신문, 독립협회가 주관이 되고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지원을 받아 1897 11월 완공된 독립문은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문이 되었고 한글과 한문으로 적힌 현판 아래에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문과 태극기가 함께 새겨졌다. 이 독립문 현판 편액에 적힌 독립문이라는 세 글자는 이완용이 썼다는 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 이완용이 남긴 한문 서예 자료는 지금까지 후세에 전해지고 있을 만큼 명필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독립문이 순수 석조 건축물인 것 같지만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는 점이다. 1917년에 수리공사를 하고, 1928년 기초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당시 조선총독부가 공사비 4000원을 들여 벽체 안쪽을 철근 콘크리트로 보강했다는 것이다. 석굴암처럼 시멘트로 땜빵을 했다.


 


일제가 철근콘크리트로 보강공사를 해놨다.


 

아무튼 독립문은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의 도움으로 조선이 청의 속국에서 벗어났다'는 조선총독부의 프로파간다에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훗날에는 일본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상징하는 문으로도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한국의 독립운동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초반에 독립문 앞에서 독립운동 집회와 시위가 열렸고,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독립을 위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3·1운동과 같은 대규모 독립운동의 중심지 중 하나로 기능했으며, 오늘날까지도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남아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문의 독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독립이 아니었음을 알았으면 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view_times

추천 비추천

8

고정닉 0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손해 보기 싫어서 피해 입으면 반드시 되갚아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8 - -
2906 [모바일] 모토로라, 50만원대 프리미엄급 성능 스마트폰 '엣지 50프로' 국내 출시 [19]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4 2709 7
2905 [해커톤] 한국폴리텍&마이크로소프트 주관 ‘클라우드 AI 경진대회’ 성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4 144 0
2904 [제품 리뷰] 아이폰•애플워치•에어팟 동시에 무선 충전 가능한 거치대, 태블리스 WT-Q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4 156 0
2903 [여행 리뷰] 선재도 '사메기 갯벌체험장' 후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4 146 0
2902 [산행 리뷰] 시리도록 맑은 정기를 받을 수 있는 일곱 선녀들의 놀이터 '지리산 칠선계곡' 트레킹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3 159 0
2901 [영화 리뷰] <일일시호일>, 차 한 잔을 위한 단아하고 긴 여정에 인생을 담았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3 149 0
2900 [모빌리티]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전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1 215 0
2899 [식품] 공차, 불맛 매콤 바비큐 브리또 선보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1 219 0
2898 [가전] 다이슨, 11월 30일까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프로모션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1 221 0
2897 [봉사] 한국 로타리, 창립 100주년 맞아 봉사대국 캠페인 전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1 190 0
[문화유산 리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독립문’의 실체 [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1 2167 8
2895 [주류] 코냑의 왕 루이13세 레어캐스크 한정판, 15년 만에 선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1 214 0
2894 [로봇] 현대로템, 첨단 무인 소방로봇 최초 공개 [4]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1 2238 1
2893 [여행 리뷰] 보고만 있어도 좋은, 가을 ‘하늘멍’ 명소 6선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1 2020 2
2892 [주방] 써모스 보온도시락, 수능 대박 기원 기획전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1 201 0
2891 [소비 트렌드] 국내 외식시장 커졌지만 고급 술 소비는 줄어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1 357 0
2890 [PC] 10만원대로 구매 가능한 샤오미 180Hz 주사율 게이밍 모니터 국내 출시 [1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2813 4
2889 [축제] 475m 라면 레스토랑으로 오세요...11월 1일부터 '구미라면축제' 개최 [1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5892 7
2888 [캠핑 리뷰] 문체부와 관광공사가 인증한 우수 공공야영장 20개소는 어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1591 0
2887 [여행] G마켓-한국관광공사, 가을 여행상품 특별 할인전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179 0
2886 [자동차 리뷰] 기아 최초 픽업 트럭 ‘타스만’ 공개…픽업 시장 지각변동 예고 [1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2176 4
2885 [여행] 크루즈야, 11만톤급 대형 크루즈 여행 상품 선보여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452 0
2884 [STO] 펀블, 2024 FIX 이노베이션 어워즈 혁신상 수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149 0
2883 [AI] 다올티에스-애자일소다, 적응형 언어모델 개발 위해 '맞손'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145 0
2882 [영상 리뷰] 유튜브 화질 고정 및 재생속도 변경하는 최신 방법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0 157 0
2881 [SW] ECS텔레콤, ‘NICE CXone’으로 국내 클라우드 컨택센터 시장 ‘노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9 160 0
2880 [제품 리뷰] 소주를 부르는 밥도둑, 쿡앤라이프 간편조리 밀키트 3종 세트 후기 [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9 5628 2
2879 [모빌리티] ‘엑시언트 수소 카트랜스포터’ 평택항 시범운영 사업 투입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9 156 0
2878 [식품] 제주 유수암더팜, 꽃송이버섯 재배 첫 성공… 제주 농업에 새로운 활력 기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9 1785 0
2877 [식품] 11월 1일 한우 먹는 날 한우 50% 할인판매 진행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9 171 0
2876 [여행 리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낙엽 명소 TOP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389 0
2875 [반도체] 인텔, AI PC용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제품군 국내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71 0
2874 [여행 리뷰] 세계 3대 미식 국가 튀르키예 ‘마르딘’에서 만나는 맛의 향연 [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5735 8
2873 [AV] JBL, LIVE 시리즈 최신 이어폰 2종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57 0
2872 [모빌리티] 현대 N, 차세대 전동화 비전 담은 ‘RN24 롤링랩’ 공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58 0
2871 [이슈 리뷰] 고공행진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비싸서 못 사먹겠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43 0
2870 [제품 리뷰] 농심 신라면 툼바 먹어봤어요. 제 점수는 100점 만점에 몇 점?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88 1
2869 [트레킹 리뷰] 한라산둘레길➁ 홀로 걷기 좋은 호젓한 숲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8 130 0
2868 [식품] 도드람 캔돈, 굿디자인 어워드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7 163 0
2867 [도서] 한강 작가 이벤트 실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5 642 1
2866 [리서치] ‘TMT 분야 생성형 AI 동향 및 전망’ 아시아-태평양 리포트 발행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5 205 0
2865 [AI 트렌드] 생성형 AI, TMT 산업 혁신 이끌어...데이터 보안, 저작권, 허위 정보 등은 숙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5 196 0
2864 [여행 리뷰] 늦가을에 딱 좋은 서울 근교 ‘리틀 포레스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5 1934 1
2863 [주류] 독도의 날 25주년, 안용복 추모행사 제향주로 독도소주 선정 [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5 2036 4
2862 [자동차 리뷰] “얼마나 타고 폐차할까?” 국내 승용차 평균 15년 타면 폐차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4 202 0
2861 [AI] 삼성전자 ‘갤럭시 AI’ 지원 언어 20개로 확대 [3]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4 4645 2
2860 [주류] 지평주조, 프리미엄 막걸리 ‘봄이•보늬달밤’ 대만 시장 진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4 177 0
2859 [식당 리뷰] 쫄깃한 감칠맛 보리굴비 맛집 일산 토속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4 175 0
2858 [식품] hy, 잇츠온 프리미엄 샐러드 2종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4 169 0
2857 [음료] 공차, 한끼 식사로 충분한 푸드&디저트 메뉴 대폭 늘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4 175 0
뉴스 디즈니, ‘무빙2’ 제작 공식화…APAC 콘텐츠 총괄 “강풀 작가와 추진 시작” 디시트렌드 18: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