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반려동물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중증도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증상이 눈에 보여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시간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부담을 느끼는 반려인이 적지 않다.
물론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별도의 진단키트나 목걸이, 캡슐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같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반려동물이 디바이스 착용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건강 상태나 질병도 제한적이다.
십일리터 김광현 대표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 ‘라이펫(Lifet)’을 선보였다. 라이펫은 집에서 간편하게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추적 관찰하는 솔루션이다. 질문지와 사진만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편하다. 자체 알고리즘과 AI 기술로 정확도를 높인 것 또한 특징이다.
라이펫 솔루션을 설명하는 십일리터 김광현 대표 / 출처=IT동아
창업 아이템 선정 후 2년 이상 준비
김 대표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창업을 결심했다. 경영학 전공이지만 창업 관련 강의를 주로 들었고, 광고대행사, 에듀테크 기업, 데이터세트 구축 기업 등에서 인턴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문진에 답하면 영양제 키트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고양이와 햄스터를 키우고 있는 김 대표는 이것을 반려동물에 적용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창업 아이템을 확정 지은 김 대표가 처음 한 것은 수의사를 찾는 일이었다. 당시 수의사 네트워크가 없던 그는 커리어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수의사와 긴밀하게 논의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고도화했다. 데이터 수집과 알고리즘 및 기술 개발은 대학교 때부터 같은 창업팀으로 활동하던 AI 개발자 정주호, 박건우 연구원과 함께했다.
2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선보였다 / 출처=십일리터
이들은 2022년 7월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 라이펫을 정식 출시했다. 준비 기간에만 2년 이상이 걸렸다. 초기에는 비대면 문진과 수의사 상담 서비스만 있었다. 2개월 후인 9월에는 사진 기반으로 질병 유무와 진행 단계를 판별하는 ‘AI(인공지능)건강체크’ 기능을 추가했다.
김 대표는 “비대면 문진 서비스는 전반적인 건강이나 특정 부위에 대한 상태는 알 수 있지만, 질병 유무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라며 “이에 사진 기반으로 특정 질병 유무와 진행 단계를 알려주는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 대상 건강검진 프로세스 적용
라이펫 서비스는 사람의 건강검진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비대면 문진으로 문진표 작성 후 AI건강체크로 검사를 진행하고 수의사와 상담하는 과정을 거친다.
비대면 문진의 경우 총 20가지 문항을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품종, 나이, 과거 병력, 현재 증상, 라이프스타일을 확인한다. 이를 기반으로 전반적인 건강 상태나 심장, 위장, 치아 등 10가지 부위별로 건강 점수를 계산한다.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정확도를 높인 것 또한 특징이다. 80개체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92.8% 유효성을 검증했다.
비대면 문진은 20가지 문항을 통해 10가지 부위별 건강 점수를 계산한다 / 출처=십일리터
AI건강체크는 현재 슬개골(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작은 뼈) 탈구만 확인할 수 있다. 반려견 뒷모습 사진을 올리면 슬개골 탈구 여부와 진행 단계를 알려준다. 현재 반려동물 슬개골 탈구 여부를 판별하는 서비스는 라이펫이 유일하다.
수의사 상담 기능은 1:1 채팅으로 온라인 상담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내과, 외과, 행동, 응급 등 분야별 전문 수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최종 소견을 확인하고 궁금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스토어도 운영한다. 건강 상태 확인 이후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스토어에서는 관절 영양제, 처방 사료, 보호대 등 질병 예방 및 관리 제품을 판매한다. 물론 십일리터와 수의사가 엄선한 제품만 취급한다.
기술 개발 통해 높은 정확도 확보
십일리터는 특히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AI건강체크 기능은 자체 개발한 AI와 알고리즘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최종 판별한다. AI는 슬개골 탈구 유무를 가린다. 십일리터는 1년 6개월간 정상견과 슬개골 탈구 환견 뒷모습이 담긴 데이터 세트 1만5000 케이스를 수집하고 AI를 고도화했다.
이후에는 다리가 벌어진 각도를 측정해 슬개골 탈구 진행 단계를 판별한다. 보통은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하지만 십일리터는 사진만으로 각도를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진만으로 질병을 판별하는 AI건강체크는 높은 정확도를 제공한다 / 출처=십일리터
AI건강체크는 높은 정확도도 확보했다. 십일리터는 정상견 1500마리, 슬개골 탈구 환견 3000마리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 민감도 97.6%, 특이도 98.8%의 정확도를 검증했다. 참고로 반려동물의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허가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진행한다.
현재 AI건강체크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연구 의료기기로 품목 허가 신청한 상태다. 허가가 완료되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인증한 의료 영상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슬개골 탈구 이미지 분석 등 5건의 기술을 특허 출원 중이다.
최근에는 기술신용평가기관 NICE평가정보가 진행한 투자용 기술신용평가(TCB)에서 TI-3 등급도 받았다. TCB는 한국평가데이터가 기업의 기술가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10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중 TI-3는 코스닥 기술 특례 상장 조건에 부합하는 등급으로 기술력이 우수하고 투자 위험도가 낮은 기업에 부여한다.
시행착오 딛고 사업 확장 지속
김 대표는 2020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학교를 수료한 직후 창업을 하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때 홍릉강소연구특구가 힘이 됐다. 홍릉강소연구특구 창업학교 프로그램 그랜드케이(GRaND-K)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후 업무공간, 네트워크, 사업화 자금 등의 지원을 받았다. 특히 자금 부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여러 지원 프로그램과의 연계, 투자사와의 네트워크 지원을 통해 사업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십일리터의 목표는 라이펫을 통해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 출처=IT동아
십일리터는 이러한 지원을 기반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서비스 확장도 계획 중이다. AI건강체크의 경우 판별할 수 있는 질병을 추가한다. 7월 말에는 구강 사진으로 치은염, 치주염을 판별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모든 준비를 마치고 최종 점검 진행 중이다. 또한 비만, 안구(백내장, 핵경화증), 피부(아토피, 농피증) 등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슬개골 탈구의 경우 반려견이 대상이지만 그 이후에 추가되는 서비스는 반려묘도 이용할 수 있다.
건강체크 서비스와 할인 쿠폰, 오프라인 제휴사 혜택, 펫보험을 묶어 제공하는 멤버십 프로그램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관련 기업과 제휴를 진행하며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김 대표는 “라이펫은 동물병원과 상호 보완적인 서비스”라며 “질병 발생 가능성이 확인되는 경우 동물병원 내원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적시에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리의 목표는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건강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서비스 고도화, 소비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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