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대면 행사로 열린 컴퓨텍스 2023이 6월 2일(현지시각) 오늘 막을 내린다. ‘함께 창조하는 무한한 가능성(Together we create)’를 주제로 진행된 올해 컴퓨텍스는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 응용 프로그램, 차세대 연결성, 초현실, 혁신 및 스타트업,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되었으며, 26개 국가 및 지역 1천 여 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특히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인공지능 및 고성능 컴퓨팅으로 방향을 선회해 전 세계 인공지능 산업의 주목을 받았다. 컴퓨텍스 2023에서 거론된 인공지능 혁신의 목소리를 정리해 본다.
인공지능 시장 리더 입증한 엔비디아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 출처=엔비디아
올해 컴퓨텍스의 주인공은 엔비디아다. 그간 컴퓨텍스의 중심은 인텔과 AMD의 경쟁 구도였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컴퓨터 시장의 흐름이 인공지능으로 전환되며 엔비디아가 중심에 서게 됐다. 올해 엔비디아는 Arm 기반 그레이스 CPU와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GPU를 결합한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공개했으며, 이를 256개 묶은 시스템인 DGX GH200 AI도 함께 공개했다.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은 CPU와 GPU를 결합해 대역폭으로 인한 성능 손실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직접 인공지능을 구축하고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산업용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배포 및 관리하는 옴니버스 클라우드를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로 취급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전자 제조업체들의 산업 자동화를 실현하는 엔비디아 메트로폴리스와 캐릭터 맞춤형 인공지능 모델을 제작하는 아바타 클라우드 엔진 등을 공개했다.
퀄컴 테크날러지, 엣지 AI 상용화 이끈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경험이 PC에서 비롯되며, 인공지능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스냅드래곤으로 구동되는 지능형 컴퓨팅이 PC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클라우드에 연결된 장치 수와 데이터 트래픽을 해소하기 위해 개별 장치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이 인공지능까지 지능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퀄컴 알렉스 카투지안 수석부사장이 스냅드래곤 AP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퀄컴 테크날러지
이에 대응해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는 핵심 연산을 처리하는 CPU와 그래픽 연산을 처리하는 GPU로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인공지능 연산을 처리하는 퀄컴 헥사곤 프로세서 기반의 퀄컴 AI 엔진을 추가로 배치해 AI 작업을 수행한다. 또한 인공지능 생태계가 퀄컴 AI 엔진에 호환되도록 퀄컴 AI 엔진 다이렉트 SDK를 배포해 효율적인 엣지 AI 연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퀄컴은 자체 개발 중인 CPU인 오라이온(Oryon)이 2024년 상용 제품에 탑재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오라이온은 지난 2022년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공개된 차세대 CPU 플랫폼으로 PC는 물론 스마트폰, 디지털 운전석, 운전 지원 시스템, 확장 현실 및 인프라 네트워킹 등 스냅드래곤 기반 제품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Arm, 새 CPU와 GPU 결합한 ‘TCS 23’ 플랫폼 공개
크리스 버기(Chris Bergey), Arm 클라이언트 사업부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가 Arm Cortex-X4가 고성능 클러스터의 핵심 부분임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Arm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도 컴퓨텍스에서 새로운 반도체 플랫폼 ‘TCS 23’을 발표했다. TCS 23은 토탈 컴퓨트 솔루션(Total Compute Solutions)의 약자로, TSMC 3나노급 공정에서 생산된다. 세부 구성은 Arm 5세대 그래픽 처리 장치인 이모탈리스-G720과 4세대 중앙 처리 장치인 코텍스-X4가 함께 탑재된다. 이모탈리스-G720의 경우 전 세대 대비 전력 효율이 14% 향상되었으며, 대역폭 사용은 40% 더 줄었다. 코텍스-X4는 이전 세대 대비 15% 향상된 성능에 전력 소모는 50% 더 줄어들었다. 미디어텍은 지난해 TCS 22 기반의 프로세서인 ‘디멘시티 9200’을 출시한 바 있으며, 향후 TCS 23을 적용한 신형프로세서를 통해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칩과 경쟁하게 된다.
슈퍼마이크로, 인공지능 서버 시장에 힘 싣는다
슈퍼마이크로가 컴퓨텍스 2023에서 공개한 신형 서버 제품군. 출처=슈퍼마이크로
슈퍼마이크로는 산업용 컴퓨팅,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치 제조사다. 산업용 제품만 제조하기 때문에 컴퓨텍스에서의 주목도는 높지 않았지만, 인공지능 및 엔터프라이즈 컴퓨터 산업이 컴퓨텍스의 주축으로 떠오르며 함께 주목받고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기조연설을 통해 랙 전체에 액체를 순환시키는 냉각 분배 장치와 공급 장치, 방열판, 커넥터 등으로 구성된 서버용 액체 냉각 옵션을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데이터 센터의 소비전력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엔비디아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탑재한 서버 제품군을 곧 출시할 예정이며, 100가지 이상의 조합을 제공하는 엔비디아 MGX 폼팩터 구성도 지원한다.
B2C 기업의 B2B 진출도 눈길, 기가바이트의 HPC 부스
기가바이트가 컴퓨텍스 2023에서 마련한 HPC 부스. 출처=기가바이트
대만 기가바이트는 올해 1월 ‘기가 컴퓨팅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을 분리해 데이터센터나 서버 사업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때문인지 기가바이트는 올해 컴퓨텍스 부스에서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H100을 장착한 HGX H100-8GPU SXM5 서버인 G593-SD0을 전시했으며,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지원하는 AI 컴퓨팅 서버도 공개했다. 또한 슈퍼마이크로와 마찬가지로 냉각으로 인한 서버의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액침냉각 탱크의 세 가지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퓨리오사AI,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선보여
퓨리오사AI는 컴퓨텍스 2023에서 신경망 처리 장치 ‘워보이’를 활용한 솔루션을 선보였다. 출처=IT동아
우리나라의 신경망 처리 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 전문 제조사 퓨리오사AI도 자체 개발한 NPU ‘워보이’로 컴퓨텍스 2023을 찾았다. 퓨리오사AI는 워보이 한 대를 탑재한 MSI 서버 컴퓨터를 활용해 실시간 영상과 12개의 비디오 피드까지 총 13개의 채널을 동시 추적하는 다중 객체 추적(Multi Object Tracking, MOT) 솔루션을 선보였다. 워보이 한 대로 총 총합 400 프레임이 넘는 영상을 추적, 인식하는 시연을 통해 국산 인공지능 하드웨어도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컴퓨텍스, PC 하드웨어에서 인공지능 각축장으로 변할 것
올해 1분기 엔비디아의 매출은 71억9200만 달러(약 9조2300억 원)다. 이중 데이터센터 매출은 42억 8천만 달러(약 5조4600억 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게이밍 시장의 매출은 약 22억 4천만 달러(약 2조8천억 원)로 전년 동기대비 38% 감소했다. 5년 전만해도 매출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불과했지만, 현재 약 60%까지 올라섰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한 GPU 수요는 앞으로도 폭증할 예정이고, 게이밍 시장 매출은 암호화폐발 수요 감소와 실물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약화할 전망인 만큼 앞으로 데이터센터 매출이 게이밍을 크게 상회하게 될 것이다.
이는 컴퓨텍스의 향후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그간 컴퓨텍스는 게임 및 PC 하드웨어 행사였지만 마지막 오프라인 행사 당시에는 PC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주목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업으로 변모했고, 글로벌 기업들이 컴퓨텍스를 인공지능에 맞는 무대로 선정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올해 컴퓨텍스는 그 분기점이었으며, 앞으로는 분위기와 무게감도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인공지능 각축장으로 떠오른 만큼 내년은 또 어떤 행사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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