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ㆍ콘솔게임이 모바일 게임을 제치고 대세가 되고 있다. 2명이 만든 인디 게임 '스컬'이 100억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자, 인디 게임사는 물론이고 대형 게임사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자가 슈퍼조이 조한경 대표를 만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인디 게임사가 어떻게 그 진입 장벽이 높은 콘솔게임 진출을 목표로 한 것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슈퍼조이는 10일부터 방치형 액션 RPG '레전드 오브 킹덤'의 예약을 시작했다. 이 신작을 통해 모바일에서 1차 성과를 내고 해당 IP를 활용하여 PC버전과 콘솔 버전을 추가 개발하여 서비스할 계획이다.
16일 IT 기업들이 밀집한 구로디지털단지 슈퍼조이 사무실에서 조한경 대표를 만났다. 일반적으로 상상되는 수염 덥수룩한 개발자의 모습은 없고 아주 깔끔한 인상이다.
슈퍼조이 조한경 대표 /게임와이 촬영
그는 인디 게임사가 어떻게 콘솔 게임에 진출할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대뜸 "우리 인디 아닌데요"라고 한다. 이유는 투자를 받았기 때문. 이미 100억 원대 가치 산정이 된 상황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것. 또한 구로동에 있는 사무실도 분양을 받았다고 한다. 오를 것이라는 것은 알고 산 것이지만 지금은 회사의 든든한 자원이 됐다. 더 큰 투자를 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력도 11명이 넘었고, 또 준비하고 있는 게임을 보면 인디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져 버리긴 했다.
인디라고 오해를 한 이유는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 때문이다. 일명 '표창 키우기'와 같은 키우기 게임
이다. 당시에도 '머지(혼합)' 방식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인디게임의 대세가 된 적이 있다. 고양이 게임도 마찬가지도 머지게임이다. 고양이를 합쳐서 다른 게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들 게임의 매출이 한 자리가 아니라는 점은 의외다.
그래도 '인디 게임사의 콘솔 진출'이라는 명제 때문에 왔으니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 조 대표가 생각하는 인디 게임의 좋은 사례란...
조 대표는 인디게임사의 콘솔 진출이 구글(플레이)보다 훨씬 쉽다고 한다. 구글은 높은 마케팅 비용 때문에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 콘솔은 게임만 잘 만들면 별도의 홍보비용이 필요 없다는 논리다.
그렇다고 소니나 MS가 시쳇말로 '허접한' 인디 게임을 받아줄 리가 없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소니다. 일본 게임 플랫폼의 QA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잘 안다. 애플의 그것을 넘어선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단다. 2~3년 전부터 이러한 기조가 완전 꺾였는데 MS가 가리지 않고 게임사를 받기 시작하자 소니도 정책을 완화시켜서 인디게임도 받고 있다는 것. 또 닌텐도는 스위치가 모바일 게임이라 인디 게임도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일이다.
조 대표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스컬'과 '뱀파이어 서바이벌'을 들었다. 스컬은 2명이 100억 원을 벌었고, '뱀파이어 서바이벌'은 1인 개발자가 벌어들일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을 맛봤다. 또 이를 벤치마킹한 '탕탕특공대'는 앱매직 자료 기준 1억 7901만 달러, 약 2천억 원 정도를 벌어 들였다.
스팀 뱀파이어 서바이벌. 이 게임은 모바일로 나왔지만
조 대표는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등이 콘솔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모바일 게임의 출혈 경쟁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라며 "작년부터 콘솔 시장 분석에 들어갔다. 30분 정도 만에 캐릭터의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는 '뱀서', '탕탕특공대'와 같은 타이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만들고 있는 '레전드 오브 킹덤'에는 하데스와 같은 성장의 재미와 로크라이크 요소를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하데스'는 로그라이크 던전 탐색형 게임이다. 빠른 액션과 풍부한 분위기 및 깊이, 캐릭터 중심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그가 좋아하는 게임도 '하데스', '다이시 던전' 같은 것이다. 사업적으로 추구하는 게임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게임도 같다. 슈퍼조이가 준비 중인 '레전드 오브 킹덤'에는 이러한 분위기에 더해 파밍 시스템까지 들어간다. 게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모바일은 파밍이 안 된다. BM 차원에서 파밍은 모바일과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레전드 오브 킹덤'으로 어느 정도의 판매량을 예상하고 있을까? 조 대표는 "10만장을 예상한다고 했다. 게임 하나에 4만원이면 40억 원이고, 8만원이면 80억 원이다. 출시는 2024년이다.
다이시 던전 /스팀
하데스 /스팀
◇ 2024년 출시 '레전드 오브 킹덤'은 어떤 게임?
슈퍼조이가 만들고 있는 신작 '레전드 오브 킹덤'은 오는 3월 29일 출시된다. PC콘솔보다 1년 먼저 출시되는 셈이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앞두고 '용사단 키우기'와 '캣토피아'를 해본 터라 비슷한 게임일 것이라 예상했고, 이러한 '키우기'류 게임이 콘솔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존재했다.
이런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용사단 키우기'의 경우 단순 머지게임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두 번 '합치기'를 시도했고, 쑥쑥 빠져 들기 시작했다. 시작은 '간단'했으나, 뭔가 다른 메뉴가 시시각각 나타났다. '이렇게 게임 깊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탄탄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이 게임으로 두 자릿수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 이해가 간다. 또 고양이 게임 '캣토피아'도 같은 '머지'게임인데 너무 귀엽다.
30회 연속 뽑기도 있다. 있을 것은 다 있다. /게임와이 촬영
또 하나의 의문은 '머지 류' 게임에서 신작을 만든다고 해도 콘솔로 출시할 만큼 퀄리티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조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느낌이다.
우선 RPG와 SLG의 결합이다. 머지게임만 만들었지만 '영웅의 군단'을 만든 경험을 살려 RPG를 만들어냈고, 농장을 개간하고 시설을 만들어 강력한 성을 구축하는 SLG의 요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수집형 RPG의 모습이다. /게임와이 촬영
그 안에 MMOSLG처럼 성을 육성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 /게임와이 촬영
또 선배이자 상사였던 김태곤 상무의 장인 정신이 조 대표의 작품에도 드러난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공성전 장면에서 유닛들을 배치하는 장면에서 그런 것이 느껴진다.
조 대표는 시작은 심플하게 보여주지만 갈수록 많은 것이 튀어나오는, 깊이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그래서 시작은 평범한 수집형 액션 RPG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이 아닌 필드 장면에서 '슈퍼로봇대전' 스타일의 6각형 필드가 있는 장면을 보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하다. 결코 평범하지 않다. 뒤져보면 어떻게든 비슷한 게임 방식은 나오겠지만 기자도 보지 못한 내용들이 꽤 있다.
레전드 오브 킹덤 공성전 유닛 배치 장면. /게임와이 촬영
레전드 오브 킹덤 공성전 필드 장면. /게임와이 촬영
조 대표는 "수집형 RPG도 있고, MMOSLG 요소, 액션 요소, 패드 플레이도 있다. 다양한 장르와 게임 기능이 다 들어 있는 게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지속적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큰 재미가 전략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전략적인 재미가 게임의 지속성을 이끌어낼 것이라 자신했다.
레전드 오브 킹덤에는 액션도 있고, 패드도 지원하며, 방치형 요소도 있다. /게임와이 촬영
◇ 창의적인 게임 만들어내는 조한경 디렉터(대표)는 누구?
슈퍼조이의 최신작 '레전드 오브 킹덤'의 개발을 총 지휘 하고 있는 사람은 조한경 디렉터 겸 슈퍼조이 대표다.
조 대표는 엔도어즈 출신의 게임 기획자다. 엔도어즈라면 '아틀란티카'와 '삼국지를 품다', '영웅의 군단'을 개발한 회사다. 당시 '삼국지를 품다'가 국내 최초로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연동되어 게임이 돌아가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데 기자와 조 대표가 뜻을 같이 했다. '영웅의 군단'이 더 대중적인 인기가 있었지만 '삼품'이 더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다.
슈퍼조이 조한경 대표 /게임와이 촬영
15년 전 조 대표는 게임 이용자였다. 엔도어즈의 '아틀란티카' 게시판에서 게임을 신랄하게 비판을 했더니 직원으로 채용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렇게 엔도어즈 김태곤 이사 및 게임 업계와 인연이 됐다.
흥미로운 것은 김태곤 이사와의 인연이다. '충무공전'을 만든 김태곤 이사는 한 마디로 '장인'이다. 최근 '문명 모바일'에서도 장군과 문인 장영실이 함께 미션을 완료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유물 콘텐츠인 3매치 퍼즐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형태다.
문명: 레인 오브 파워 문화 승리 /넥슨
조 대표도 전략 매니아다. 김 이사도 같은 전략 게임 장인이라 동질감이 컸다. 특히 김 이사를 두고 경쟁작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자질이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딪히는 일도 많았다. 결국은 조 대표가 최신 게임의 트랜드를 알려주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됐다.
하지만 김태곤 이사는 엔드림이라는 개발사를 설립했고, 조 대표는 남은 인력들을 이끌고 나와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수 없이 많 실패와 역경을 이겨내야 했다. 창업 후 몇 년간 아내의 벌이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만들어진 것이 현재 구글 스토어에 등록된 '용사단 키우기'와 '캣토피아'라는 두 개의 머지게임이다. 또 조시이티에서 서비스 중인 '전설의 군단'이라는 게임도 슈퍼조이의 작품이다. 6개월 만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웅의 군단' 서비스 종료가 너무도 아쉬웠던 조 대표는 '영웅의 군단'과 비슷하게 턴제가 아닌 실시간 전투로 출시했고, 결국 조이시티의 투자와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 슈퍼조이의 미래를 좌우할 '레전드 오브 킹덤'
3월 모바일게임 출시, 2024년 콘솔 게임 출시가 예정된 '레전드 오브 킹덤'은 슈퍼조이에게 있어 미래를 좌우할 핵심 타이틀이다.
게임은 자신이 있다. 조 대표가 전략 게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실력가인데다 RPG와 SLG를 절묘하게 섞은 게임성, 현재 출시된 게임에서 일취월장한 게임 스케일만 봐도 슈퍼조이가 이번 게임에 거는 기대와 무게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번 게임은 직접 서비스한다. 별도의 퍼블리셔가 없다. 개발사가 직접 서비스하면 약할 수밖에 없는 마케팅 방안도 마련해 뒀다. 이미 사업부 리더 경험을 여럿 거쳤기 때문에 조 대표는 마케팅에 밝았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미 페이스북은 지고 구글 마케팅이 대세이며, 많은 게임사가 한정된 구자에 몰려들다 보니 마케팅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조 대표는 얼마 전 '드래곤라자'에서 시도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게임은 앱매직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11월 3만 달러에서 184만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매출 폭등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슈퍼조이의 인원은 11명이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인력을 추가로 모집 중이다. 그런데 모집 방식이 꽤나 독특하다. 조 대표 본인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서 채용된 특채(?)를 경험해서인지, 인디 게임 사이트 등을 돌면서 정말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으로 성공하겠다고 욕심을 가진 인재 위주로 발굴하고 있다. 이렇게 뽑힌 직원들을 매일 게임을 테스트하며 피드백을 내고 있다.
조 대표가 꿈꾸는 회사는 슈퍼셀 같은 회사다. 이 회사는 4개의 게임이 나올 동안 20개 가까운 게임이 빛도 못 보고 사장되는, 버리는 게임이 많아 성공한 회사다. 훌륭한 퀄리티의 게임만 내는 회사로 유명하다.
슈퍼조이도 직원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존중한다. 이렇게 팀을 꾸려서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게임도 있다. 조 대표는 이런 게임을 슈퍼셀처럼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실패가 경험이 되서 더 훌륭한 게임이 만들어진다는 철학 때문이다.
슈퍼조이 조한경 대표 /게임와이 촬영
인디인 줄 알았던 슈퍼조이는 100억 가치를 인정받은 게임사였다. 또 월세인 줄 알았던 사무실은 일명 '자가'였다. 또 그저 그런 수집형 RPG인줄 알았던 '레전드 오브 킹덤'은 콘솔로 만들어져도 전혀 어색함일 없을 깊이 있는 게임성과 마케팅 계획을 겸비한 대작이었다. 반전 있는 이 회사와 조 대표가 이루어낼 반전 매력이 이용자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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