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강유정의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중국의 ‘국제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가 ISO에 채택될 동안, 우리 정부는 방관을 넘어 사실상 중국을 돕다시피 했다.”라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올해 1월, ISO(국제표준화기구) TC83(기술위원회 83)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 5월 6일, TC83 소속 35개국은 투표를 거쳐 ISO에서 이 제안서를 채택했다. 이와 동시에 제안서의 살을 붙여 최종 표준안을 작성하는 실무그룹인 WG12(Working Group12)를 만들었고, 중국이 WG12의 컨비너(의장)를 맡는 것까지 인준했다.
요약하자면, 중국은 e스포츠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하기 위해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하고, 스포츠와 관련 없는 위원회를 선택하여 새로운 실무그룹을 만들고 의장 자리까지 확보했다. 표준안 작성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강유정 의원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방만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게임과 e스포츠 업무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먼저, 중국의 e스포츠 국제 표준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4월 한 차례 시도가 이미 있었다. 당시 도전은 실패하였으나 올해 5월 재수 끝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이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e스포츠 장악을 시도함에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6월 초 강유정 의원실에서 지적하자 그제야 이를 인지했다.
이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연구 용역마저 거부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측에서 “중국의 도발적인 행동을 막아야 하니, 우리나라에서 별도의 제안서를 올려야 한다. 문체부와 논의하여 연구 용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으나, 정작 문체부에서는 예산을 핑계로 연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관련 협력단체와 공동으로 진행 시 예산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체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또한 문체부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올해 이후 중국에서 2차 행동강령 제안서 제출 시 연구 용역을 하겠다.”라고 밝혔으나, 정작 현재 진행 중인 1차 제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타 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문제다. 문체부는 이 문제가 ‘표준화’ 이슈이기 때문에 국가기술표준원 소관이고, 따라서 본인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e스포츠 국제 표준을 하루속히 정립하고 중국에 대응하라.’라는 질의가 있었다.
강유정 의원은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는 경기 룰, e스포츠 대회 운영, 경기장 설계, 선수 관리 이 모든 것들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안게임이나 EWC 같은 국제 대회에서 중국의 룰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표준화의 중요성을 짚은 뒤, “중국 입맛대로 흘러가는데도 문체부는 수수방관 중이다. e스포츠에 있어 문체부는 대한민국의 문체부인지 중국의 문체부인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 의원은 “문체부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교묘한 거짓말이다. 제안서가 채택되면 이후 과정에 있어 최종 등재 시점만 차이 있을 뿐, 최종 통과가 확정적이다. 특히 중국이 워킹 그룹 신설에 성공, 의장까지 꿰차고 앉아 더더욱 우리에게 어려운 상황이다. 두 배로 열심히 대응하지 못할망정 ‘남탓, 거짓말, 방관’ 중인 문체부에 비참함마저 느낀다. 적극 대응을 촉구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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