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은 게임을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아이템의 디자인과 기능은 이용자의 플레이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잘 만들어진 예쁜 아이템은 현실에서 수백 달러로 거래되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가치가 높다.
실제로 팀 포트리스 2의 ‘타오르는 불꽃 팀 지휘관 모자’는 단순 치장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이펙트가 멋지고 희소성이 높다는 이유로 약 15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공짜로 줘도 사용하기 싫을 정도로 징그럽고 못생긴 아이템도 존재하는 법. 그중에서도 성능은 좋은데, 외관 때문에 망설여지는 아이템들을 추려봤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징그러운 아이템’이라고 하면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이하 스카이림)’을 빼먹을 수 없다. 스카이림에는 각종 이로운 효과를 가진 물약을 제조할 수 있는 ‘연금술’이라는 핵심 시스템이 있다. 재료들을 넣으면 해당 재료에 맞는 효과를 가진 포션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언뜻 들으면 평범해 보이지만, 문제는 이 재료들이다. ‘마늘’, ‘연어’ 같은 평범한 것들도 있지만, 인벤토리에 넣기도 꺼려지는 ‘인육’과 ‘심장’, ‘거인의 발가락’이나‘ 해그레이븐 발톱’처럼 징그러운 것들로도 ‘연금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료마다 효과가 다르니, 원하는 효과를 부여하는 재료가 징그럽게 생겼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해당 부속물을 채집해야 한다.
보기만 해도 입맛 떨어지는 트롤 지방
특히 필자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트롤 지방’ 아이템이다. ‘트롤 지방’은 허여멀건한 액체와 고체 사이의 질감을 띄고 있는데, 중간중간 덩어리 진 부분도 있어서 상당한 거부감을 준다.
스카이림 내에서 트롤이 상당히 위협적인 몬스터기 때문인지, 효과는 또 괜찮다. 게임에서 몇 안 되는 양손 무기 강화 효과를 제공하는데 이는 본편 기준 딱 3개의 재료 아이템만 가지고 있는 효과다. (그래도 필자는 트롤 지방으로 만든 물약은 마시기 싫다.)
항해사의 머리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의 근본이라고 불리는 ‘원숭이 섬의 비밀’에도 돌이켜보면 상당히 징그러운 아이템이 있다. 그 주인공은 ‘항해사의 머리’로 명칭 그대로 사람의 머리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아이템이다. 미라처럼 비쩍 마른 머리가 형형하게 눈을 뜨고 주인공을 바라보는데,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이 아이템은 게임 스토리 진행상 미로를 돌파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미로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가 나침반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방향을 알려주는데, 길을 찾아주는 건 고맙지만 생김새를 보면 본능적인 거부감이 든다.
이렇게 가지고 다닌다
이외에도 피눈물을 흘리는 원숭이 머리,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 표지 등을 보면 호러 게임으로 의심하기 쉽지만, 사실 각종 언어유희와 개그로 가득 찬 코믹 어드벤처라는 점이 반전 포인트겠다.
미친 왕의 책형
수많은 무기가 존재하는 고난도 액션 RPG, ‘다크소울 3’에서는 아예 유해를 무기에 박아 넣은 그로테스크한 아이템이 있다. 고리의 도시 DLC에서 만나볼 수 있는 ‘미친 왕의 책형’은 거대한 도끼 창으로, 창대에는 유행의 팔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도끼 부분에는 두개골이 그대로 박혀 있다. 전투 기술을 사용하면 유해가 일시적으로 각성돼 팔뼈 부근이 휘적휘적 움직이는데, 갑자기 장르가 호러로 변한 듯한 느낌을 준다.
기괴한 생김새만큼 무기의 성능은 좋은 편이다. 전투 기술을 사용할 경우 ‘포효’, ‘가호’, ‘저주’ 중 랜덤한 효과를 하나 얻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저주’가 상당히 특이하다. ‘저주’가 발동될 경우 이용자의 뒤에 검은 구체가 졸졸 따라다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 구체가 주위에 있는 모든 개체에게 강한 피해를 입히면서 터진다.
이 피해는 다크소울의 만능 기술인 ‘구르기’로 피할 수 있어서 잘만 사용한다면 일방적인 대미지를 넣을 수 있고, 무기 자체가 어둠 속성 공격을 가지고 있어서 ‘최고의 도끼창’으로도 불린다. 다른 인첸트와의 궁합도 매우 좋지만, 역시 외관 탓에 사용하기가 좀 꺼려진다.
몬스터 헌터 4에서 첫등장한 조충곤
곤충을 싫어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최악의 무기가 될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조충곤’도 있다. 시리즈마다 외관과 세부 사항에 차이는 있지만, ‘조충곤(조력하는 곤충과 곤봉)’이라는 이름값에 맞게 기다란 곤봉과 근처를 맴도는 사냥 곤충(엽충)만큼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사냥 매 대신 사냥 곤충을 부린다는 느낌으로 이해해도 된다.
곤충을 날린 뒤 적의 ‘진액’을 얻어 운용되는 무기의 특성상 곤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는데, 곤충이 너무 징그럽게 생겼다. 생각보다 크기가 큰 경우가 많고, 곤충이 얻어온 진액을 넘겨주기 위해 화면 가까이 붕 날아오면 괜히 기겁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무기 자체는 재밌는데, 벌레가 너무 징그러워서 못 쓰겠다”라며 불만 어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조충곤’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평가가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처음 무기가 등장했던 몬스터 헌터 4를 기준으로는 평지에서 구사할 수 있는 단차 공격, 높은 딜량 등 각종 이점을 챙기며 모두가 입 모아 최고의 무기라 칭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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