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퍼블리싱코리아가 아틀러스의 신작 '메타포: 리판타지오' 출시에 앞서 2024 서울 팝콘에 국내 최초 체험 이벤트를 진행한 가운데, 한국 그룹 회사를 맡은 오우치 타카요시 사장과 현장에서 만나게 되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우치 타카요시 사장은 1999년 세가에 입사해 약 25년 동안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스스로는 세가의 레전드 개발자들과 함께 일해 영광이라며 말을 낮추지만, 마케팅 전문가로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시장을 개척한 만큼 오우치 사장 역시 전설을 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드림캐스트 시절부터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사장까지 게임 역사와 함께하며 얻은 경험과 소감, 특히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한국 현지화와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기자: 우선 만나 뵙게 돼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게임조선 독자 여러분 중에서는 오우치 지사장님을 처음 뵙는 분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세가에서 어떤 일을 맡고 계신지 경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우치 타카요시 사장(이하 오우치): 저는 드림캐스트 무렵에 입사해서 계속 프로모션 마케팅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 도쿄게임쇼 기획이나 타이틀 프로모션 같은 것들을 담당했고, 그중에서도 세가의 레전드 개발자들과 함께 일을 한 것이 제 가장 큰 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본 본사에서 마케팅 본부 부본부장,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자: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같은 마케팅 분야긴 하지만 다른 업계로 도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를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혹시 게임을 좋아해서 이직하신 것일까요?
오우치: 사실 게임을 특별히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페미콤이 출시됐을 땐 이미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게임을 즐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엔터테인먼트 세계에 몸 담고 있었고, 세가를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가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세가는 일본에서는 초 일류 게임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입사가 결정되었을 때에는 굉장히 영광이었습니다. 다만, 세가에는 '세가 슬랭'이라는 다른 회사에선 통하지 않는 세가만의 용어가 있어서 그걸 배우는게 고생이었습니다. (웃음)
기자: 그것 말고도 업계가 바뀌면서 꽤 힘들었다고 들었는데(웃음)
오우치: 심야 12시가 지나도 다들 일하고 있었죠. 어떨 때는, 엘리베이터 홀에 앉아서 회의를 하기도 했네요. 지금 와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기자: 1999년에 세가에 입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사장이 되기까지 약 25년 동안 세가맨으로서 활동을 하셨습니다. 콘솔 게이머 입장에선 소닉이나 버추어 시리즈 같은 IP로 유명했지만, 최근 게이머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즐기기 때문에 세가가 잘 알려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 25년을 변화를 본 입장에서 세가란 어떤 회사인지 궁금합니다.
오우치: 세가라는 회사는 한 때 콘솔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두 기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드림캐스트 시절에 들어온 뒤 드림캐스트 개발을 중단하고, 하드웨어 사업에서 철수하고,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흐름 속에서 세가는 소닉이나 버추어, 용과 같이, 또 아틀러스라는 파트너를 얻으며 페르소나나 진여신전생 같은IP를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 게임은 꽤 예전부터 하고 있긴 합니다. 피처폰 시대부터 말이죠. 현재 세가 사미 홀딩스의 사장인 사토미 하루키 씨가 2012년에 세가 네트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세가는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 기업과의 협업으로 한국에서 전개해 온 세가 모바일 게임은 있었지만, 한국 게이머분들이 보실 때에는 거리감을 느끼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25년 동안 지켜본 세가는 무엇이든 찬스를 주고, 도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창조는 생명',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모든 것의 기반이 되고 있어 무엇이든 도전하는 이미지를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습니다.
세가는 언제나 선구자적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도 일본에선 조금 빠른 시기에 판타시스타 온라인 같은 것을 드림캐스터 시대부터 모뎀을 사용하며 선구자적인 존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세가를 뒤쫓는 여러 회사들이 세가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해 더 나은 게임을 개발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생각해서 그런 상품을 만들지 않았나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가는 언제나 앞서 있었단 것이죠.
기자: 세가 팬들이 제일 아쉬워했던게 하드웨어 철수였는데 그걸 직접 보셨습니다. 당시 어떤 느낌이셨을지 궁금합니다.
오우치: 하드웨어를 판다는 것은 재밌는 일이지만 수익을 얻기가 힘들었죠. 하지만 역시 경쟁사가 소니와 닌텐도 아닙니까? 굉장히 재밌죠. 역시 하드웨어 마케팅은 소프트웨어와 달라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드림캐스트 철수 때는 역시 한 시대가, 세가라고 하는 하드웨어 업체의 역사라고 해야할지 시대라고 해야할지 끝났구나, 라는 느낌이었죠.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했던 날입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자: 세가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게임계에서 일을 하시면서 여러 게임의 출시를 지켜보셨습니다. 업계 선배 말씀을 좀 듣고 싶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게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우치: 인상에 남은 게임! 인상에 남은 게임... 저희 회사 게임 말인가요?
기자: 아, 상관 없습니다. 저는 '역시 소닉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우치: 인상에 남은 게임은 역시 담당했던 게임이네요. 젯셋 라디오나 아까 말씀드린 판타시스타 온라인이나 사커 클럽을 만들자, FM보다 먼저 말이죠. 또 용과 같이나 역시 제게 인상을 남긴 게임은 그런 것들이네요.
기자: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발큐리아 시리즈는 어떠셨나요?
오우치: 전장의 발큐리아의 최초 프로토 영상을 예전 본사 대강당에서 봤습니다. 엄청나서 '뭐야 이거!'라고, 모두 '하?!'라고 감탄했고 이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작품 말이죠. '역시 좋은 멤버가 프로듀서였고 디렉터였고 시나리오를 써준 덕분에 이런 게임이 태어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엔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즐긴 게임이 있으셨을지도 궁금하고요.
오우치: 음... 용과 같이 시리즈... 페르소나 시리즈도 했고... 역시 제일 많이 한 것은 자신이 담당하는 게임이죠. 왜냐하면 좋아하지 않으면, 싫어하는 장르도 좋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점을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열심히 플레이했습니다. 저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커 클럽을 만들자라는 게임 당시 굉장히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알지 못하면 분명 선전 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열심히 했습니다.
기자: 기자로서 부러운 것은 출시 전에 게임을 미리 해보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혹시 이번에 출시되는 메타포: 리판타지오도 미리 해보셨을까요?
오우치: 아쉽게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메타포를 만들고 있는 개발진은 일류 개발진인 만큼, 이번에도 페르소나 시리즈를 여기까지 이끈 하시노 씨와 디자이너 소에지마 씨가 음악의 메구로 씨, '메구로 사운드는 최고구나'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는데 역시 좋은 멤버가 만들고 있어 결과물이 기대됩니다. 영상은 당연히 보고 있고 영상이나 세계관, 스토리, 게임성 등 '대단하다'라고 느끼고 있어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제가 오우치 사장님을 처음 뵌 것이 작년 이맘때 24년 신작을 발표하시는 그 자리였습니다. 당시에 10개 정도의 타이틀을 발표하셨는데 저는 타이틀 신작이 나온다는 것도 기뻤지만 이 모든 것이 한글로 출시될 거라는 소식이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한글 비중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글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한글화를 추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우치: 세가는 한국 시장과 게이머를 일본 개발에선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한국 게이머분들이 니즈도 높아서 부응하면서 퀄리티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제일 정말 좋아했던 발큐리아 시리즈도 1 2, 3편은 외국어로 나왔는데 4편은 세가퍼블리싱코리아가 담당을 해서 그런지 한글로 출시가 되었더라고요. 이것도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한글화 정책의 일환인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한글화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오우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전부 다.
기자: 올해 초엔 거의 1월부터 4월까지 신작을 몰아쳤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한글로 게임이 출시되어 굉장히 좋았는데 한글화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스케줄이 가능했을지 힘들었던 부분이 없었을지 조금 궁금합니다.
오우치: 역시 타이틀이 많으니까 지옥입니다(웃음) 양이 많아서 전부 못하니까 일본에도 한국분들이 현지화 준비를 하고 계셔서 2교대로 해서 전부 해냈습니다.
기자: 한글화 말고도 팝업 스토어처럼 조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마케팅까지 챙기는 이유,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걸 기대해도 될까 궁금증합니다.
오우치: 저희는 여러 IP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닉도 있고, 용과 같이도 있고, 페르소나도 있고, 프로젝트 세카이도 있는데 게임만이 아닙니다. 게이머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는 것은 굿즈일지도 모르고, 영화일지도 모르고, 뭐 게임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점점 IP를 넓히는 부분은 전략적으로 잘되고 있습니다. 트랜스 미디어 전략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팝업스토어를 통해 게임에 한정하지 않고 그 IP를 좀 더 여러 게이머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기자: 유럽 스튜디오도 풋볼 매니저나 토탈 워, 엔드리스 던전 등 유명한 게임이 많은데 일본 스튜디오 게임에 비해 마케팅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유럽 스튜디오 관련 마케팅을 기대해도좋을까요?
오우치: 말씀하신대로 지금까지 일본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풋볼 매니저나 토탈 워나 투 포인트 시리즈처럼 좋은 게임이 많습니다. 아시아에 대한 전략이 꽤나 바뀌었습니다. 특히 한국. 한국은 스팀을 주로 사용하고 있죠. 역시 한국이나 중국에서 주목 하고 있는 만큼 저희 세가는 제대로 마케팅을 하지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더 열심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자: 이와 관련해서 많은 해외 게임사가 이제 한국에 지사를 주지 않고 대행사나 유통사를 껴서 게임을 출시하는 편인데 세가는 지사까지 두고 이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게임 시장에 콘솔이 강하지도 않은데 지사까지 세워 공략하는 이유가 제일 궁금하고, 직접 유통을 해서 얻는 장점이 과연 있을지 궁금합니다.
오우치: 그룹 회사나 지사는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 말고도 앞으로도 늘릴 생각인데 말씀드렸던 것 처럼 현지화 팀이 있거나 마케팅이 현지에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현지 감각, 현지 사람 밖에 모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 있으면 무엇이 유행하고 어떤 것을 해야 좀 더 시선을 끌 수 있을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지사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일본에서도 지시를 내리지 않고 저희 지사에 있는 사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부딪혀 주기를 바라며, 한국에선 이런 것이 유행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그룹 회사나 지사가 있으면 좋지만, 코스트가 듭니다. 하지만 저희 게임이나 세가 파트너 게임을 저희를 거치는 것으로 판매를 늘리고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판매점의 직접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지사는 손이가고 돈이 들지만 지사 밖에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시간이 벌써 한 시간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 것처럼 느껴지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한국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오우치: 세가는 여러 가지 IP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게임을 개발할 예정인 만큼 부디 앞으로도 즐겨주시고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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