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확인 -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사건에도 영향 미칠 듯
[파이낸셜뉴스]일본 기업에게 일제 강제동원 책임을 묻는 두 번째 소송에서도 대법원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일본 기업의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우리 대법원이 처음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일본 기업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승소 판결을 21일 확정했다.
1·2심은 일본 기업들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피해자 1명당 1억원~1억5000만원(총 11억7000만원)의 배상금고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단했고, 대법원은 최종 확인했다.
소송의 쟁점은 일본 기업의 주장처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간이 지나 소멸했는지였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못 박았다.
피해자·유족들은 당초 2005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2007년 2월 1심과 2009년 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후부턴 입장이 뒤바뀌었다.
2심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자, 이번엔 일본 기업이 재상고를 했고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2018년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로서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이날 하급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2012년으로 봐야 할지, 2018년으로 봐야 할지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 판례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적어도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대부분 사건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의 원고인 곽모씨 등 7명은 2013년 3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942∼1945년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에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1944∼1945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 공장에서 노역한 강제동원 피해자 3명과 유족 오모씨가 2014년 2월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이 10년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소송을 냈던 피해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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