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찬 흐바웩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회장이 11월29일 '한-폴란드 방산협력 컨퍼런스 2022'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PGZ는 31개 업체를 거느린 폴란드 최대 방산업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폴란드 PGZ 회장, KF-21 사업 적극 참여 의향 첫 공식 피력
폴란드 최대 국영방산업체인 PGZ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은 “(한국형 전투기) KF-21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으면 기쁠 것”이라며 “한국측이 KF-21과 같은 새로운 세대 전투기 연구개발 사업에 (폴란드가 일정 부분) 책임을 맡도록 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KF-21은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오는 2026년을 목표로 개발중인 첫 국산 4.5세대 전투기로, 폴란드측 고위 인사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F-21 사업 참여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폴란드가 K2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 도입 결정에 이어 KF-21의 유럽 시장 진출에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흐바웩 회장은 지난달 2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구성품 생산 라인을 폴란드에 세운다면 EU(유럽연합)의 일원으로 우리 인접국에 강하게 (판매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KF-21 전투기나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의 구성품 생산 라인을 폴란드에서 가동할 경우 유럽국가들에 대한 공동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진수 한양대 명예교수는 “폴란드가 KF-21 일부 수량을 주문하고 옵셋(절충교역)으로 일부를 현지 생산하는, 한국판 FMS(대외군사판매)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PGZ는 31개 방산업체 거느린 폴란드 최대 방산 그룹
지난 7월 초도비행에 성공한 KF-21사업은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 형태로 진행중이지만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을 일부만 지불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PGZ는 31개 방산업체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과 이번에 폴란드 수출이 결정된 무기들의 현지생산 문제를 협상중이다.
흐바웩 회장은 “우리는 향후 수십년을 고려한 장기 산업협력을 토대로 안정적인 사업 관계를 (한국과) 만들고 싶다”며 “이는 다른 나토 국가들에게 현대식 무기(생산품)를 함께 제안하고 인도하는 데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무기도입을 책임지고 있는 폴란드 국방부 군비정책국 치오츠키 국장과 사로시엑 차장(왼쪽)이 11월28일 폴란드 국방부에서 인터뷰 뒤 포즈를 취했다. 두사람 뒤에 걸려 있는 문양은 폴란드군을 상징하는 것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폴 국방부 고위 관계자, 유럽시장 공동진출 원-윈 모델 강조
폴란드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유럽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한국과의 ‘윈-윈’ 모델을 강조했다. 폴란드군 무기도입을 책임지고 있는 치오츠키 국방부 군비정책국장은 지난달 28일 폴란드 국방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폴란드에 한국산 무기 컨소시엄 또는 조인트 벤처를 만들면 폴란드 지역경제 활성화와 장거리 운송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 한국 생산품을 내재화(內在化)해 역내 국가들에 대한 공동 수출노력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한 산업 파트너십과 협력을 통해 폴란드가 한국 무기 생산 및 유지의 허브(센터)가 될 수 있다”며 “폴란드군은 유럽과 나토에서 가장 큰 한국 무기 수요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폴란드 북부 그디니아 해군 기지에서 열린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 초도 물량 인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한국 무기의 신속한 인도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 K2 전차 180대 등 2025년까지 폴란드군에 인도
치오츠키 국장과 무기도입 핵심 당국자인 사로시엑 군비정책국 차장은 미국·독일제 대신 한국제 무기 대량도입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유례 없는 신속한 공급(조달) 속도와 기술이전 에 적극적이었던 점 등을 꼽았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폴란드군의 전차, 자주포, 장갑차 등 각종 장비를 대거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전력공백을 급히 메울 필요가 생겼는데 이를 메울 초기 전력을 수개월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었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전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병력을 14만명에서 30만명으로 늘리는 등 오는 2025년까지 군사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토방위법’(Homeland Defense Act)을 제정, 발효했다. 치오츠키 국장은 “2025년까지 180대의 K2 전차, 212문의 K9 자주포, 12대의 FA-50 경공격기, 100문 이상의 천무 다연장로켓이 폴란드군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무기도입 대금지급 우려 근거 없는 것”
폴란드는 지난 6일(현지시간) K2전차 10대, K9 자주포 24문 등 초도분 도착 및 인수행사를 이례적으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등 정부 및 군, 업계 고위관계자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신속한 무기도입에 대한 폴란드의 절박감와 한국산 무기에 대한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폴란드는 K2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다연장로켓 288문 등 총 33조원 이상의 한국산 무기를 도입키로 해 우리 방산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일각에선 폴란드가 이렇게 많은 무기 대금을 제대로 지불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치오츠키 국장은 이에 대해 “폴란드 법령상 프로젝트 소요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면 계약을 할 수 없게 돼있다”며 “근거 없는 우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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