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30여년만의 신형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 첫 공개
중·러·북한 등 세계 어디든 방공망을 뚫고 은밀하게 핵공격을 할 수 있는 미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Raider)’가 지난 2일 (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됐다. 중·러에 대한 견제는 물론 북한의 고도화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미 확장억제(전략자산)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공군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의 노스럽그루먼 공장에서 1989년 B-2 스텔스 폭격기가 등장한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신형 전략폭격기를 공개했다. AP 통신은 “B-21이 수년간 비밀 개발 끝에 데뷔했다”며 “향후 중국과의 충돌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 국방부가 내놓은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미 캘리포니아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지난 2일(현지 시간) 첫공개된 미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 B-2 스텔스폭격기에 비해 작지만 스텔스 성능이 향상됐고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돼 개발됐다./미공군/로이터 연합뉴스
◇ 미 국방장관 “어떤 폭격기도 B-21에 필적할 수 없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B-21은 전략 폭격기의 독창성과 혁신 면에서 지속적인 (미국의 전력) 우위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다른 어떤 폭격기도 B-21에 필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B-21 탐지를 어렵게 하는 코팅 작업에 새로운 첨단 재료가 사용되는 등 지난 50년간의 기술 발전이 B-21에 반영됐다며 “가장 정교한 방공 시스템조차도 하늘에서 B-21을 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21의 별칭인 ‘레이더’는 2차 대전 중 진주만 기습에 대한 보복으로 1942년 4월 일본 본토를 폭격한 미 ‘둘리틀 특공대’(Doolittle Raiders)에서 따왔다.
이날 출고식 행사는 격납고 안에서 유례 없이 높은 강도의 보안 하에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사진 촬영이 금지된 채23 떨어진 곳에서 B-21의 앞모습만 지켜볼 수 있었다. 미군 당국이 공개한 영상에서도 B-21의 정면만 공개됐을 뿐 측면이나 후면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기체 형상 노출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 B-21, 첨단 스텔스 기술 집약해 레이더에 골프공 크기로 잡혀
B-21은 현재 미 주력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보다 작지만 스텔스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첨단기술이 총결집돼 세계 최초의 ‘디지털 폭격기’로 불린다. 기체 폭이 45.7m로, B-2(52.4m)에 비해 작고, 무장 탑재량도 B-2가 27t인데 비해 13.6t 정도로 절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극초음속 미사일과 B61-12 최신형 전술핵폭탄 등을 탑재할 수 있어 질적인 타격력은 향상됐다는 평가다.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지난 30여년간 발전된 최신 스텔스 재료 및 코팅 기술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기체 형상도 B-2의 경우 공기 흡입구가 위로 튀어나와 있지만 B-21은 상부 표면과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였다. 기체 후미 또한 스텔스 성능 강화를 위해 간결한 ‘M’자 형태를 취했다. 이를 통해 레이더에 큰 새 정도로 잡혔던 B-2에 비해 B-21은 골프공 크기 정도로 스텔스 성능이 향상됐다고 한다.
◇ 온라인 업데이트 통해 미래 신무기도 언제든지 장착 가능
또 클라우드 컴퓨팅 및 최신 데이터·센서 통합 기술을 적용해 임무 수행 중 새로 발견된 목표물도 즉각적으로 타격할 수 있다. 유무인 복합운용 체계 도입을 통해 무인 조종도 가능해졌다. 무기 운용 체계도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를 적용, 온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미래 신무기도 언제든지 장착할 수 있게끔 진화형으로 설계됐다. 종전엔 신무기를 장착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적용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하드웨어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B-21은 B-2를 개발한 노스롭그루먼이 2015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노스롭그루먼의 캐시 워든 최고경영자(CEO)는 “B-21은 B-2와 비교해 내부 운용 방식이 극도로 진보했다”며 “B-21 소프트웨어에 내장할 수 있는 컴퓨팅 능력면에서 기술력이 매우 많이 진화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개발 중인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H-20의 상상도. 미 B-2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크기가 더 크고 성능도 향상된 수준으로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
◇ 대당 가격은 B-2의 3분의 1인 9000억원 수준
대당 가격이 22억 달러(2조8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로 비싼 비행기로 악명 높았던 B-2에 비해 B-21의 가격이 낮아진 것도 특징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B-21의 대당 가격은 B-2의 3분의 1 수준인 6억9000만달러(약 9000억원)로 추정된다. 미군은 총 100대의 B-21을 오는 2026년쯤부터 도입할 계획이지만 예산 압박 때문에 실제로 100대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공군의 추정 자료를 인용해 앞으로 30년에 걸쳐 B-21 폭격기를 개발·구매·운용하는 데 최소 2030억 달러(264조원)가 소요된다고 보도했다. B-21은 노후한 B-1B와 B-2를 단계적으로 대체하게 된다.
한편 중국도 B-2와 비슷한 형태의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H-20을 개발중이며 공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H-20은 B-2보다 크고 성능면에서도 능가하는 수준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PAK-DA라 불리는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개발중이지만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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