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NF 쏘나타 V33 / 사진 = 뽐뿌
현대차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보통 어떤 모습이 떠오를까? 아무래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에서는 “품질이 조악한 차”, “자국민을 만만하게 보는 기업”등의 각종 안 좋은 인식이 우리들 뇌리 깊숙이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날의 현대자동차와 그와 연관된 기아차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본다. 그런 현대차도 한때 기술의 과도기 시절이 존재했다면 어떨까? 우리들이 원하는 품질 좋은 차를 옛 시절에 내놨던 이력이 존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음…. 그 사실이 맞다면 배반감에 사무칠듯한데, 오늘 이 시간은 역대 현대차 역사상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차들을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해보자.
전/후륜
더블 위시본 중형차
NF 쏘나타
요즘 세상에 2,000cc급 중형 차에 전/후륜 현가장치를 더블 위시본으로 설계하여 시장에 내놓는다면 어떨까? 가격적인 면을 제외하고 논해보자면,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정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런 차가 현대차에 존재했었다. 그 이름은 바로 NF 쏘나타, 바로 전 세대인 EF 쏘나타의 후속작으로 출시하였다. 현대차 최초로 중형차 전용 엔진이었던 ‘시리우스’엔진에서 벗어난 첫 번째 모델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현대차의 독자 기술로 계획되고 만들어진 그런 차다.
NF 쏘나타를 기점으로 스포츠 트림인 F24S, 각종 편의 사양과 고급화를 도모한 엘레강스 트림 등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였으며, 중형차 바디에 대형차 엔진인 람다 1 3.3L 엔진을 얹은 전설의 쏘나타 V33 모델도 출시한 이력이 존재한다.
NF 쏘나타가 참으로 놀라웠던 점은 국산차 최초로 후륜 조향 장치의 ‘맛’을 가미시킨 AGCS라는 장치가 장착되어 판매가 되었다. NF 쏘나타 최상위 트림에서도 선택사양으로 제공되었던 이 장치는 운전석 뒷바퀴의 토우 값을 3° 가량 꺾어 더블위시본 특유의 안정적인 코너링에 날렵함을 더해 보다 안정적으로 주파할 수 있게끔 만드는 실험적인 옵션을 제공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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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만
잘 갈아주면
죽지 않는 그 차
한국판 코롤라로도 잘 알려진 아반떼 HD는 2006년 4월에 출시되었다. 성능적으로나 상품성 면에서나 역대 아반떼 중 가장 좋았다는 평이 주류인 아반떼 HD는, 현대차가 기술적인 면에서 과도기에 있던 시절에 출시되었다.
메커니즘 부분에선 당시 출시되었던 국산차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같은 MPi 방식의 엔진이지만 보다 나은 출력과 연비, 새로워진 플랫폼으로 인해 덩치는 커졌지만 경량화에 성공한 바디는 준중형 차들은 ‘답답하다’라는 편견을 깨준 그런 차다.
특히나 아반떼 시리즈 중 급나누기인 트림별 사양 차별화 없이, 기본적으로 멀티링크 현가장치를 적용한 차로도 유명하다. 간혹 이 차량이 아반떼 최초 멀티링크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 ‘구아방’으로도 유명한 J2 아반떼부터 멀티링크를 적용했었다.
아무튼, 아반떼 HD의 경우 MDPS 커플링에 대한 내구성 이슈와 조악한 핸들링 감각, 4단 자동 변속기의 애매한 기어비로 인한 주행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역대 아반떼들 중 가장 안락하고 가장 트러블이 적은 차량으로 잘 알려졌으며 심지어 후속작인 아반떼 MD보다 더 높은 가치를 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디자인에 대해선 여전히 호불호가 심각하게 나뉘는 차량으로도 손꼽힌다.
세타 1 엔진이다. 스커핑 문제로 인해 한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저렴한 유지비
비교적 준수한 내구성
현대차가 내구성이 좋다고 하면 대부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러나 정말로 이 시대에 나온 현대차들이 한두해만 지나면 단종된 지 꼬박 10년을 채우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존 개체 수가 많음을 보면 내구성이 좋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NF 쏘나타의 경우 초기형 모델인 2004년형과 2005년형 모델들이 여전히 중고차 매매상에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굳이 세월을 계산해 보자면 17~18년 된 중고차다. 아반떼 HD도 마찬가지다. 가장 초기형인 2006년식들이 아직도 건재하게 공도를 누비고 있으며, 평균 시세 300만 원대를 오가는 가격으로 중고차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반떼 HD를 비롯한 여러 현대차 그룹 준중형 차들에게 적용됐던 감마 MPI 엔진이다. 정비사들 사이에서도 나름 명기로 손꼽힌다. 노후화로 인해 가이드 고무 seal이 경화되어 오일 소모가 간혹 정비 사례로 나타난다.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진다는 부분은 결국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고 여전히 주행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부분이다. 이는 곧 저렴하고 풍부하게 넘쳐가는 부품과 여타 다른 차량들에 비해 간단한 구조, 저렴한 공임비에서 비롯되는 부분이다.
이런 차량들만 있으면 정비소가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다. 그러나 그 부분은 너무 과장된 소리며 아무리 내구성이 좋은 차라고 한들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다. 그들도 결국엔 기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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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품질부터
중대한 엔진 결함까지
사실 나열한 차량들 말고도 그랜저 TG, 뉴 오피러스, 카렌스 등등 여타 많은 동시대에 출시된 차량들도 명차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차들이다. 이들도 여전히 공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돌아다니는 차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렇게 무난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기 충분한 차들을 만들었음에도, 현대차는 왜 다시 되돌아 가지 못하는 걸까? 다소 씁쓸한 사실이지만 원가절감이 가장 큰 한몫을 차지하리라 업계는 보고 있다. 신소재, 경량화, 보다 나은 에어로다이나믹 등등 진일보한 부분이 굉장히 많고 그만큼 개발진들의 노고가 깃든 오늘날의 차들을 보면 당연하게도 쉽사리 비판하기 어렵고, 자동차의 트렌드를 바라보면 더욱 조심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최소한 자동차 다운 자동차를 원하는 것이다. 신차를 출고한 지 5,000km도 안되어 각종 결함에 시달리며 1인 시위와 농성을 하려고 비싼 돈을 지불해 가면서 차를 구매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곁에 둘 그런 차가 필요로 했을 뿐이었다.
가끔씩 오래된 차들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을 보고 있으면, 현대차는 과연 어떤 것을 얻어 가고자 운영하는 것인지 헛갈릴 때도 더러 존재한다. 명차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행하고 기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현대차, 정말 현대차가 바라는 부분은 자국민은 그저 ‘돈벌이’ 수단에만 그치는 부분인지 아쉬운 의문을 남기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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