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기차는 배터리로 인해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동급 내연기관 모델 대비 기본 가격이 수천만 원 더 비싸다. 만약 그 돈을 주고 그대로 사라고 하면 아무도 안 살 것이다. 내연기관 모델 사고 나머지 돈을 유지비에 쓰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보조금 정책이 내년에 변경된다. 올해에도 변경을 통해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했는데, 내년에는 보조금 지급 기준금액을 낮추게 된다. 특히 수입 전기차를 계약했던 소비자들은 갑작스럽게 날벼락이 떨어진 상황이다.
보조금 100% 지급 상한선을
500만 원 하향할 계획
원래 전기차 보조금은 차값에 따라 차등을 두지 않았다가 올해 초 변경되어 6천만 원 미만 전기차에 100% 지급하고, 6~9천만 원 전기차는 50%만 지급, 9천만 원 이상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입 전기차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테슬라는 모델 3의 가격을 낮춰 롱레인지 모델도 보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벤츠는 EQA를 5,990만 원에 출시했다. 그 외에 가격이 비싼 테슬라 모델 S, 모델 X, 아우디 E트론, 포르쉐 타이칸 등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다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500만 원 낮출 계획이다. 환경부는 올해 신설된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6천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조사와 지방자치단체 등과 최종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보조금 절반만 받는 구간인 6~9천만 원 차량도 5,500~8,500만 원으로 변경되며, 8,500만 원 이상부터는 보조금 지급이 아예 제외된다. 고급 전기차의 기준이 올해 9천만 원 이상에서 8,500만 원 이상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국고 보조금도
최대 600만 원으로 낮아진다
전기차 보조금에는 국고 보조금과 지방 보조금이 있다. 국고 보조금은 중앙 정부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연비 보조금과 주행거리 보조금, 이행 보조금, 에너지 효율 보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비 보조금(420만 원 x 연비 계수)과 주행거리 보조금(280만 원 x 주행 거리계수) 합계는 최대 700만 원이며, 이행 보조금은 최대 50만 원, 에너지 효율 보조금도 최대 50만 원이 책정된다. 합하면 최대 800만 원까지 지급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국고 보조금도 최대 600만 원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세부 항목에서 무엇을 낮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지방보조금도 이에 비례해 축소시킨다고 한다.
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의 금액은 낮아지지만 대신 더 많은 차량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조금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조금이 소진되면 차를 받을 수 없다. 현재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이 둘 다 지급되지 않으면 전기차 출고가 어렵기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정부 지원금만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몇몇 지자체는 지방보조금 고갈로 인해 전기차 출고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자 이를 개정하기 위해 논의에 들어갔었다.
해당 차량 최저 판매 가격으로
보조금 지급 기준 변경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도 변경된다. 현재는 차종, 트림별 가격으로 기준이 정해지는데, 앞으로는 구동방식과 배터리 용량, 휠 크기를 기준으로 한 최저 판매 가격으로 변경된다.
예를 들어 EV6의 최상위 GT 라인은 이번에 변경되는 정책에 따르면 찻값이 5,500만 원을 넘어 보조금이 절반만 지급되지만 기준 변경으로 최하위 트림인 라이트 트림과 동일하게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직 확정은 아니며, 환경부는 개정안을 지자체, 관계 부처 등 유관기관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1월 초 확정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5, EV6이
혜택을 본다
이번 보조금 정책 개편으로 현대차그룹 차량들이 유리해진다.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5,500만 원으로 낮췄기 때문에 아이오닉 5나 EV6은 일부 트림이 5,500만 원을 넘지만 이제 해당 차량의 최저 가격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던지 모두 100% 지급된다.
GV60의 경우에는 5,990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변경된 정책에 따르면 보조금이 절반으로 삭감된다. 옵션을 제외하는 형식으로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아이오닉 5, EV6와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수요가 GV60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있으며, 프리미엄의 의미도 없어지기 때문에 현행을 유지하게 된다.
수입차 업계는
불이익을 보게 된다
한편 수입차 업계는 불이익을 보게 된다. 벤츠 EQA는 5,990만 원에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GV60처럼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우디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Q4 e-트론을 6천만 원 미만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는데, 보조금 50%를 포기해야 될 상황이다.
자동차 업체 입장에선 전기차 가격을 내리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가격을 유지할 경우엔 보조금이 절반으로 삭감돼 그만큼 판매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전기차 판매량에 있어 보조금은 소비자 부담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대기아차는 대중브랜드
벤츠, 아우디는 프리미엄 브랜드
둘을 똑같이 비교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현대차그룹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대 아이오닉 5와 기아 EV6가 혜택을 보고, 벤츠 EQA와 아우디 e-트론이 불이익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기아차는 대중 브랜드고, 벤츠와 아우디는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똑같이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벤츠 EQA와 아우디 Q4 e-트론의 동급 모델인 제네시스 GV60도 가격이 5,990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들과 똑같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 만약 현대차그룹에 유리하게 보조금 정책을 변경한다면 GV60도 100% 보조금을 받게 되는 뭔가 별도의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것은 없다. 그 외 수입해서 판매하는 르노 조에와 쉐보레 볼트(현재 판매 중단)를 비롯해 푸조 e-208과 같은 소형 전기차들은 가격이 5,500만 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은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지급하는
보조금이 달라서 형평성 논란
지방보조금은 지자체마다 다른데, 이것이 형평성 논란이 있다. 거주지가 어디든 같은 전기차 구매자인데 어디는 적게 주고 어디는 많이 주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자체가 보유한 예산으로 지원을 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인데, 한정된 예산 내에서 최대한 많은 차량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보조금 차등이 있는 것이다. 서울은 전기차 구매자가 많아 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을 줄여 더 많은 소비자에게 보조금이 돌아가게 한 것이다. 원래 400만 원이었다가 200만 원으로 줄여 지급받는 대수를 2배로 늘렸다.
전기차 보조금이
제조사 배불리기?
전기차 보조금이 제조사 배불리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지자체에서 자동차 제조사 및 수입사로 지급되는 구조인데, 전기차를 출시할 때 보조금 지급 금액을 예상하고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A전기차를 보조금 없이 3천만 원에 책정해도 무방한데, 보조금 1,000만 원이 지급되는 것을 예상하고 제조사는 A 전기차를 4천만 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원래 실부담금액이 2천만 원이 될 수 있었는데, 제조사가 가격을 저렇게 책정하는 바람에 실부담금액이 3천만 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은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제조사 및 수입사를 지원해 준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보조금 제도를 없앤다면 제조사에서도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더욱 연구에 매진할 것이고, 더 빠르게 전기차 가격이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기차 보조금보다는 인프라 구축에 더 집중해 세금을 효과적으로 써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을 없에는 정책은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전기차 경쟁력을 뒤쳐지게 할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은 현재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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