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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한수는 정말 착한 아이였어. 친구들을 정말 아끼고 좋아했어, 

'버스에 돼지 들고 탄 은희'처럼 놀림 받는 사람 있으면 무력을 써서라도 

그러지 못하게 했어 그렇게 한수는 그 성정을 그대로 품은 채

'맘 여리고 착한', '때묻지 않은' 어른'으로 성장했어

하지만 착하다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거 다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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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는 그 시절 그 좋았던(좋았는지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억으로

제주에 왔겠지. 그런데 슬펐던 건 은희 외에는 아무도 한수를 진심으로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어

명보는 어차피 사무적으로 엮인거니까 그렇다쳐도 인권이나 호식이나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이 없었어

친구들에게 말도 안 하고 야반도주 하듯 서울로 올라갔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텐데 어렸을 때는 그게 

서운해서 화 날 수도 있지만 나이 먹고 어른이 되었다면, 그리고 정말 친구라고 생각했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품어주면 그만인데, 은행장 직함달고 고향에 온 친구 등쳐먹기 바빴지

그래도 한수는 친구들이 있는 제주로 와서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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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는 온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장남이야

하지만 그 기대 때문에 농구 선수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어

왜? 동생들은 한수 때문에 '꿈을 꿔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니까...하루빨리 가난에서 탈출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반듯하게(은행원이라는 직업의 의미) 자라야 했어, 그게 동생과 부모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라 생각하며 살았겠지, 동생들 앞가림 시켜줄 생각으로 살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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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수에게 유일하게 집착하는 부분이 생겨

바로 '딸의 꿈'이야 사실 딸의 꿈이지만 한수의 욕망이 투영된 거나 다름 없지...

그렇게 유하던 한수도 딸이 골프를 그만둔다는 소리만 하면 불같이 화를 내...

가난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일도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던 자기 자신이 너무나 처절하게 싫었던 거야...

그래서 자식에게 만큼은 대물림 할 수 없었던 거지...

자기 밑에 있는 동생들의 불만이 대단해도 어쩔 수 없는거야...

'내꿈=딸의 꿈'이 한수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목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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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명보에게 은희가 엄청난 현금 부자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

하지만 선뜻 돈을 빌려달라고 할 수 없었어, 호텔에서 은희가 그랬지? 왜 진작에 돈 빌려달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한수는 그럴 수 없지... 은희가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흔적을 너무 또렷하게 봐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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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나만 보면 껌뻑 죽는 여자 마음 이용해 돈 빌린다? 아니야 내 생각은 달라

한수는 그정도로 때묻지 않았다고 생각해 정말 힘들게 돈만 벌며 자기 자신은 잃어버린 채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뒷바라지만 하며 재미없게 사는 은희에게 '친구로서' 예전 추억 떠올리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그 이유밖에 없다고 봐

자신의 처지와 많이 닮아 있기도 했고...

7년째 별거니 이혼 준비중이라느니 이런 말을 은희에게 한 이유는 혹시 은희가 유부남 건드린 여자라고 이상하게 소문날까봐

그렇게 말 한 것 같아

차에 있는 가족사진을 뗀 건 은희를 속이려는 마음보다 타국에서 마음 고생하고 있는 아내와 딸에게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운 걸 알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