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신재연 기자] 오는 2026년까지 4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대형 사업 ‘메타버스 서울’이 개장 1년 9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공식 폐쇄일은 오는 10월 16일로, 2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대외적으로 발표된 요소는 저조한 이용자 수 때문으로, 결과만 봤을 때는 분명 세금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서울의 만듦새 등을 지적하며 과도한 용역 부풀리기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서울의 ‘몸값’은 과연 타당했을까?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와 메타버스 개발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메타버스 서울에 집행된 ‘몸값’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분석해봤다.
우선 메타버스 서울은 공공사업 특성 상 초기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우선, 정보화 사업인 만큼 국가 기술 표준에 맞춰 제반 구축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메타버스 서울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행정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만큼,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지원하는 보안 솔루션도 요구한다.
이런 메타버스 서울에 2022년과 2023년 집행된 비용은 각각 약 22억 원과 27억 원이다. 이 중 2022년 실시된 메타버스 서울 1단계 구축 용역 사업에는 약 21억 원이, 2023년 실시된 메타버스 서울 2단계 구축 용역 사업에는 약 23억 원이 집행됐다. 남은 비용은 메타버스 사업에 집행된 모든 비용이 적합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감리 용역 비용과 민간 클라우드 이용료로 집행됐다.
이 중 세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 요소는 1단계 구축 용역 사업 비용이다. 메타버스 서울의 제반을 다지는 단계인 만큼, 메타버스 서울 1단계 구축 외에도 연구 용역 및 디지털 박물관 콘텐츠 제작 용역 등 다양한 용역비가 종합된 결과물이다. 나라장터를 통해 검색한 바에 따르면, 2022년 당시 메타버스 서울 1단계 플랫폼 구축에는 21억 중 17억 7,800만 원이 집행됐다. 낙찰받은 회사는 이 비용만으로 플랫폼 개발을 시작으로 부가세, 사업 관리비, 마케팅비, 인건비, 기술비 등을 해결해야 한다.
공공기관 메타버스 사업에 참가한 바 있는 익명의 개발자는 게임메카를 통해 “이와 같은 정보화 사업에는 각종 보안과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위해 국정원 보안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더해 "서버 구조 혹은 데이터베이스도 해당 사업만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보안 시스템 구축에만 상당한 수준의 비용과 인력이 소모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집행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일례로 2022년 메타버스 서울 구축 당시에는 ‘데이터 연결에 대한 기술지원 협약’에만 1억 1,000만 원이 사용됐다.
여기에 개발 목적에 맞춰 이와 연결된 외부 데이터를 끌어오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 혹은 부처와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도 별도의 보안이 필요하다. 만약 관계 부처의 협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 발주처가 요구할 경우 원활한 시스템 유지를 위한 임시 사무실 임대와 관리비, 문서, 증빙자료, 회의록 등을 관리할 인력 고용도 고려해야 한다. 위 개발자는 “발주처 고객 대응을 위한 PM, 사업관리, 품질 관리 비용을 모두 포함해 (개발사가) 할당 받은 예산 중 인건비에만 약 2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언급했다.
더해 “보통 실시간 동기가 가능한 서버 클라우드 비용에 월 5~600만 원 이상의 서버비를 지출하는데, 사업 수준에 맞춘 보안 솔루션을 포함하면 매달 지출되는 서버비는 최소 800만 원 이상까지도 올라간다”며, 적용된 기술에 따라 높아진 유지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했다. 이는 월 800만 원을 최저선으로 잡고 계산했을 때, 연간 서버 유지비에만 매 해 약 1억 원 상당의 금액을 지출한다는 뜻이다.
실제 사용자가 발생할 경우 별도의 유지관리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메타버스 서울이 열린 2023년 한 해 민간 클라우드 이용료는 1억 6,100만 원을 차지했다. 클라우드 비용 외에도 개인 인증을 포함한 외부 데이터 연결로 인한 월 단위 고정 지출 등도 함께 고려한다면 실질적인 유지 비용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 개발자는 “이와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3D 공간에 더해 외부 데이터 연계, 서버, DB, 개인 정보 보호 등이 정부 표준을 지원한다면 개발비 자체는 납득이 가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나라장터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검색할 경우 어느 정도 유의미한 동시 접속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규모의 메타버스 구축 용역 낙찰 금액은 10억 원 내외였다.
물론, 목적에 맞춰 적합한 비용이 집행됐다는 것과 사업의 실패는 별개의 문제다. 관계자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섣부른 접근과 공공기관 내 인식 문제가 이번 사태를 낳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저조한 이용자의 핵심에는 사업 주체인 공공기관이 가진 ‘메타버스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터뷰이는 “공공사업을 위해 개발된 메타버스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게임에 가까운 콘텐츠 등으로 더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해도, 공공사업이므로 게임은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재밌게 만들기가 어려우니 개발사들이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위 개발자는 “재미에도 집중했다면 일반 유저 입장에서도 뭔가 확 와 닿는 게 있을 테지만, 공공사업이다 보니 이런 요소를 배제하고 홍보 영상이나 체험 등에만 집중한다. 메타버스 서울에 있는 시장실 콘텐츠가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재미로 봤을 때는 (유저들이 메타버스를) 계속 플레이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며 사업에 투자된 비용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밖에 없음을 지적했다.
유저의 의문이 어떤 방향으로 해소됐는지는 수치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2023년 1월 16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집계된 메타버스 서울 방문자 수는 총 34만 2,383명이다. 월간 최저 이용자 수는 2023년 4월의 8,212명, 월간 최대 이용자 수는 2023년 12월의 2만 9,908명으로, 7월 25일 기준 서울시 등록 인구 약 962만 명 중 0.085% ~ 0.310%의 시민만이 메타버스 서울을 이용했다는 말이 된다.
이렇듯 키워드에 집중해 비대면 시대에 형성된 메타버스 사업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는 가운데, 이제 정부부처는 AI를 핵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AI 기반 자동검증과 휴먼팩터 등을 고려한 초몰입 제너레이티브 게임’ 사업이 그 예시다. 하지만 메타버스 서울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AI라는 키워드에만 초점을 두고 사업을 전개한다면 같은 실수만을 반복할 지도 모른다. 단순히 키워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활용해 국민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조금 더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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