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 15개 건물에 야외 스피커 있어 이태원역 인근 평균 소음 70㏈ 이상 소음 규제 뛰어넘지만 단속 안 해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한 매장에 야외 스피커가 달려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옆사람 목소리도 잘 안 들렸어요." 이태원 참사가 있던 지난달 29일 피해자 구조를 도왔던 40대 중반 김모씨가 기억하는 사고 당시의 모습 중 하나다. 김씨에 따르면 피해자들을 대로변으로 옮기면서 사람들에게 "비켜주세요"라고 소리쳤으나 다들 듣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바로 앞 사람에게도 '비켜주세요' 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며 "길을 터주지 않아 더 늦게 내려간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목격담이 이어지면서 사고 당시 구조 및 대응이 늦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소음'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건물 2/3에 야외 스피커 6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사고가 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있는 건물 가운데 총 15개 건물에 야외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반면 야외 스피커를 달지 않은 건물은 8개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건물은 대로변 방향 전면이 접이식 유리문으로 돼 있어 '야외 스피커'가 설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유리문을 모두 열면 내부에 있는 스피커 소리가 밖으로 퍼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
사고가 난 골목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사고 당일에도 "평상시처럼 음악을 모두 틀어놨다"고 전했다.
실제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모아 너무 시끄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께 해밀톤호텔 뒤쪽에 있던 김씨는 "평상시에도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길가에 음악 소리가 큰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고 당일 오후 10시39분께 나와서 사고를 지켜봤다는 주민 박모씨(62)도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다"며 "음악소리랑 마이크에 대고 노래 부르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고 했다.
그는 "소방관들도 응급차에 왔다갔다했는데 사람들이 심각함을 못 느꼈다. 옆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소음이 압사사고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압사 사고가 일어나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소음"이라며 "소음이 많으면 집중력 떨어지고, 사람이 흥분돼 있을 때 사고가 더 잘 일어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소음 규제 있지만 단속은 없어 옥외 설치된 확성기에 대한 규제가 존재는 한다. 문제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옥외 설치된 확성기는 저녁시간(오후 6시~오후 10시)에는 65㏈ 이하, 야간(오후 10시~오전 5시)에는 60㏈ 이하의 소음이 허용되고, 사업장에서는 저녁 시간 50㏈ 이하, 야간 45㏈ 이하의 소음이 허용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르면 이태원에 설치된 옥외 확성기는 규제 대상이 된다. 국가 소음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이태원역 인근에는 지난해 3·4분기 평균 소음이 70.62㏈을 기록하는 곳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이다.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는 "사실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그렇게(이태원) 스피커 음악을 밖으로 나오게 틀어 놓는 곳이 없다"며 "거기는 마치 치외법권 구역처럼 운영을 해와서 구청에서 행정력을 제대로 발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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