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OGN(당시에는 온게임넷)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국 e스포츠에서 당시 최고의 캐스터는 정일훈 캐스터(현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대표이사)였다. 1세대 게임 캐스터인 정일훈 캐스터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등 다양한 종목을 중계했다. 이후 정일훈 캐스터의 바통을 넘겨받아 중계를 시작한 이는 전용준 캐스터였다. 워낙 정일훈 캐스터의 방송에 익숙해 있던 팬들은 전용준 캐스터의 등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커뮤니티에서는 정일훈 캐스터의 복귀를 요구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왔다. 20년이 지난 현재 전용준 캐스터는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전용준 캐스터와 함께 1세대 게임 캐스터로 평가받는 이는 성승헌, 정소림, 김철민, 최상용, 이현주 캐스터였다. 성승헌 캐스터와 정소림 캐스터는 OGN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김철민, 최상용, 이현주 캐스터는 MBC 게임 간판으로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2005년 MBC 게임은 공개 오디션인 '전문 MC 선발대회'를 개최했다. 김철민, 이현주, 최상용 캐스터와 함께 활동할 새로운 캐스터를 뽑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방송에서 공개 오디션이 당연시됐지만 20년 전에는 획기적이었다. 여기에서 대상을 받은 이는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박상현 캐스터였다.
"공채 사이트에 MBC 플러스 미디어 게임에서 캐스터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와 지원했다. 그런데 공채를 뽑는 과정을 방송으로 중계하더라. 사실 공채를 뽑을 때는 시험을 방송으로 하지 않는다. 지금은 오디션의 시대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다. 회사서는 진짜 방송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면 사람들이 보는 무대 앞에서도 잘해야 한다는 등 여러가지 방침이 있었던 거 같다. 운 좋게 대상을 받고 입사했다."
'전문 MC 선발대회' 오디션은 MBC 산하 연수원에서 시작됐다.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사람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세중게임월드에서 최종 결선을 치렀다.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다면 선배들이 와서 조언을 해주는 등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맨땅에 헤딩'이었다.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방송을 하는 캐스터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행사가 열렸지만 아무 것도 갖춰진 게 없었다. ◆ 입사 3일 만에 현장 투입 방송국은 공채로 선발한 아나운서와 캐스터들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교육을 시킨 뒤 방송에 내보내는 게 관례다. 하지만 박상현 캐스터는 3일 만에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 대회였던 MSI 2부 리그인 서바이버 리그서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까지 박상현 캐스터의 데뷔는 MSI 서바이버 리그로 알려졌으나 본인은 MSI 서바이버 리그 전 카운터 스트라이크 초창기 버전 대회에서 공식 데뷔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어디에서도 방송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케이블 방송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캐스터는 처음이었다. 캐스터를 데뷔했을 때 MBC '생방송 화제 집중' 팀에서 와서 e스포츠 방송 캐스터로 처음 데뷔하는 걸 나를 취재한다며 하루 종일 쫓아다녔다. 방송은 정신없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원래 있던 분은 잘하지만 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대중들이 신선하게 봐줬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2012년 MBC 게임은 폐국을 선언한 뒤 음악 프로그램인 MBC 뮤직으로 전환을 발표했다. MBC 게임에서 리그 중계와 '스타 무한도전' 등 많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박상현 캐스터는 곰TV로 적을 옮겼고 당시 스타크래프트2 대회인 GSL과 GSTL을 담당했다.
"MBC 게임이 폐국을 발표한 뒤 복수의 방송사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다. 그중 곰TV 배인식 대표와 이야기한 뒤 그쪽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곰TV에 부탁한 게 지금 가는 게 아니라 MBC 게임이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다음에 가겠다고 했다. 거의 마지막까지 MBC 게임이 제작했던 방송을 다 하고 나왔다."
공교롭게도 박상현 캐스터는 이후 e스포츠를 버린 MBC의 케이블 채널인 MBC 스포츠플러스2에서 중계한 오버워치 리그 캐스터를 맡았다. 당시 담당은 MBC 게임 출신인 송지웅 PD였다. 게임을 버린 MBC가 다시 한 오버워치 리그 중계를 한 기분이 어땠는지 묻자 박 캐스터는 "당시 기억으로는 경영진이 트렌드를 잘 읽고 있었다"라며 "e스포츠 대회를 제작해 우리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경영진들의 생각이 그러다보니 e스포츠 리그를 중계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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