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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이 돌변해 벌떼 공격... 서해 노린다, 中 30만 해상민병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7 0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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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톡] 레이저무기 등으로 무장 




배들을 일렬로 연결하는 '연환계'로 단속 등에 대항하고 있는 중국 어선들. 해상민병대 어선들이 남중국해는 물론 서해에서도 종종 활용하고 있는 전술이다. /조선일보 DB



중국이 남중국해 등 영유권 분쟁 지역이나 조업 갈등이 벌어지는 해역에서 무력을 행사하기 위해 준군사 조직인 ‘해상민병’(Maritime Militia)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미군 등 상대방의 군사적 대응을 어렵게 하는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 수단으로 해상민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우리나라와의 서해·이어도 해양분쟁에도 해상민병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정부 및 군 당국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평상시 생업에 종사하다 전시(戰時)에 군으로 편입되는 민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상민병은 18~35세 어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고, 전체 민병(800만명) 중 3.7%인 30만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 평소 생업에 종사하면서 해상시위·정보수집


해상민병은 평소 생업에 종사하면서 훈련, 물자운반, 해상 시위 등 군사적 활동을 수행하거나 해군·해경의 정보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광동의 차오저우 지방군구는 해상민병대에 정찰 및 감시, 연락에 필요한 최신식 장비들을 장착토록 하기도 했다.


중국은 특히 최근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일본·베트남·필리핀 등과 영유권 및 조업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국 선박이나 함정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상민병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5년 10월 미 해군 소속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이 남중국해 인공섬의 12해리 이내로 진입해 초계 작전을 수행하자 중국 어선단 수백척이 달라붙어 ‘벌떼 전술’로 압박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남중국해에서 항해하는 수십척의 중국 어선들. 해상민병대는 수십~수백척의 어선이 진형을 만들어 '벌떼 전술'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



당시 미 이지스함은 외형상 중국 선박들이 군함이 아닌 어선이어서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어선들의 이런 행태는 타국 해군·해경이 민간 어선에 대해 군사적·물리적 개입을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회색지대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남중국해 해양분쟁과 회색지대 전략:중국 해상민병대 사례연구’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해상민병대는 중국 정부와 군으로부터 통제 및 명령을 받아 해상시위 참가, 물자운반 지원, 외국어선 추방 등 여러 역할을 맡아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도 물자이동 등 역할


1950년대 중국 인민해방군의 도서점령 작전, 1974년 서사군도 점령, 1995년 미스치프 암초 사건, 2009년 미 해군 과학조사선에 대한 항로 방해, 2011년 베트남 조사선 방해, 2012년 필리핀-중국간 스카버러 암초 해상대치 등에서 해상민병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2014년 5월에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에서 중국 석유시추선의 진입을 베트남 어선들이 방해하자, 호위하던 중국 어선들이 베트남 어선들을 침몰시키기도 했다. 이들 중국 어선은 해상민병대로 추정됐다. 해상민병대는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민병대는 중국이 수비, 미스치프, 존슨 사우스 등 7개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할 때 각종 물자이동, 순찰, 호위 등의 임무를 맡았다.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 인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고 있는 미 이지스구축함. 중국 해상민병대의 '적대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미군 수뇌부도 해상민병대에 대한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DB



지난해 5월엔 남중국해에서 비행하던 호주 해군 소속 헬리콥터가 중국 어선들로부터 레이저 공격을 받아 파문이 일었다. 당시 호주 해군 헬기는 다국적 해상훈련을 위해 남중국해 공해상을 비행하다 여러 척의 중국 어선으로부터 레이저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은 부인했지만 호주 군당국은 해상민병대의 소행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8년엔 아프리카 지부티에서도 미국 항공기가 중국 어선으로부터 레이저 공격을 받아 조종사 2명이 눈에 경상을 입었던 사건도 있었다.


해상민병대에 의한 ‘적대행위’가 늘어나자 미군 수뇌부도 해상민병대에 대한 적극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해 4월 존 리처드슨 미 해군참모총장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경이나 해상민병대를 정규 해군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중국 어선의 우리 고속단정 격침사건도 해상민병 의심


리처든슨 총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 해군은 전 세계에서 통상적이고 합법적인 작전을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라면서 이런 뜻을 밝혔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리처드슨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민해방군 소속 해군 함정 대신 해경과 해상 민병대 선박을 활용해 ‘회색지대 전략’으로 주변국을 압박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로 풀이됐다.


문제는 중국 해상민병대가 우리에게도 ‘강건너 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 서해상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들의 과격행위 배후에 해상민병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서항 전 한국해양전략연구소장은 ‘중국의 새 어민세력 해상민병을 경계하자’라는 기고문을 통해 “지난 2016년10월 서해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에 의한 우리 해경 고속단정의 침몰사건을 중국 해군·해경과 사실상 연계돼 대외적으로 자국 해양이익 강화의 일선 첨병으로 활동하는 ‘해상민병’ 행태의 전조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밝혔다.




2016년10월 서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경 고속단정을 고의로 침몰시켜 파문이 일었다. 그림은 고속단정 침몰 상황도./조선일보 DB



지난 2016년10월7월 인천시 소청도 남서쪽 76㎞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4.5t급 고속단정 1척을 100t급 중국어선이 고의로 들이받았다. 당시 고속단정에는 정장 혼자 타고 있었고, 나머지 해경특수기동대원 8명은 이미 다른 중국어선에 올라 조타실 철문 앞에서 중국 선원들과 대치하던 중이었다.


정장은 고속단정이 전복되는 순간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지만 하마터면 중국어선에 부딪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그뒤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어선 수십 척이 몰려와 우리 해경의 다른 고속단정까지 위협했고, 해경은 사고 방지를 위해 중국어선에 승선해 있던 대원 8명을 해경 경비함으로 철수시켜야 했다.



◇ 서해·이어도에 대한 ‘회색지대 전략’으로 활용 가능성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해를 자신의 내해(內海)로 만들고 이어도 해역 등에 대한 관할권을 강화하기 위해 남중국해와 유사한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여기에 해상민병대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해상민병대의 주요 활동 근거지 중 한반도와 가까운 곳도 4군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수량이 1만t이 넘어 세계 최대로 알려진 중국 해경의 3901 경비함.  미국 등에 대응해 남중국해에 배치돼 있다. /월간 국방과 기술



우리 해경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할 때 일부 어선들이 연환계(배를 일렬로 서로 연결해 대항하는 것)를 쓰거나 진형을 형성해 집단 저항하는 등 지휘 선박의 지시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남중국해 등에서 나타난 해상민병의 전형적인 행태과 같은 것이다. 수년 전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던 해상민병대 소속 레이저무기 장착 최신형 어선들이 사라졌는데 뒤에 서해상에서 발견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슬 박사는 “중국은 서해에서 어선을 활용한 불법조업을 증가시키고 있고, 해상민병대의 동원은 물론 군사훈련까지 과시하며 서해에서의 중국 입지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며 “향후 한반도 주변에서 해상민병대 활동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존 관행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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