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을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3학년, 취업준비노선에 뛰어들 때 만났고
내가 먼저 취업을 했고, 그 사람이 취업을 준비할 때도, 최종적으로 취업에 성공했을 때도, 흔들림 없이 연애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2주년을 겨우 넘긴 그 계절에 우리는 헤어졌다.
나와 이별한 뒤 얼마 안가 그 사람의 첫 직장, 첫 사수와 연애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헤어진 지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흔들림 없이, 서로 신뢰로 가득찬 우리 연애가 어느순간부터 무너졌던 걸까? 너무 우울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오늘 소극장을 다녀오니 그 답은 사실 명확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았고, 설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게 너였을 뿐. 나는 정으로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너는 아니었을 뿐


죽도록 미워도 해봤고 죽도록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다


오늘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를 2번이나 듣다 보니 어렴풋 너가 떠올랐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 말을 끄내기 싫어서 우린 얼마나 빙빙 돌아간 걸까.


6집의 의미처럼, 너와의 끝이 내 인생에 나름 도움되기도 했다. 덕분에 깊은 감동이 잦은 사람이 되었으니까..?


소극장 다녀와서 지금까지 기분이 찝찝한 건 이런 생각만 가득해서겠지만,


이런 상념에 빠지게 도와준 내 가수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내 인생의 등대가 되어주신다면..언제든 어디서든 오늘처럼 찾아갈게요

그리고 카제 부를 때 옆에서 자기가 코러스 가수인 줄 알던 내 옆자리분 진짜 제발 그러지좀 말아주세요 당신 노래 못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