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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얀데레 프리스크 下앱에서 작성

야옹(116.36) 2025.03.05 06:31:57
조회 63 추천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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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 이어서 씀. 뒤에 좀 더 추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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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어선 시간, 자그마한 형체가 불현듯 현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짓자락에 달라붙어 있던 눈이 녹아내리며 아스팔트 위에 흥건한 얼룩을 만들었다. 샌즈는 꺼림직한 몰골에 미간을 살짝 좁혔다. 아이의 왼뺨을 따라 번진 화상 자국과 얼굴을 덮은 두꺼운 붕대가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이 심야에 어린 아이를 집 안으로 들이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단지 형식적인 예의로 무슨 일인지 물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침묵만이 돌아왔다. 섬뜩한 시선을 회피한 지 어느덧 삼분이 지났다. '이상한 꼬맹이로군' 이런 판단과 함께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그러나 운명은 끈질겼다.

(똑, 똑) 예상대로였다. 집요하리만치 규칙적인 노크 소리에 샌즈의 잠이 산산히 달아나 버렸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눈꺼풀을 내렸다. (똑, 똑) 멈출 줄 모르는 노크는 어느새 (쿵, 쿵)으로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예의범절이라 부르기엔 무색할 정도였다. 깜짝 놀란 샌즈는 마음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온갖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불조차 켜지 못한 채 계단을 한 칸씩 내려섰다. 이번에는 문을 그저 열지 않고, 거칠게 열어젖혔다. 노골적인 짜증을 드러내며 자신의 안광을 직시하는 아이에게 동일한 태도로, 샌즈 역시 아이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진홍빛의 섬뜩한 눈동자, 실밥 사이로 얽혀있는 먼지, 청자색 줄무늬 옷을 허름하게 걸친 그 모습은 이제껏 면밀히 살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특히 그 먼지는...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봐, 꼬맹이. 밤에 남의 집 문을 그렇게 두드리면, 곤란해진다고."

말끝을 흐리며 한걸음 다가서자, 아이의 눈가가 희미하게 휘어졌다. 그 웃음이 의도적인 것인지, 단순한 감정의 잔재인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비린내였다. 축축한 옷에서 풍기는, 마른 피와 썩어가는 살의 그 기묘한 향취.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침묵이 공기를 잠식했다.

아이는 말 대신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머뭇거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동작. 그리고 샌즈의 손목을 영원히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집요함으로 감싸쥐었다. 그 순간, 땀방울이 등골을 타고 내려앉았다. 손끝으로 전이되는 촉감. 지나치게 차가웠다. 마치 혈액이 완전히 정지된 것처럼. 방금 전까지도... 어딘가 찬 땅바닥 위에 널브러져 있었던 것만 같은 냉기였다. 샌즈가 본능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몸부림치자, 아이가 아득한 목소리로 침묵을 갈랐다.

"—죽였어."

"뭐라고?"

"모조리 죽였어."

붕대 너머로 서서히 번지는 미소.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며, 틈새로 하얀 이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 미소는 웃음이라기엔 지나치게 굳어 있었고, 마치 잘못 꿰맨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것 같았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두개골 내부에서 기괴한 공명이 울려 퍼졌다. 바로 그때였다. 아이가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섰다. 비에 젖은 작은 신발이 현관을 더럽혔다. 그 발자국이, 스멀스멀 번졌다. 샌즈는 그 장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단단히.

"그러니까, 나 혼자 남았어. 이제 네가 필요해."

그 말과 동시에 등 뒤에 감춰두었던 손을 내렸다. 샌즈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 방향으로 끌려갔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나는 물체. 묵직한 곡선을 지닌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망치였다. 손잡이 부분이 젖어 있었다. 물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판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것이 지금 아이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는 현실이었다. 아주 굳건히 움켜쥔 채, 미동조차 없이.

순간, 샌즈는 잠시 말을 잃었다. 무언가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이미 발생했고 이제 그 종착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의 예감이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발걸음을 뒤로 물리려는 찰나, 아이가 움직였다. 망치를 쥔 손을 단숨에 휘둘렀다. 그 동작은 망설임이 없었다. 재빨리 회피하려 했다. 그러나 때늦었다. 망치의 끝이 정확히 그의 측두부를 강타했다. 시야를 새하얗게 물들이는 격렬한 충격. 비틀거리는 몸이 문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습기가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어렴풋이 흐릿한 시야 너머로 그것을 목격했다. 피였다. 피가 손바닥에서 미끌거렸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축축한 감각이 온 신경을 갉아먹었다.

거부할 여지도 없이 다시 한 번 강렬한 충격이 머리를 강습했다. 충격과 함께 사고가 와해되었다. 한순간, 모든 감각이 소멸되었다. 그리고 암흑이 찾아왔다.

***

1. 각성제

앞을 더디게 응시했다. 진홍빛 홍채와 눈이 마주쳤다. 그 섬뜩한 광경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간신히 현실과 의식 사이를 부유하는 정신과 육체를 붙들었다. 무릎을 굽힌 채 자신과 눈높이를 맞춘 아이를 보자, 숨죽였던 신음이 입술 밖으로 새어나왔다. 그 불길한 눈동자의 시선이 자신을 관통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날카로운 시선을 회피하며 시야를 아래로 두었다. 다리가 속박됐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스멀거렸다. 손목을 둘러싼 거친 밧줄의 촉감이 생생했다. 손목만 구속된 상황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으나, 현 곤경에서는 그 정도의 속박에 그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갈 무렵, 문득 주변을 훑어보고자 하는 호기심이 꿈틀거렸다. 측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각성제'라는 문구가 새겨진 약병이 보였다. '설마 강제 투약을 시도하려는 것은 아닐 테지,' 이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진정시키고자 몸부림쳤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자유조차 혀용되지 않는 것인가? 아이는 어느새 샌즈의 턱을 손아귀로 움켜쥐며 무자비하게 뒤로 젖혔다. 골수까지 꿰뚫는 압박의 고통에 시야가 서서히 암흑으로 잠식되었다. 아이는 손에 쥐고 있던 물 컵을 들어 샌즈의 입 안으로 쏟아부었다. 이어서 개봉된 약통에서 각성제 정제 하나를 입안으로 투하했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한 완력으로 턱을 다시 닫았다.

"이게.... 읍... 무, 무슨 패악을—"

식도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구역질이 밀려왔지만, 목구멍은 굳게 닫혀 버렸다. 복부를 철벽처럼 단단히 조이며 내용물을 쏟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닌지, 끝내 내용물은 꿀꺽 제자리로 돌아갔다. 입가에서 침이 흘러내려  티셔츠를 적셨다 아이는 양 볼을 끌어올려 싱글벙글 웃었다.

"느낌이 어때?"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낯설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가 가슴을 타고 오르내렸다. 마치 처음 호흡하는 것처럼. 신경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생경한 감각. 각성제 때문이었다. 혈류를 따라 빠르게 퍼진 약효가 신체를 날카롭게 각성시켰다. 모든 감각이 과장되게 증폭되었다. 귀에 닿는 소음이 불쾌하게 날카로웠고, 피부에 닿는 공기조차 차가운 날붙이처럼 서걱거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는 샌즈가 잠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강제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극한의 피로를 느끼게 했다. 눈꺼풀을 감을 수 없으니 눈은 계속 마르고, 깜빡이는 것조차 따가웠다. 피로가 쌓이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점점 현실과 환각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2. 열고문

샌즈의 감각은 점점 아이의 손아귀에서 조정당하고 있었다. 반복적인 자극이 그의 신경을 잠식해 갔다. 손목이 단단히 묶인 채, 그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뜨겁게 달궈진 금속이 서서히 피부 가까이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지만, 도망칠 공간은 없었다.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팔목을 휘감았다. 실제로 닿지는 않았어도, 그의 뇌는 이미 화상을 입었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살갗이 벗겨지고 뼛속까지 그을리는 듯한 통증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은 실제보다도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안 돼, 안 돼.”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행위는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 아이는 검붉은 액체가 담긴 철통에서 숟가락을 떠내더니, 장난스럽게 휘저으며 샌즈의 입으로 가져갔다.

"별로 뜨겁지 않아. 봐, 후—"

마치 애인에게 음식을 식혀주는 것처럼, 아이는 가벼이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러면서도 숟가락을 빙빙 돌리며 장난감 비행기처럼 그의 입 앞에서 맴돌았다. 샌즈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차가운 금속이 눈구멍 위에 닿았다. 그 순간, 뜨거운 액체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

비명이 방을 찢고 울려 퍼졌다. 목이 터질 듯한 절규에 성대가 찢어진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숟갈을 떠냈다. 입을 다문 샌즈의 얼굴을 살짝 기울이더니, 틈을 비집고 액체를 흘려넣었다. 혀는 이미 새까맣게 지져진 상태였다. 존재하지도 않는 식도를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며 목구멍을 태웠다. 내부에서부터 뼈가 지글지글 타들어 갔다. 녹아내린 뼛조각과 액체가 바닥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부터, 샌즈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도망쳐야 한다.'

3. ??

샌즈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각성제와 열고문이 겹쳐지면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정신은 피로와 고통 속에서 점점 흐려졌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아이가 잠시 다른 도구를 챙기러 돌아선 틈을 타, 그는 숨을 고르며 머리를 굴렸다. 탈출이 가능할까?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손목이 자유롭다면 몰라도, 최소한 다리는 묶여 있지 않다고 해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아이를 속이거나 설득해야 했다. 목소리를 최대한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타들어 간 목구멍에서 갈라진 신음이 새어나왔다.

“…왜 이러는 거야? 너한테… 뭘 잘못했어?”

아이의 손이 멈췄다. 동공이 살짝 작아졌다. 작은 손이 샌즈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따뜻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그 손끝에는 불길함이 서려 있었다. 이 아이는 목적 없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이 모든 걸 하고 있는 걸까?

"잘못? 아니야, 네가 뭘 잘못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냥, 네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싶은 거야."

궁금했다. 만약 아이를 설득한다면, 이 짓을 멈춰 줄까? 혹시라도 원하는 대로 돼 주겠다고 말하면, 그 아이는 망설일까? 혹은, 단 한순간이라도 안쓰러움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샌즈는 머릿속에서 문장을 정리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입을 열었다. 아이의 손끝이 턱선을 따라 느리게 흘러내렸다.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 눈빛에는 망설임이 비쳤다. 마치 그의 말을 되새기고 있는 듯했다.

지금이다.

샌즈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속으로 필사적으로 계산했다. 선택지는 단 두 가지. 아이가 흥미를 느끼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더 끔찍한 방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샌즈의 심장은 격렬하게 고동쳤다. 아이의 반응 하나하나가 운명을 결정할 것이었다. 아이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 침묵은 날카로운 칼날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샌즈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통제하려 애썼다. 한순간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었다.

"쉬게 해주다니, 재미있는 제안이야."

그러나,

"……하지만 안 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 이유가 없잖아? 나는 네가 변하는 걸 직접 보고 싶어. 네가 억지로 꾸미는 게 아니라, 진짜로 변하는 걸."

그림자가 일렁였다. 벽에 걸린 희미한 빛마저도 한순간 어둠에 삼켜졌다. 아이의 손가락이 서서히 힘을 줬다. 그 순간, 결박이 더 강하게 조여왔다. 샌즈는 숨을 헐떡이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저항은 무의미했다.

아이는 샌즈의 티셔츠 밑으로 손을 서슴없이 밀어넣었다. 얼음장 같은 아이의 손길이 온몸을 전율로 뒤덮었다. 복부에서 가슴을 향해 천천히 오르던 손이 돌연 멈췄다. 옷은 순식간에 벗겨졌다. 갈비뼈 사이로 드러난 속을, 마치 희귀한 발견물이라도 된 듯 요리조리 살폈다. 목덜미를 은밀히 쓰다듬으며 감촉을 음미했다. 그러다 손길은 다시 아래로 향했다. 이번엔 허벅지 안쪽살에 비볐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리 사이의 어둠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아, 흐읏…!"

뼈 안쪽을 긁어내는 소리와 바짓자락이 뼈와 스치며 공기를 가르는 소음이 감각을 자극했다. 깊숙이 파고들었던 손을 천천히 빼내었다. 바지를 단단히 움켜쥐고 아래로 단숨에 벗겨냈다. 몸부림치는 샌즈의 낑낑거리는 신음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발가락이 구부러진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귀여웠다. 옆으로 돌려진 몸에서 앙상한 엉치뼈가 드러났다. 샌즈는 여전히 몸을 비틀며 안간힘을 썼다.

샌즈는 자신의 참담한 모습을 들키기 싫은 듯 얼굴을 바닥을 향해 필사적으로 돌렸다. 거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앙상한 갈비뼈가 부풀었다가 잦아들기를 끝없이 반복했다. 마지막 저항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마저도 힘이 빠져 결국 축 늘어졌다. 그러나 이 행위는 아직 서막에 불과했다. 각성제를 먹였기에, 다른 여러 가지도 시도해볼 여유가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샌즈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그러니까. 조금 더 즐겨보자, 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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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나름 신경 썼다. 문체도 살짝 손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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