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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써갈겨봄

ㅇㅇ(212.89) 2024.10.23 19:25:02
조회 159 추천 10 댓글 0


브금 듣고 생각나는대로 써봄, 한 30분 정도 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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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눈발이 옷깃을 스밀고 지나갔다.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기 그지 없었지만, 해골은 그저 좀 쌀쌀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쌀쌀하고, 많이 조용했다. 그 정도만으로도 그의 감상을 대변하기엔 충분했다.

발치에 차마 날아가지 못한 붉은 머플러가 엉킨채로 나풀거린다. 짙은 먼지조차도 바람에 쓸러 어디론가 흘러가버린 지 오래인데, 슬리퍼에 밟혀 이도저도 못하고 허공을 휘적거리는 머플러를 그는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리고선 그곳에서 천천히 발을 거뒀다. 머플러는 미련도 없이 휙, 그를 지나쳐 사라진다.

또 다른 작별이였다.
또 다른 안녕이였다.

또 다른.
···············.

해골은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늘상 그의 곁을 머물던 나른한 분위기가 입꼬리에 가득 내걸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왜인지.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그는 정처없이 몸이 향하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소매에 하얀 눈들이 스며들어 짙은 자국을 하나씩 남겨가던 와중이였다.

한참을 걸어 닿은 곳은 침묵만이 가득 내려앉은 마을이였고, 그의 집이기도 했고, 폭포수가 숨 죽인채로 흐르는 동굴이기도 했으며, 또 열기가 펄펄 끓는 대지이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엔 이유가 없었으며, 감정이 없었으며, 자기 자신이 없다는 것을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발을 이끌어 도착한 곳은 하얀 먼지가 흩날리는 황금빛 복도였다. 유리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볕은 산산히 부서지고, 그림자들은 뭍에 가닿은 해일마냥 부드럽게 너울거렸다. 해골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참 아름다운 날이였다.

- 안녕.
- ······꽤 바빴었지, 응?

눈을 감고도,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디선가 미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모자를 살살 흔들고, 인간의 머리칼을 조금 헝클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고요가 이어진다.

- ············.
- ···그래, 물어볼 게 하나 있어.

- 가장 나태한 괴물이라 할지라도 바뀔 수 있을까···?
- 노력만 한다면, 모두가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느릿하게, 인간이 다가온다. 죽음이 다가온다. 그 죽음은 일정하게 보폭을 두고 움직였다. 해골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 헤······.
- 좋아.

- 그럼, 여기 더 괜찮은 질문이 있어.

죽음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제서야 해골의 시선이 서서히 그와 눈을 맞췄다. 금빛과 붉은색이 어지럽게 뒤엉킨 눈동자가, 새하얀 서리를 닮은 안광과 서로 맞닿았다. 손에 쥐인 날붙이가 금방이라도 내리찍을 듯 가슴팍을 겨누고 있었다.

- 제발, 친구야.
- ···나 기억나?

언제까지 이럴 생각이야. 라는 말은 이어지기도 전에, 서슬 푸른 칼날이 해골의 영혼을 정확히 꿰뚫음으로써 종적을 감췄다. 무수한 먼지들이 순간 허공에 가득 번진다. 무언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는데, 그게 깊은 한숨인지 아니면 허탈함이였을지, 그저 영혼이 부서지면서 난 파열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셋 모두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뭍에서 연신 거품을 물고 스러지는 파도같은 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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