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서의 서사가 아니라

몰입 상태에선 못 느끼는

내러티브의 제일 겉면이라 해야되나

약간 토비의 무서움 + 우리 마음이 교묘한 점이기도 함

혹시 별로 자세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듣고 좀 기분나쁠 수 있으니 주의

우리는 보통 이 겜 세계를 마음대로 주물거리는 짓을

학살이나 리셋, 로드로 떠올리잖아

쌘즈도 그거 하면 좆같아하고

회차 세이브를 포기하기를 권유함

플라위도 6소울 전투 끝에 죽이기가 아니라 살려주기를 하면

뭔가 깨닫는 바가 있는지 2회차를 지켜봐주고 조언도 하며 내용이 진엔딩까지 진행됨

근데 생각해보니까

로드든 학살이든 그런 짓들을 하는 이유는

게임 안 캐릭터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잖아

그런 점에선 사실 살려주기도 똑같다는거지

우리가 포토샵 플라위 이후로 플라위를 보통 살려주는 이유는

'함부로 생명을 빼앗을 순 없다', '우리도 이 세계를 한바퀴 돌며 배운게 있다' 같은 내러티브도 있지만

사실 우리 마음속의 조금 더 안쪽의 동기는 궁금함이란거

플라위를 (적어도 이번 시간선에선) 더 안 볼 수 있는 결정이 가능해진 순간에

우리의 마음은 솔직히 자비보다는

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뭘 할 계획이길래?

그리고 지금 살려주면 무슨 반응을 할까?

'지금 죽이면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까지 궁금해서 머시를 고르는게 더 크지 않을까

플라위가 우리에게 뭘 보여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처음으로 주도권을 뺏기고 개쳐맞아 목숨이 경각에 달린데다

어느 정도는 플레이어와 비슷한 격을 가지기도 하던 플라위는

저 상황에서 자신이 게임 캐릭터로 대해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거지

혹은 눈치채고도 입 밖에 내는게 더 처참한 기분이라 말하지 않거나

플레이어랑 같은 의도를 가지다가

마지막에 거기에서 분리된 프리스크야

그저 처음부터 순진하게 자비를 나누던 회피왕 아이로 볼 수 있지만

우리의 동기는 달랐단 거지.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궁금함 밖에 없었던 거

하지만 우리는 그걸 프리스크라는 상징을 통해서 미화할 수 있음

마음씨 착하고 강한 아이가 일으킨 따뜻한 순간들이기도 했다고

인간이 차라와 프리스크 중에서 슈뢰딩거 상태고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둘 중 하나로 분리된다는 설까지는 유명하지만

내러티브 상에서 프리스크의 '기능'은

쉽게 파해쳐질 수 있는 우리의 게임 바깥 사람의 역함과 / 게임 내 인물인 프리스크를 분리시킴으로서

최종적인 기억 포장을 마무리하는 역할 아닌가 싶음

아마 이거랑 비슷한 소리를 이미 다른사람들도

'어? 잠깐만 플라위 이때 안죽이는거 자비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궁금해서 아니냐' 하고

얘기 여러번 나왔을것 같긴 한데

나도 이제서야 새삼스럽게 깨달아서

와 ㅅㅂ 명품연출에 속았다! 하고 떠들게되네

ㄹㅇ 토비는 대단한 게임개발자다...

그러니까 델타룬도 빨리 챕3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