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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로 살면서 서러웠던 썰2.ssul앱에서 작성

ㅇㅇ(121.160) 2015.11.02 00:46:04
조회 7392 추천 10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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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쓴 글에 다들 응원해줘서 고마운데, 밤이라서 감수성도 폭발하고 생각해 보니 서러운 일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조금 더 써본다.

내 가족 때문에 서러웠던 일들이야.


1.내겐 아버지가 계시다. 물론 6살 때 이혼해서 1년에 얼굴 한두 번 볼까 말까한 분이시지만, 그래도 연락이 아주 끊긴 어머니에 비하자면 '부모'라고 부를 만한 유일한 분이셨지.

아버지한텐 방랑벽이 있는지 늘 한 곳에 머무르지 못했어. 어느 곳에 정착하나 싶으면 떠나고, 문제를 일으키고… 특히 알콜 중독이 심각하셨다. 아직도 이건 치료하지 못하셨고 참이슬 클래식 패트병으로 매일 한 병씩은 갈아치우셔야 하지.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 때 스마트폰이 없었어. 수능생이었을 때였나, 반에서 스마트폰을 가지지 못한 애는 나밖에 없었지. 갖고 싶었지만 첫 번째 썰에서 말했듯이 집안 사정이 엉망이었다. 말하는 건 엄두도 못 냈지.

내가 폰을 꺼낼 때마다 아직도 그걸 쓰고 있느냐는 소리가 너무 싫었어. 그래서 고민하다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지.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께 무언갈 부탁한 날일 거야.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다고…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지도 몰라서 더듬거리며 말했지.

아버지가 잠시 말이 없다니 알겠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난 아버지가 여유가 있으셨겠거니 했다. 보내온 건 G pro2… 정가는 90만 원에 달하는 물건이었지. 그러니까 당연히 아버지가 여유가 있으신 줄만 알았던 거야.

아버지가 내가 지금 두드리고 있는 이걸 사기 위해서 빚을 내고, 다리도 안 좋으신데 막노동판을 전전하셨단 건 얼마 전에야 알았다. 술 먹고 누나가 말하고 나서야 알았어.

아버지는 늘 내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걸 부끄러워하신 분이셨지. 1년에 한두 번 보느라 아버지 노릇은 하나도 못했다고… 어릴 땐 할머니 할아버지와 매번 싸우는 아버지가 미운 날도 많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자식 새끼 부탁 하나 들어주시겠다고 그 고생을 하셨나 보다… 어쩔 때 나랑 함께 걷기라도 하면 어색해서 말도 잘 못 나누는 그 사람이.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울컥했다. 울진 않았는데 슬프더라. 언젠가 아버지가 앞장서서 걸었던 겨울날이 있었어. 그때 장갑을 벗어서 내 손에 끼게 하셨는데, 아마 그때도 그런 심정이셨겠지.

그리고 억울하고 슬프더라. 고작 부탁 하나 때문에 아픈 몸 이끌고 공사판을 전전해야 하는 그 상황이… 흙수저란 스마트폰 하나 가지려면 이딴 상황을 겪어야 하는 거다.

2.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부터 날 키우셨지. 그래서 실질적인 부모님은 그 두 분이야. 어릴 땐 할아버지가 늘 나를 때리셨어. 하루는 벌거벗고 눈이 내린 겨울에 마당에서 맞아 눈바닥을 구른 적도 있었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쯤 폭력은 없어졌다. 할아버지도 전쟁 고아 출신이셔서 6살 때 어머니와 버려졌다더라. 그게 내 모습과 겹쳐져서 너무 화가 났다고, 미안하다고 술 먹고 사과했을 때에서야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다.

없는 벌이에 손주까지 키우느라 한땐 경찰도 부르고, 날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하시기도 하시던 분들이셨지만 날 잘 키워주셨어. 그런데 늘 없이 살았던 내가 질퐁노도의 시기에 들어서니 사단이 났지.

내 친구들한테 먹을 건 얻어먹고, 거지처럼 다니는 게 너무 짜증났던 거야. 어리고 철없던 시절이라 난 할아버지 지갑에 손을 댔다. 금액도 꽤 컸어. 4만 원.

멍청했던 거지. 4만 원을 빼가고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길래 다음엔 3만 원을 빼갔다. 그런데 그 얇은 지갑에서 그만큼 사라지는 걸 모르실 리가 없었어.

저녁 먹는 자리에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요즘 돈이 자꾸 없어지는데 아는 거 없느냐고. 그런데 그 눈은 이미 확신범을 보는 눈이셨어. 바로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맞을 거라 생각했지.

아무리 잠잠해졌어도 할아버진 내게 공포의 대상이니까.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두 분은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 마지막에야 할아버지가 한 마디 하셨어.

앞으론 말하고 쓰라고. 그리고 내게 일주일에 5000원씩 용돈을 주시기로 했다. 물론 집안 사정으로 금방 끊겼지만…

4만 원을 훔쳤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서럽더라. 정신이 퍼뜩 든 거지. 내가 돈에 미쳐서 몹쓸 짓을 했단 것만 알았다.

그 이후로 난 할아버지 지갑은커녕 다른 사람 물건이면 손도 대지 않게 됐다. 그때 너무 내 자신에게 부끄럽고 서러웠거든. 4만 원은 우리 집에겐 큰 돈이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학습지도 못 사는 사정에 서울 안의 대학, 명문대는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은 건동홍 중 하나 다닐 수 있는 건 가족의 교육만큼은 흙수저가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다. 중학교 이후엔 맞은 적도 없고 사랑을 듬뿍 받은 셈이니.

그래도 이혼은 하지 마라. 자식 험한 꼴 당하고 그 때문에 어머니 관련 소재 나올 때마다 혼자 울적해지는 기분 모를 거다. 대신 물려줄 재산이라도 없으면 사랑이나 줘라. 그럼 그럭저럭 잘 크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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