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충무로 인쇄골목부터 이어지는, 개발이 비교적 덜 된 을지로엔 오래된
노포집이 많다. 과거 피맛골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피맛골에
있던 노포맛집들은 몇 집을 빼곤 전부 역사만 오래됐지 그저 그런 평범한 음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을지로는 개발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 다녀온 을지로3가 조선옥이 그런 곳이다. 을지로3가 지하철역 6번
출구를 나와 20여미터를 걸어가면 잡다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 사이로 왼편에 골목이 나오고 안쪽에 3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보인다. 여기가 70년이 넘었다는 조선옥이라는 식당이다.
을지로 3가 허름한 골목길에 있는 조선옥
조선옥은 양념갈비나 갈비탕, 장국밥을 파는 고깃집이다. 한우 양념갈비가 1인분에 5만원이
넘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난 모 신문사의 부장과 점심 약속이 되어 있다. 난 처음 온 식당인데, 그 부장은 몇 번 와봤다고 한다.
대구탕 메뉴가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대구탕을 먹자고 한다. 메뉴를 보니 정말 대구탕이
있다. 고깃집에 웬 대구탕? 하는 마음으로 대구탕으로 두
개 시켰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겉절이 배추김치와 깍두기
기본 찬이 나오기 무섭게 탕 두 그릇이 배달됐다. 근데 이게 웬 걸?
그 대구탕이 아니었다.
기본 찬 깍두기와 배추김치
육개장인 대구탕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니 소고기 건더기가 보인다. 큼지막하게 썬 대파와
배추 시레기, 무 같은 야채도 보인다. 한 숟갈을 떠먹어봤다. 육개장이다!! 생선 대구탕이 아닌 육개장 대구탕이다. 안에 들어간 소고기는 부드럽게 씹혀 넘어갔고 국물은 맵지 않고 달달하면서 살짝 칼칼하니 해장용으로 딱일 듯했다. 사실 어제 술을 좀 과음해서 해장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소고기들이 큼지막하게 들어있다.
식당 벽 면에 보니 조선옥 대구탕의 유래에 대해 써놓은 글귀가 보인다. 조선옥
대구탕(代狗湯)은 개고기를 꺼리는 왕실에서나 선비들을 위해
만든 음식으로 개고기(狗)를 대신(代)해 갈비육수에 소고기 및 야채를 끓인 육개장에서 유래되었다고 적어놓고
있다.
조선옥 대구탕의 유래
대구탕 금액을 보니 한 그릇에 15,000원이다. 일반 육개장 맛인데 좀 비싼 감이 있다. 수요미식회에 소갈비와 대구탕이
소개됐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 돈 내고 먹기엔 살짝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검색해보니 1년 전만해도 한 그릇에 12,000원이었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기로 서니 너무 올렸다 싶다.
이 식당은 맛과 가성비로 먹는 식당은 결코 아니다. 맛도 결코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맛이라 할 수도 없다.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 올 수 있는 식당이 아니다. 혹여나 70년 전통 속에 추억과 애환이 한 번이라도 담겨 있는 분이라면
기억을 곱씹는 의미에서 찾아볼만하다. 이 곳 역시 재개발 지역에 묶여 피맛골처럼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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