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도가니탕은 내 최애 음식 중 하나다. 도가니의 물컹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은 그 어느 고기 부위에서도 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른 고기보다 비싼
게 흠이라면 흠이다. 여느 갈비탕집엘 가더라도 도가니탕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있는데 갈비탕보다 5천원 정도 더 비싼 게 도가니탕이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올 수 있는
도가니의 양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도가니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주문을 주저하게 된다.
도가니 수육
그럼에도 도가니는 술꾼들에게 최고의 안주감이다. 도가니와 탕국물이
함께 나오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도가니는 소 힘줄인 ‘스지’와 세트로 탕이나 수육으로 즐겨먹는 식재료다. 도가니에는 콜라겐을
비롯해 관절에 좋은 영양성분이 많아 어르신들의 겨울철 보신음식으로도 제격이다.
사무실 회식이 있던 날이다. 단톡방에 회식 장소 공지가 올라왔다. 독립문 근처 대성집이란다. 네이버 지도 썸네일 이미지 상으로 봤을
때 ‘횟집?’이라고 생각했는데 클릭해 들어가보니 도가니탕
전문점이다. 그것도 6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독립문 맛집으로
유명하단다.
회식 시간은 오후 5시 30분. 경복궁역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관계로 5시쯤 사무실에서 나섰다. 큰 도로에서는 사직터널만 지나면 바로인데, 매연이 심한 터널을 걸어가기엔
부담인지라 사직 터널 위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가는 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20여분을 걸어가니 고가도로
아래 대성집이 눈에 들어왔다.
대성집 입구
건물 앞에 5대 정도 주차공간이 있는데 이미 만차다. 아직 직장인들 퇴근시간이 되질 않았는데 실내 역시 한두 테이블을 빼고 만석이다. 도가니가 관절에 좋기로 유명하기에 젊은이들보다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우린 9명인지라 붙은 두 테이블이 자리가 날 때까지 십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대성집 홀 내부
드디어 자리가 생겨서 앉자마자 메뉴판부터 봤다. 도가니탕이 1만3천원에 특이 1만7천원이다. 도가니 수육은 한 접시에 3만원이다. 눈에 띄는 건 소주가 4천원이라는
점이다. 맥주도 4천원이다.
서울 시내 어느 식당엘 가도 최소 5천원이고 심지어는
7~8천원 받는데도 있는데 소주 가격은 참으로 혜자스럽다. 도가니탕과 수육 가격 역시 다른
식당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메뉴는 단촐하다.
우린 수육 3접시와 도가니탕 5개를
주문했다. 주문하자마자 기본 찬이 나온다. 배추김치와 깍두기, 마늘장아찌, 그리고 수육을 찍어먹을 간장소스가 전부다. 간장소스엔 고추가루와 후추, 식초를 타면 더 맛나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가니 수육이 테이블 위로 배달됐다. 도가니와
스지가 적당히 섞인 맛나보이는 수육이다. 도가니만 많으면 물컹한 식감에 금세 질릴텐데 쫀득한 스지가
입맛을 돋우어준다. 메뉴판을 보니 한우육우와 미국산을 섞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저렴한 듯하다. 수육을 시키면 탕국물을 서비스로 준다. 그야말로 술을 부르는 안주다.
도가니탕에도 건더기가 꽤 들어가 있다. 특이 아닌 일반을 시켰는데도
양이 푸짐하다. 일반 도가니탕 한그릇이면 소주 한 병, 특
도가니탕을 주문하면 소주 두 병이 룰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
수육과 기본 찬
도가니탕
이번이 처음 방문해본 터라 과거와의 맛 비교는 힘들다. 다만 도가니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고 싶다면 방문해도 후회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한참 이른 시간인 저녁 8시에 폐점을 하니(토요일은 한시간 더 일찍 닫는다) 진득하게 눌러앉아 술 마시기엔 적당하진 않아 보인다. 저녁보다는
점심에 간단하게 반주 한잔 하기에 적당할 듯.
식사를 하고 나와 밖에 잠시 서있는데 한 어르신의 얘기가 귀에 들어온다. 옛날
이쪽으로 이사오기 전의 대성집만 못하다는 거다. 오래된 노포는 그 집만의 특유의 맛이 있는데 새 공간으로
이전하면 그 맛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지금 맛도 나쁘진 않은데 과연 옛날에는 어떤 맛이었을지 궁금해진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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