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프붕이들

나는 현재 경력 1n년 차 30대 중반 개발자임

SI, SM, 솔루션 등 닥치는대로 일 해본 경력자임

거두절미 하고, 너넨 너네들이 꿈꿔왔고, 생각한 개발자가 됐냐?

난 아니다.

처음에는 영화에서나 보던 "선수입장" 하는 개발자가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뭐 ... 

그냥 코드싸개가 됐다

일을 하면 할수록 모르겠더라

이게 내가 진짜 꿈꾸던 개발자인가

그냥 코드싸개로 일하면서 별로 어렵지도 않은 개발 진행하고 있음

사실 내 실력? 옛~날에 처음 개발자 입문할 때 국비학원 수준에서 조금 더 발전한 수준 같음

프갤에 이딴 글 쓰면 너가 공부를 안 했네

너가 실력이 좆밥이네 등등 말 할 거 분명하지만

뭐.. 솔직히 그냥 개발자 뽕 빼고 진심으로 궁금함

너네는 너네가 꿈꾸는 개발자가 됐냐?

사실 다 거기서 거기임

이쪽 바닥에 오래 있다 보니까

코드싸개 신물나서 R&D 팀에도 들어간 적 있었음. 근데 그래봤자 똑같은 코드싸개더라

전부 외국산 라이브러리나 오픈소스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뭘 더 하겠냐 ㅋㅋㅋㅋ 

흔히 말하는 네카라쿠배 고연차 개발자들도 코드몽키 마냥 "이렇게 하면 된다" 수준만 되고 있음

솔직히 저연차일 땐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이렇게 하면 된다" 수준에 머무는 줄 알았는데

까놓고 말해서 우리나라 구조 상 "이렇게 하면 된다" 이상을 추구할 환경도 안되고 필요도 없음

옛날에는 선배들이 클론코딩 할 때는 한심해보였는데, 이제는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

그냥 체념해버린 거임

어차피 더 공부해봤자 근본적으로 엔진딴을 건드는 것도 아니고 작동만 되면 되니까 건드릴 필요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던 거임

알아봤자 쓸모도 없고

회사에서도 "그거 알아서 뭐하게? 학자하게? 그럴 거면 대학을 가지 뭐하러 여기 있냐?" 하는 거임

실제로 전문 대학원도 알아봤는데

뭐... 알아보니까 똑같더라 ㅋㅋㅋ 그냥 학문을 하는 곳임.

네카라쿠배 당토야

뭐 이렇게 흔히들 개발자들의 성지라고 하는데

이제 알겠더라

저기는 IT 업종이 아니라

그냥 플랫폼 사업 하는 사업체일뿐이고 IT 업체는 아님

이런 거 보니까 뭐.. 대한민국 IT 업종은 없구나 ㅋㅋ 싶더라

전부 외국산 쓰고 있잖아 ㅋㅋ

진짜 너네가 꿈꾸는 개발자가 되고 싶으면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봐라

아마 100중 99는 너네가 꿈꾸던 개발자는 못 할 거다

너네 실력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구조 자체가 그래

개발자들한테 제일 크게 환상 갖는 게 좆소의 일감 몰빵 때문에 만능 엔터테이먼트로 착각하는데,

당장 규모 큰 회사만 가더라도 철저하게 전문화되고 분업화 돼있어서 오히려 경력 쌓기에는 중소에 있었을 때 많이 배운 거 같음

좆소에서나 개발자들이 만능이고 인력 없으니까 어찌저찌 개발자들 굴려가면서 영업도 하고 실제 프로젝트 나가서 요구사항 분석에 설계에 프로세스, 권한 처리 등등 다 ~~ 하지만 업체 큰 데 가면 

다 분업화 돼있음

영업은 와... 주먹구구식 영업이 아니라 전문가들끼리 모여서 전략 세우고 PT 준비하고 시장조사, 분석부터 시작해서 진짜 끝내줌. 중소에서나 영업직들 무시하지 규모 큰 데 가니까 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프로세스 설계나 요구사항 분석 뭐 기타 어려운 서류 작업들은 컨설턴트들이 압도적으로 유능하고 뛰어남. 중소에서 하던 거랑 차원이 다른 전문성 보여줌. 

그에 반해 개발자? 글쎄다.

그냥 내가 이런 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판에 그냥 노가다꾼 마냥 하나하나 타설하고 공구리 치는 존재 같은 느낌으로 전락해버림

옛날에야 뭐 개발자 노가다꾼이라는 말 듣고 타 직군들이 열등감 느껴서 그러는 건 줄 알았는데

규모 큰 회사 오니까 이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

개발자..

모르겠다..

이제 와서 다른 거 할 수도 없고

그냥 계속 내가 꿈꾸던 개발자가 될 수 없다는 현타가 몰려오는 느낌임

너네는 너네가 꿈꾸는 개발자가 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