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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테 떨어진 썰

ㅇㅇ(115.21) 2024.07.16 09:12:16
조회 173 추천 3 댓글 0

면접실의 공기는 무거웠다.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김준호는 면접관들 앞에 앉아 있었다. 지금까지는 평범한 질문들이었다. 레거시 시스템 마이그레이션 경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 설계, 그리고 늘 나오는 "5년 후 본인의 테크 스택은 어떨 것 같습니까?"


갑자기 안경을 쓴 면접관 하나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맥북을 꺼냈다.


"자, 이번엔 라이브 코딩 세션을 한번 해보죠."


준호의 눈이 살짝 경련했다. 라이브 코딩이라고? 무슨 화이트보드 코딩도 아니고... 하지만 그는 곧 침착함을 유지했다. 면접관의 노트북이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 M4 프로였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LeetCode 환경을 세팅하는 동안 준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


결국 참지 못한 준호가 목소리를 냈다.


"잠시만 좀..."


그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다. 순식간에 그는 당황하던 면접관의 손에서 맥북을 가로채는 것이었다.


준호의 손가락이 M4 칩의 잠재력을 키보드만으로 극한까지 사용하듯 날아다니기 시작하자 방안은 고요해졌다. 면접관들은 누구 하나 입을 벌린 채 얼어붙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대기업 임원이 살면서 언제 이런 광경을 면접실에서 보았겠는가?


IntelliJ IDEA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준호가 말했다.


"혹시... 멀티스레딩으로 사고하다 싱글스레드 손가락에 좌절해본 적 있으십니까?"


면접실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자칭 풀스택 개발자 면접관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 npm install 할 때..."


준호는 웃었다.


면접관들은 이제 당황과 경악을 지나 공포에 질려있었다. 이제 준호의 눈은 심심하게 감긴 채였다.


화면에 쏟아지는 코드들은 단순한 알고리즘 문제 해답이 아니었다. 면접관들의 시야에서는 아직 인지하기는커녕 상상하지도 못한 확장성 있는 시스템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수천 수만 줄의 완성된 마이크로서비스였다.


마지막 세미콜론을 입력하고 준호는 일어섰다. git push도 하지 않은 채 문쪽으로 걸어갔다. 커서가 깜빡인다.


그는 문간에서 잠시 멈춰 어깨너머로 말했다.


"CI/CD 파이프라인 돌릴 필요 없습니다. 유닛 테스트랑 통합 테스트 다 통과했어요."


제 머릿속에서요... 김준호의 뒷말은 그가 입으로 꺼낼 필요조차 없이 면접관에게 들리는 듯했다. 면접관들은 공포에 공포를 곱하면 결국 어이가 빠진다는 것을 자각하며 언뜻 보기에 신의 조각같이 보이는 코드로 가득 찬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화면 화면만 보면 완벽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 완벽함의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누구 하나 결과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지만 빌드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세월 속에 누적된 알량한 체면과 자존심의 관성이었다.


"그래서..."


숨소리만이 거칠어지던 순간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에 방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리더십, 태도역량, 인간관계.... 직무역량은 그래도... 아니. 솔직히 이게 고민할 가치나 있는 고민인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지금 이 방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결국 해야 할 일을 하기로 결심한 용기있는 누군가가이 눈을 질끈 감고 빌드 버튼을 눌렀다. M4 칩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찰나동안 얼음이 되었던 커서는 순식간에 다시 보통의 호흡 주기를 되찾았다.


방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컴파일러도 조용했다. 누군가의 긴 한숨소리와 함께 시간이 정지되어있던 면접관들이 다시 각자의 생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달 후, 전산실 김과장이 Prometheus로 정기 모니터링을 하던 중 몇몇 서버의 퍼포먼스가 이상하게 개선된 것을 알아채고 무언가 홀린듯이 로그를 뒤적이기 시작했지만... 곧 "어차피 테스트 서버인데..." 라며 퇴근시간이 되어 야근을 하기 전에 마실 커피를 사러 메가커피로 향했다. 아메리카노 샷 추가를 테이크아웃해서 회사로 돌아오던 길에 그는 얼마전 실리콘벨리에 입성한 괴물 한국인에 관한 기사를 레딧에서 읽었다.

아카이브에 하루에 세편씩 아키텍처 논문을 발표하고, 듣자하니 얼마 전의 스트로베리도 이 사람이 밥먹다가 끄적인 코드가 시작이었다던데. 현실에 존재하기는 하는 사람일까? 부럽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느낌.


김과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사원증을 게이트에 태그했다. 어차피 그런 사람은 수십억을 주겠다고 해도 자기 회사같은 구멍가게로는 이직할 일이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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