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나름 행복하게 잘 살았다

성적도 좋았고 이쁘게 생긴 건 아니지만 초중학교 같이 나왔고 서로 처음인 여자친구도 있었고 친구도 많았고

못사는 지방이라 나는 제법 잘 사는 축에 속했다

담탱이가 집 앞 국립대 가지 말고 무조건 인서울 밀어부치면서 내 인생에 불행은 시작됐다

(당시 인서울 열풍이기도 했고 똥통 사립고라 이름있는 학교~인서울 중하위권에 열 몇 명은 보내야 학교가 명맥이 유지되고 담탱이 실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던 걸로 안다. 당시 담탱이가 우등반 담탱이에 기숙사 사감 총괄이라 권력이 쌨고 신세진 것도 있고 내가 그 유혹에 혹하기도 해서 인서울 가버렸다..)

인서울 간 순간 기숙사에 떨어질까봐 ㄷㄷ 떨었고 그 기숙사 생활도 남이랑 지낸다는 게 좋은 일도 있지만 안 좋은 일이 더 많더라.

그러다 자취했을 땐 부모님 등꼴 브레이커였고 대학생활도 태생이 서울인 애들 워낙 잘 살아서 같이 놀면 내가 민폐가 되더라. 우리 과가 좀 사는 애들이 다니는 과였기도 하고

아참 서울 온다고 여친이랑 헤어졌다 나는 서울와서 더 좋은 여잘 만날 줄 알았고 솔직히 외모의 어떤 부분들이 마음에 안 들었기도 하고 근데 서울 와서 씨씨도 두 번해보고 내 취향에 맞는 외모의 여자한테 도전해서 차이기도 많이 차이고 사귄 적도 몇 번 있는데 결국 데이기만 엄청 데였다

졸업해서 취준했는데 어쩌다보니 서울에 마이너 공기업에 들어갔다 공기업중에선 매우 별로인 곳이다

거기도 어렵게 들어갔다

내 전공 특성상 지방 공업단지에 있는 회사엔 내 전공 계열이 없어서 고향쪽에 괜찮은 회사는 내 전공 계열이 아에 없어서 고향에 취준은 못했다

근데 이 월급으론 큰 대출을 땡기지 않는 이상 서울에서 제대로 된 아파트를 사는 건 어렵고

같은 공무원이나 공기업인 여자와 결혼해서 한 명 월급으로 빚갚고 한 명 월급으로 살면 가능한 수준이더라.

물론 혼자 살 원룸 오피스텔 매매나 빌라 매매는 내 능력으로 가능하겠지. 근데 이건 결혼을 포기하는 선택이고

그냥 집 앞에 국립대 그것도 전자공학 같은 곳 가서 내 고향에 산업공단에 있는 중견 기업 이런곳에 엔지니어로 들어갔으면 그 지역에서

원래 만나던 여친이랑 결혼하고 친구들하고 재미나게 놀고 집도 메이커 아파트로 사는 거 쌉 가능했고 부모님 부양도 가능했으리라..

서울은 나한테 지옥이고 지금도 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