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민호 기자] 출생 직전과 직후의 아기의 두뇌 발달이 평생의 비만 위험을 결정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비만 유전자가 건강한 체중 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유전적 변이와 체질량지수(BMI)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왔다.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워터랜드 베일러 의대 교수(소아영양학)는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적 연관성은 체중 증가나 누가 더 체중이 늘어날 위험이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비만율에는 유전자와 생활방식 외에 다른 뭔가 있는 것이 아닐까? 연구진은 이런 의문을 갖고 뇌 발달에서 중요한 시점에 영양 부족 및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조사했다. 특히 시상하부의 궁상핵(arcuate nucleus)이라는 작은 뇌기관에 초점을 맞췄다. 이 기관은 음식섭취, 신체활동, 신진대사가 이뤄질 떄 신체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생쥐 연구를 통해 두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궁상핵이 광범위하게 성장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시기에 궁상핵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몸이 음식을 필요로하는지, 몸에 영양분이 충분하지를 판단하는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후성유전학(DNA와 RNA 염기서열변화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유전적 기능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에 초점을 두고 특정 유전자가 다른 세포에서 사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색인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쥐 궁상핵의 후성유전적 성숙과 관련된 영역이 BMI와 관련된 인간 게놈 영역과 겹친다는 놀라운 발견에 이르렀다.
이 연구에서는 해당 후성유전적 변화가 인간에게서 발생하는 시기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종전 연구에 따르면 쥐보다 인간에서 이런 변화가 더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워터랜드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막 태어난 쥐에서 관찰된 후성유전적 발달이 실제 인간의 태아 발달 후기 동안에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산모 비만의 유병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큰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신생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비만 체질이 될지 아닐지가 태어나기 직전이나 태어나서 첫 일주일 만에 결정된다면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워터랜드 교수는 "환경이 두뇌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면, 우리는 미래에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만이 신경발달 장애라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관련 연구가 쌓이면 '비만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한 공중보건 조치가 태아기 및 유아기 영양, 건강한 체중 증가, 스트레스 감소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o3991)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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