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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찌는 듯 무더운 한여름,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는 한겨울을 한결 쾌적하게 보내는 방법이 있다. 놀랍도록 간단한 방법이다. 그저 '창문'만 잘 닫으면 된다. 창틀과 유리 등 창호가 우수한 단열, 보온 효과를 발휘하는 덕분이다.
창호에 정보통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하면 효용은 몇 배나 더 좋아진다.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가치와 개성 강한 활용 영역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스타트업 인네이처의 주요 기술 ‘ITO(Indium-Tin Oxide, 인듐 주석 산화물) 필름’과 ‘물도리 구조’가 좋은 사례다.
ITO 필름의 구조와 특성을 소개하는 한세진 인네이처 대표 / 출처=IT동아
투명 필름에 반도체의 재료의 일종인 ITO를 입히면 전기가 통하는 투명 전도성 필름이 된다. 이렇게 ITO를 얇은 필름, 박막으로 만들어 유리에 씌우면 전력의 유무에 따라 갖가지 특성을 발휘하는 특수한 유리가 된다. 태양광을 받아들이되 적외선만 차단해서 실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투명 유리, 평소에는 투명하지만, 전원을 넣으면 색깔이 여러 가지로 바뀌는 유리를 만드는 비결이 바로 ITO 필름이다.
이 기술은 유리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 제품의 외관에도 적용 가능하다. 전기를 흘려 넣으면 색깔이 바뀌는 원리를 필름으로 만들어 유리나 도장막에 입히면 된다. 그러면 사용자들은 취향에 맞게 제품 외관의 색상을 간편하게 바꿀 것이다. ITO 필름은 발열도 한다. 에너지 절감을 넘어 난방 기능까지 지원하는 창문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전력 소모량은 1m x 1m 크기로 구현 시 약 50W, LED 전등 한 개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ITO 필름을 씌운 창문. 전기를 흘려 넣으면 투명도가 바뀐다 / 출처=IT동아
인네이처를 세운 한세진 대표는 ITO를 포함한 금속 혹은 금속 산화물의 다층 코팅 기술, 이들 기술에 광학·전기 특성을 부여하는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대기업의 생산 현장에서 이론을 고도화하고 실증을 하다가, 이 기술이 다양한 부문에서 에너지 절감과 ESG 효용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창업자의 길을 걷는다.
그가 바라보는 부문은 창호와 스마트팜이다. 단열, 보온 효과가 탁월한 ITO 필름을 활용하면 더 얇은 유리를 써서 창호의 부피를 줄인다. 그러면서도 단열, 보온 성능은 강화한다. 용도에 따라 투명과 불투명을 조절 가능하니 사생활 보호도 된다. 한세진 대표는 이미 우리나라 주요 창호 기업 (주)케스코와 함께 단열창 리모델링에 ITO 필름을 활용하는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전 진잠 한아름 아파트 케스코 모델하우스에 색변환 필름을 현장 시공 중인 인네이처 / 출처=인네이처
단열창 리모델링은 대개 기존 단창을 걷어내고, 단창 두 개를 합쳐 만든 두꺼운 단열창을 설치하는 식으로 한다. 이 때 인네이처의 기술을 쓰면 얇은 단창만 쓰고도 단열, 보온 성능을 되려 높인다. 인네이처는 자신들의 기술을 단열창 리모델링에 도입해 실험한 결과, 창호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어 인네이처는 유리온실과 스마트팜 시장을 바라봤다. 유리온실과 스마트팜 운영자는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제어하려고 냉난방기를 자주 가동한다. 기름이나 전기 등 에너지를 아주 많이 써야 하니 비용 부담이 크다. 정밀한 온도 제어도 어렵다. 반면, 유리온실과 스마트팜의 벽체에 ITO 필름을 씌우기만 하면 탁월한 단열, 보온 효과를 발휘한다. 투명도를 바꿔 태양광과 적외선의 흡수율도 조절 가능하다. 실험 결과 ITO 필름은 스마트팜 내부 온도 변화를 여느 기술보다 잘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네이처가 개발한 ITO 필름을 냉장고 패널에 붙이면, 사용자는 간편하게 색상을 변경 가능하다 / 출처=IT동아
한세진 대표는 가전 영역에서의 ITO 필름의 활용 가능성도 실험했다. 우리나라 주요 가전 기업이 인기리에 판매 중인 디자인 중심 냉장고의 외부 패널에 ITO 필름을 적용, 색깔 변화 기술을 실증했고 성공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한 가지 색상의 패널을 선택해 썼지만, 인네이처의 기술을 활용하면 언제든 간편하게 패널의 색상을 바꿀 것이다.
ITO 필름 연구를 거듭하던 한세진 대표는 농식품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또다른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플라스틱 단열 복층판이다. 유리온실, 스마트팜의 외부에 설치해 온도를 유지할 목적으로 쓰는 기술이다. 그는 단열 복층판 사이에 순환하는 물을 넣고, 이 물의 온도를 조절해 온도 조절 성능을 높이는 물도리 구조를 고안하고 바로 개발에 나섰다.
인네이처의 물도리 구조를 적용한 외피. 단열 복층판 사이에 물을 넣고 이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원리다 / 출처=인네이처
물도리 구조의 효용은 단열 복층판보다 좋다. 물의 온도를 낮추면 냉방, 높이면 난방이 된다. 이 구조를 외피로 만들어 유리온실, 스마트팜에 설치하면 냉난방을 모두 해낸다. 냉방기와 난방기를 따로 운용하는 것보다 물도리 외피를 만들어 배치하면 운용 효율은 늘고 소모 비용은 줄어든다. 물도리 외피를 사방에 둘러싸면 냉기나 온기를 실내에 균일하게 전달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물은 태양광 속 적외선을 잘 차단하기에 실내 온도 유지와 조절에 쓰기 좋은 물질이기도 하다.
인네이처는 물도리 구조를 활용한 물도리 외피를 개발해 실증 중이다. 구조가 단순한 덕분에 대형화가 쉽고, 그래서 대형 유리온실이나 스마트팜에 적용하기 좋다. 한세진 대표는 13평 규모 스마트팜에 물도리 외피를 적용한 결과,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50% 이상 절감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주)케스코와 10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 설치할 물도리 외피를 공동 제작해 대규모 실증에 나선다.
소형 스마트팜에 물도리 외피를 적용한 실험 결과. 내부 온도 제어 능력이 우수하다 / 출처=인네이처
인네이처는 기술을 연구 개발하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초기에는 ITO 필름을 다룰 장비가 없어서 거의 모든 작업을 외주로 처리했다. ITO 자체 생산도 어려웠다. 노력 끝에 우선 ITO 생산용 원단과 색변환 디자인은 완성 단계까지 이끌었다. 물도리 구조 연구 개발도 쉽지 않았다. 초기 제품은 간혹 물이 새어나오는 고장을 일으켰다.
한세진 대표는 내재화라는 열쇠가 이들 어려움을 해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외주 체계를 자체 제작 체계로 개선했다. 기술 구현 구조를 간소화해 내구성은 높이고 부품 사용량은 줄였다. 그러자 불량률, 제조 단가의 동반 하락이라는 성과가 나왔다. 창호 대기업과 손을 잡고 주요 부품의 생산 시설 내재화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한세진 대표(가운데)를 포함한 인네이처 임직원들 / 출처=인네이처
동시에 인재도 채용했다. 이경준 부대표는 KT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장 경력을 살려 투자 유치와 미래전략 수립을 거든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부품 개발과 양산 안정화 역량을 쌓은 지인호 이사도 인네이처 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ITO 필름 생산 준비는 전문가 이선종 차장이 맡는다.
인네이처가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적극 지원한다. 4년 동안 벤처육성 자금을 지원한데 이어, 물도리 외피의 국유특허이전과 제품화 전반을 도왔다. 다양한 과제를 주선해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고,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도록 전시회 홍보 지원도 단행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특허 기술가치평가까지 도왔다.
2023 일산 킨텍스 KFARM에서 기술을 선보인 인네이처 / 출처=인네이처
덕분에 올해 인네이처는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다졌다. 한국과학기술지주와 신용보증기금의 투자 덕분에 공장 규모를 넓혔다. 물도리 외피와 색변환 필름의 기술 이전도 마쳤다. 스탠다드에이치, 영림 등 가구 전문 기업과 색 변환 기능을 가진 스마트 옷장을 함께 개발했고, 투명 발열·색 변환 필름을 활용해 단창의 에너지효율등급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높이는 성과도 거뒀다.
이어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대기업, 필름 가공 회사와 손 잡고 투명전도성 PVC 필름 개발과 색변환 필름화도 성공했다. TIPS 선정, 중소벤처기업부의 ‘태양전지로 구동되는 투명 발열/색변환 필름 부착 탄소중립 창호’ 협업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성과도 냈다.
이들 성과를 토대로 인네이처는 2024년 도약을 노린다. 먼저 ITO 필름 상품들을 자체 제작할 진공 증착기, 크린 룸 등 생산 시설을 만든다. 이를 활용해서 가정용 창호, 가구용 색 변환 필름을 양산할 계획도 세웠다. 물도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공장 부지를 확장, 온실용 외피의 정식 생산도 준비한다. 이들 계획을 현실로 이끌 투자금도 모은다. 침체기에 빠진 ITO 필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주면, 이 기술의 풍부한 성능 가능성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청사진도 그렸다.
물도리 외피를 적용한 스마트팜의 실증 현장 / 출처=인네이처
한세진 대표는 “ITO 필름을 활용, 빛 투과율 조절과 자체 발열로 에너지 사용량을 많이 줄이는 신개념 창호를 만들어 보급하겠다. 물도리 기술로 대규모 스마트팜의 실내 온도 조절 고민을 해결할 계획도 세웠다. 이미 ITO 필름 창호의 상품화, 물도리 기술의 이전을 마친 덕분에, 이제는 이들 제품을 시장에 보급하고 성능을 증명하려 한다.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의 스마트팜과 창호 시장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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