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기후위기에 대한 공포는 환경 운동을 위한 사람들의 의지를 뺏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구온난화를 저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전체 온실가스의 70%를 100개 기업이 배출하는 현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론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비관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개인의 노력은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개인 단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개인의 행동은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BBC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개인의 행동이 큰 의미가 있나?’라는 질문에 “비행기 탑승을 거부하면 내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답했다. 행동심리학에 따르면,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를 따르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러니, 환경운동에 참여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주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셔터스톡
개인이 지킬 수 있는 환경 운동 수칙들은 많이 알려졌지만,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말한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려면, 동영상 데이터를 데이터센터에서 이용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도 장비 열을 식히기 위해서 많은 물과 전력을 사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러한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이 전 세계 전력량의 약 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기술 분야는 2040년 전 세계 탄소배출의 14%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개인적인 노력
1.모니터를 어둡게 하고 스피커 소리를 줄이기
개인들이 이러한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까? PC 모니터 밝기를 100%에서 70%로 조정하면 에너지를 최대 20% 절약할 수 있다. 스피커 소리를 낮추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영상을 볼 땐 TV보단 스마트폰 같은 작은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다. 스마트폰도 PC처럼 화면 밝기와 소리를 낮추는 게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2.쓰지 않는 제품은 전원 끄기
전자기기를 잠시 쓰지 않을 땐 설정에서 전원 및 절전모드로 설정하거나, 오래 사용하지 않을 땐 노트북 모니터를 닫기만 하는 대신 전원을 끄는 것을 권한다. 사용하지 않을 땐 PC에 연결된 프린터나 모니터도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3.대기전력 줄이기
출처=정책주간지 공감
에너지 전문가들은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서 안 쓰는 가전 제품의 콘센트를 빼라고 말한다. 대기전력은 기기 작동과 관계없이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소비되는 전력을 말한다. 대기전력으로 낭비는되는 전력은 가구당 평균 6~11%. 이를 막는 것만으로도 전력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엔 대기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절전형 멀티탭도 출시됐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기전력 절전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은 정부로부터 '에너지절약마크'를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제품을 쓰면 일반 가전에 비해 30~50% 정도 전력을 절약할 수 있다.
4.가전제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기밥솥을 사용할 때 밥을 따뜻하게 보온하는 '보온기능'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보온시간을 하루에 3시간만 줄여도 1대당 연간 25.9kg의 CO2를 절감하는데, 이는 3.9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라고 한다. 소비전력이 큰 편인 냉장고는 적정 용량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 냉장실은 냉기가 잘 순환되도록 전체 용량의 60%만 채우는 게 좋고, 냉동실은 냉기가 빠지지 않게 안을 꽉 채우는 게 좋다. 세탁기의 경우엔 빨래를 모아서 돌리는 게 좋다. 주에 1회만 세탁 횟수를 줄여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5.스마트폰 교체 미루기
출처=셔터스톡
스마트폰 교체는 가급적이면 미루는 것이 환경에 이롭다. 스마트폰은 평균적으로 교체주기가 2~3년 정도 된다. 그린피스는 2017년 스마트폰 관련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의 78%는 기존 스마트폰 사용자가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신제품은 디자인 변화도 미미하고, 약간의 기능만 추가된 정도라서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스마트폰은 생산 과정에서 전체 탄소 중 4분의 3이 배출되기 때문에 교체를 미루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이바지할 수 있다. 또한,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전자물 폐기물 중 16% 미만이 공식적인 루트로 재활용됐다. 스마트폰 역시 대부분 재활용이 안 되니 최대한 아껴서 쓰는 게 필요하다.
6.화상회의 때 영상 끄고 소리만 듣기
화상회의를 할 때는 발표자 외의 참석자들이라면 화면을 끄는 게 좋다. 코로나19 이후로 화상회의가 늘었는데 영상을 볼 필요가 없다면 차라리 소리만 듣는 게 낫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화상회의를 하면서 카메라를 끄면 탄소 배출량을 96%까지 줄일 수 있다. 일주일에 15회 화상회의를 하면 한 사람당 9.4kg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비디오를 끄면 배출량이 400g미만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BBC는 이에 대해 “사용자 100만 명이 변화하면, 1달 동안 3만 6000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서 석탄을 사용할 때 나오는 양만큼의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밍과 이메일의 탄소배출량은 그렇게 크지 않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서 스트리밍을 줄이고, 이메일을 삭제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은 오래전부터 제시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조지 카미야 에너지 정책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데이터 센터와 전송 네트워크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으로 인해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주요 외신들이 프랑스 환경단체 시프트 프로젝트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영상을 30분 시청하면 전력량을 6.1킬로와트시(KWh) 사용하며, 탄소가 1.6kg 배출된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실제로 해당 자료는 국내 언론에서도 반복적으로 다뤄졌다. 카미야는 시프트 프로젝트의 계산이 잘못됐다며 “영상을 1시간 볼 땐 0.077 KWh를 사용하며, 이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는 36g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프트 프로젝트는 카미야의 팩트체크를 확인하고, 시프트 프로젝트의 협력자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에 전달됐다고 인정했다.
이메일 한 통에 4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것도 BBC는 10년 전 통계라고 보도했다. 스몰월드 컨설팅을 설립한 팀 버너스 리는 BBC에 “이메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사라졌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인한 메시지가 메일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개인의 노력이 집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대기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면 기후변화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이는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업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개인과 집단 모두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한다는 뜻이다.
출처=셔터스톡
그린피스 이인성 캠페이너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력하더라도 기업과 정부가 바뀌지 않으면 기후 위기를 막기 어렵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고, 이와 함께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을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 결정자들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개인들의 노력이 정말로 기업과 정부를 바꿀 수 있는 걸까? 이인성 캠페이너의 답은 “사안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기업들은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재생에너지를 쓰거나, 포장재를 바꾸는 등 변화를 만들고 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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