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주변 지인 중에, 옷 사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 있다. 정확히 얼마나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매일 택배 박스가 집 앞에 놓여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렇게 산 옷의 대부분은 옷 방에 걸린 채 방치된다. 보통은 1~2번, 적게는 아예 안 입는 옷도 수두룩하다. 그것이 본인의 삶의 방식이라고 하니 존중하겠지만, 옷 한 벌을 최소 5년은 입는 기자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이처럼, 세상엔 생각보다 '다채롭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게이머들도 마찬가지다. 보통 게임 속 수많은 시스템들은 일반적인 게이머들의 성향과 루틴을 따라 구성되는데, 이를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유영하는 이들이 있다. 때로는 '저건 게임을 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독특한 행동을 보여주는 게이머들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독특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괴짜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괴짜 게이머들을 모아 보았다.
TOP 5. 스토리 절대 안 읽는 유형
현대 게임에서 스토리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다. 많은 게임사가 매력적이고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이들을 활용해 다양한 스토리를 진행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스토리가 메인이 되는 비주얼노벨이나 RPG는 물론이고, 액션이나 슈팅 등에서도 스토리는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메인 장치다. 대사와 일러스트, 컷씬과 설정집, 숨겨진 요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를 탐닉해야만 게임을 온전히 즐겼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세상에는 스토리를 절대 읽지 않는 게이머가 은근히 많다. 스토리 비중이 적은 온라인 대전게임이나 액션 등이라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지만, RPG나 비주얼노벨 같이 스토리의 중요성이 압도적인 게임에서도 이런 이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마침 게임메카에도 이런 성향을 지닌 기자가 있길래, 대체 왜 스토리를 안 읽고 휙휙 넘기는지 물어봤다. 그러니 "분위기와 컷씬, 일러스트 정도만 봐도 대략적인 흐름은 알 수 있고, 정말 재밌었다면 n회차 플레이나 영상, 공략글, 위키 등을 통해 스토리를 다시 파악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혹시 이해가 되시는지?
🔼 스킵 버튼은 필수, 터보 버튼은 선택, 없으면 짜증나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4. 튜토리얼 절대 안 하는 유형
튜토리얼이란 게임 시스템을 익히게끔 도와주는 초보자 설명 기능이다. 처음 해 보는 게임일수록 그 게임만의 독특한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튜토리얼의 중요도가 높다. 다만, 단순히 게임 진행 방식이나 시스템 설명에만 그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게임사는 튜토리얼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나름의 장치를 넣기도 하고 스토리 요소를 집어넣기도 한다.
그렇지만, 게임사의 그런 노력과 상관없이 튜토리얼은 죽어도 안 하는 사람이 꽤 많다. 튜토리얼을 강제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진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경우엔 무조건 스킵하고 넘어간다. 처음 해 보는 게임, 조작법이 독특하거나 많은 부분이 바뀐 게임, 고난이도 게임 등 예외는 없다. 오로지 이들이 믿는 것은 그동안의 게임 라이프에서 얻는 경험치와 직감, 그리고 본연의 실력 뿐이다. 물론 그러다가 중요한 부분을 빼먹어 고행을 하기도 하지만, 그건 나름대로 또 재미있는 일이다. 튜토리얼을 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하는 이들을 존중해 주자.
🔼 튜토리얼은 무조건 스킵, 스킵할 수 없는 튜토리얼은 불호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3. 개발사 후원 의미로 무조건 구매하는 유형
보통 패키지게임은 한 번 구매하고 나면, 플랫폼을 바꾸거나 계정이 정지되지 않는 한 다시 살 일이 없다. DLC 역시 구성을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게임이 생기면 그 게임을 만든 게임사에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게임이 마음에 들면 하지도 않는 타 플랫폼이나 서브 계정 등을 통해 게임을 2번 3번에 걸쳐 구매한다. 게다가 DLC 역시 나오는 즉시 일단 구매하고 본다.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니까.
기자 역시 어느 정도 동감은 한다. 특히 중소 규모 개발사의 작품인 경우 '망하지 않고 게임을 유지해 달라', '흥해서 차기작을 준비해 달라'는 의미에서 조공식 DLC 구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 그러나 스팀 계정을 두세 개씩 만들어서 같은 게임을 반복해 산다거나, 콘솔 기기가 없는 PC 유저인데 PS나 닌텐도 스토어에서도 게임을 중복 구매하거나, 십수 개에 달하는 DLC를 모조리 구매한다거나 하는 경지까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얘기들 들어보니 "그렇게 사도 아이돌 덕질보다 싸다" 라던데, 참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다.
🔼 딱히 쓰지는 않을 스킨들이지만, 개발사 후원 의미에서 죄다 구매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2. 게임 파악 전 일단 과금 먼저 하는 유형
부분유료 게임에 돈을 쓰느냐 마느냐는 개인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 누군가는 철의 의지로 절대 과금상품을 사지 않는 경우도 있고, 1달에 몇 만원씩 소과금을 하며 즐기는 사람도 있고, 이른바 '핵과금러'라 불리는 헤비 유저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듯 성향 차이이므로 어느 한 쪽이 이상하다고 말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게임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도 하기 전에 일단 과금 먼저 하고 보는 사람들을 보자면 다소 의문이 생긴다. 이 게임이 내 취향에 맞을지, 흥행할 각인지, 전체적인 구조가 어떤지는 나중 일이고, 일단 유료 캐시 아이템을 먼저 구매한 후 시작한다. 적게는 수만 원짜리 패키지에서 많게는 수십~수백만 원이 넘는 뽑기 아이템까지. 이러한 게이머들은 게임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상태에서 일단 초반에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뭐, 기자도 뷔페 등에서 맛도 안 본 음식을 한가득 퍼오는 것을 생각하면 비슷한 원리 아닐까?
🔼 일단 캐시 먼저 충전해 놓고, 게임은 천천히 익히는 게이머들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게임 잔뜩 구매하고 안 하는 유형
서론에서 말한, 옷을 사기만 하고 제대로 안 입는 케이스가 게임에도 그대로 있다. 게임을 잔뜩 사 두고, 정작 설치조차 안 하는 경우다. 옛날엔 CD나 DVD 케이스를 진열하는 헤비 수집가들 사이에서나 발견됐으나, 다운로드 구매 시대가 열리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생각보다 정말 자주 보이는 유형이 됐다. 판매 전부터 찜 해두고 있다가 알림이 오면 바로 사기도 하고, 할인이 적용되었을 때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보고 덩달아 구매하기도 한다. 그렇게 구매한 게임들은 대다수가 플레이 시간 '0'이 찍혀 있다.
얼핏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내막을 알고 나면 조금 슬퍼진다. 이들은 게임 하나 구매에 벌벌 떨던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어 취미 활동에 어느 정도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옛날처럼 밤을 새며 게임을 할 만한 체력이 남지 않았고, 사회 생활이나 집안일, 육아 등으로 여유시간이 극도로 부족해졌다. 그렇기에 야심차게 산 게임들을 미처 즐기지 못하고 '언젠간 하고 말거야'라며 쌓아 놓는 것이다. 그렇게 쌓아둔 게임은 영영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도 궁금한 게임은 인터넷 방송 등으로 대리체험을 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이것만 인용이 아니라 직접 겪은 것처럼 썼냐고? 직접 겪고 있으니까!
🔼 설치조차 하지 않은 수많은 게임들(중 일부)... 언젠가 다 할 날이 오겠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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