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요즘 대파가 참 싸다고 한다. 한 단에 6,000원이 넘어가 설렁탕집에서도 파를 제한적으로 제공할 때도 있었는데, 요즘 마트에선 한 단(한 뿌리 말고)에 875원이란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은 이렇게 합리적인 물가를 기반으로 파를 마음껏 드시길 바란다. 근데 왜 내 주변 마트나 인터넷쇼핑 등지에서는 다들 비싸게 파는지 도통 미스터리다. 아마도 내 잘못이겠지.
아무튼, 높으신 분이나 운 좋은 일부에게만 보인다는 싼 파를 구하지 못했으니 게임 안에서라도 맘껏 파를 먹어보자. 현실에선 비싼 파를 직접 키워 먹고, 야생에서 캐 먹고, 들고 다니면서 한 입씩 야금야금 먹고... 이 어찌나 사치스러운 행동인가. 현실과 달리 여기서는 한 뿌리 단위로도 구할 수 있으니 마음껏 사고 먹고 들고 다니자.
TOP 5. 하츠네 미쿠 게임들
보컬로이드 1세대 캐릭터인 하츠네 미쿠의 상징이 대파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하츠네 미쿠를 기반으로 한 게임은 물론, 던전앤파이터나 마비노기처럼 미쿠와 컬래버 한 게임들에는 거의 어김없이 파가 등장한다. 뿌리와 껍질, 이파리 부분이 말끔히 잘 손질된 파를 들고 있는 미쿠를 보자면 한국인으로서 왠지 설렁탕 한 그릇이 떠오른다. 뭐? 닭꼬치가 떠오른다고? 맛잘알이시네.
아무튼, 하츠네 미쿠 게임 속 대파들은 인게임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의 경우 42cm 길이 공식 파 굿즈를 내놓기도 했고, 관련 피규어들의 부품에도 대파 파츠는 필수적이다. 요즘들어 미쿠의 기세가 예전 같지는 않다만, 여전히 대파 하면 미쿠 아닌가. '파통령' 미쿠각하께서 대파 한 단 875원이라고 했으면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5위에 놓은 것은 10년 넘게 들어온 '미쿠=파'가 다소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미쿠도 슬슬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
TOP 4. 파밭파밭
파밭파밭! 뭔가 매우 빠른 공격 효과음처럼 보이는 이 제목은 1인 개발자 z-zam이 2018년 모바일로 출시한 방치형 파 키우기 게임 이름이다. 단순히 파를 키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에서 수많은 '레어 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뭐, 물가에 서식한다는 '갓파' 같은 것들을 보고 있자면 나중엔 좌파 우파도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파는 파다.
어떤 파가 더 나오는지 확인해 보고 싶긴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앱마켓에서 내려간 상황이다. 너무 많은 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시장경제에 미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인지, 앞서 말한 좌파 우파의 위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다양한 파를 쑥쑥 재배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어디 조그마한 주말농장이라도 알아봐야겠다.
TOP 3. 팔리아
생활 콘텐츠에 올인했다는 스팀 MMORPG 신작 '팔리아(Palia)'. 스타듀 밸리 같은 농사 콘텐츠도 있긴 하지만, 밭에서 키워 먹는 것은 위의 파밭파밭에서도 다뤘고 다소 재미가 없으므로 밭 말고 다른 곳에서 대파를 구해보자. 이 세계는 땅이 은근히 비옥해서, 대충 아무 필드나 걸어다니다 보면 군데군데 야생 먹거리가 서식하고 있다. 그 중에는 대파 역시 포함된다.
눈에 띄는 점은, 서양 개발사 작품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대파보다 좀 더 굵고 흰 부분이 도톰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스캘리언(Scallion), 혹은 리크(Leek)라 불리는 서양대파로 추정되는데, 국내에서 이 서양대파를 구하려면 '한 뿌리'당 몇천원씩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득! 보일 때마다 캐다 먹기로 하자. 아, 참고로 마을 상점에서는 이 대파 두 단에 15티켓 정도에 판매한다. 어찌저찌 한화로 환산하면 238원 정도니까, 어떤 높으신 분이 말한 '파 한 단' 가격보다 1/3 이상 싸다!
TOP 2. 소울 나이트
파는 무기로서도 일품이다. 퇴마의 유의어 '파마(破魔)'라는 단어에도 파가 들어가고, 최근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제목도 '파'묘 아닌가. '파'동권이나 에네르기'파' 등에도 파가 들어가는 것 보면, 파의 파괴력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17년 출시돼 큰 인기를 모은 로그라이트 게임 소울 나이트다.
아래 공식 소개 이미지를 보라. 수많은 전투무기 가운데 보란듯이 파가 끼어 있지 않은가. 실제로 파는 소울 나이트 출시와 함께 등장한 유서 깊은 근접무기로, 에너지를 모으면 기공을 발사하기도 한다. 앞서 파동권이나 에네르기파 같은 예가 단순한 드립이 아님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참고로 전투 중에 배가 고파 파를 먹어버렸더라도 안심하라. 파 씨앗을 심고 하루만 기다리면 새로운 파가 돋아나니, 재배에 몇 달이 걸리는 실제 대파보다 훨씬 취급이 좋다. 이 정도로 빨리 자라면 한 단에 875원에 팔 만 하지.
TOP 1. 포켓몬스터
지금까지 파 파 거렸지만, 사실 파라는 채소는 향이 강해서 단독으로만 먹긴 조금 애매하다. 국에 넣거나, 음식에 고명으로 넣거나, 혹은 고기와 같이 먹을 때 제 맛이 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포켓몬스터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1세대부터 등장한 '파오리'는 파를 무기처럼 들고 등장하는 포켓몬인데, 무려 오리고기와 파를 같이 먹을 수 있어 영양 밸런스나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공식 설정이 그렇다.
왜 하필 오리고기냐고? 이는 '오리가 파를 물고 온다'는 일본 속담을 반영한 것인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오리와 파를 이용한 전골 요리가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리로스 등을 먹을 때 감자와 양파, 대파 등을 함께 구우면 그 맛이 배로 살아나지 않는가.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오리는 특대 사이즈로 한 마리인데 파는 고작 한 뿌리라서 파를 아껴 먹어야 한다는 것. 아마 이 세계에서도 파가 비싼가 보다. 높으신 분이 포켓몬 마트에 오면 파가 좀 싸져서 파오리가 파를 한 단씩 가지고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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