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VR 리듬게임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VR 리듬게임이 일반 리듬게임과 다른 점이라면 다양한 악기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연주를 함과 동시에 현실감도 느낄 수 있다는 건데요, 요즘에는 거기서 더 나아가 나름의 스토리까지 담은 게임들도 많이 보입니다. 오늘은 작년 상반기에 출시된 드럼 리듬게임 ‘드럼 락(Drums Rock)’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꽤나 탄탄한 메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락 영웅이 되어 드럼 연주로 악마를 무찌르며 보스에 맞서 싸우고 지옥에서 살아남는다는 독특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
처음 게임을 실행하면 앉아서 플레이해야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VR게임 중에선 서서 플레이하는 걸 권장하는 게임도 있지만, 이 게임은 아무래도 드럼 연주를 다루기에 실제 드러머들처럼 앉아야 합니다. 서서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랜 시간 플레이하기엔 힘이 들 수 있으니까요.
이후에 트리거를 눌러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면 낡은 차고 같은 아지트에서 드럼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함께 놀다’라는 버튼이 뜨는데요, 어색한 번역이 눈에 띕니다. 일단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자동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부분이 다양한 곳에서 보입니다.
처음 접속하면 자동으로 튜토리얼이 시작되는데, 멀리 화산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오는 살벌한 풍경의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등에 장착되어 있는 드럼 스틱을 마치 전설의 무기처럼 비장하게 꺼내 들고 악마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튜토리얼이 아닌 본 게임에서는 꺼내든 드럼 스틱을 서로 부딪쳐서 3번 소리를 내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드럼 앞으로 보이는 경계선을 기준으로, 날아오는 악마의 색과 드럼 색을 맞춰 연주하면 해당 악마를 처치할 수 있습니다. 이따금 다른 색상의 두 마리의 악마가 붙어서 날아오거나 반투명한 끈으로 연결되어 날아오는데, 이때는 드럼도 색에 맞춰 동시에 두들겨 줘야 합니다. 가끔 복어처럼 배가 빵빵해진 악마도 볼 수 있는데, 배에 숫자가 쓰여있으니 이 숫자만큼 드럼을 두들겨주면 됩니다.
드럼 락의 특징 중 하나는 마치 진짜 실제로 드럼 스틱을 쥐고 있는 것처럼 조이스틱의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는 옵션에서 ON/OFF가 가능한데요, 조금 불편하겠지만 옵션은 켜 놓고 조이스틱 버튼을 누르며 플레이하는 것을 권합니다. 버튼에서 손을 떼면 쥐고 있던 스틱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이걸 잘 활용해 드럼 위에서 스틱을 떨어뜨리면 스틱이 드럼을 한 번 두드리고 튀어오르고 이걸 잡아채는 멋진 동작 연출도 가능하니까요. 락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퍼포먼스도 한 번쯤 필요합니다. 참고로 드럼 스틱을 허공에 던져서 받아 든 후에 악마를 때리면 스틱에 전기가 충전되어 다음 히트가 더블로 적립되는 소소한 보상도 있습니다.
드럼 락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튜토리얼이 끝나고 로비로 나가면 ‘도전’, ‘운동’, ‘가게’라는 메뉴들이 보이고, 그 밑으로는 원 모양의 ‘지도 시간(튜토리얼)’, ‘숨다(모든 메뉴창을 숨길 수 있는 옵션)’, ‘설정’, ‘나가기’ 버튼이 있습니다. 원 버튼 밑으로는 새로운 것, 로드 맵이라고 적혀있는 긴 버튼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자동 번역된 메뉴인지라 몇 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눈치로 이해할 순 있습니다.
‘도전’에서는 원하는 곡을 미리 들어보고, 총 4가지 난이도(쉬운, 중간, 딱딱한, 극심한) 난이도 중에 선택하여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노래들은 운동에서 챕터를 깬 후에 가게에서 해당 곡을 구매해야 잠금이 해제되는 곡들도 있습니다.
‘운동’은 차례대로 미션을 깨며 진행하는 모드인데, 다양한 게임 모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드럼 스틱 대신 복싱 글러브를 낀 손으로 드럼을 치는 등입니다. 각 미션을 깨나가다 보면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보스전이 펼쳐지는데, 보스로는 거대한 악마와 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게’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번 돈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드럼과 드럼 스틱, 드럼 스틱을 쥐고 있는 손, 새로운 음악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고를 수 있는 디자인의 종류가 꽤 다양하며, DLC를 구매하면 해당 DLC 테마 아이템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커스텀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지도 시간(튜토리얼)’은 아까 겪은 튜토리얼을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으며, ‘옵션’에서는 드럼, 게임 플레이, 오디오, 제도법(화면), 언어 등 다양한 옵션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드럼의 높이와 위치를 꽤나 세세히 설정할 수 있으며, 앞서 설명한 드럼 스틱 잡기 설정을 비롯해 퍼펙트를 맞출 수 있는 경계선 표시, 조이스틱 진동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에서는 지연 시간 등 날아오는 도트와 오디오 간 디테일한 설정이 많이 있으나, 자동 번역의 한계로 인해 각 옵션이 어떤 옵션인지 알기가 좀 힘듭니다. 제도법(화면) 메뉴에선 그래픽, 시각효과 등의 설정이 가능합니다.
옵션 오른쪽에는 보라색으로 되어있는 워크샵, 유용성, MRC, 크레딧 버튼이 있는데, 이 중 워크샵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 버튼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을 업로드하여 드럼 연주를 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단에 있는 ‘새로운 것’은 새로 나온 음악 DLC들을 보여주는 메뉴며, 로드맵에서는 앞으로 업데이트될 내용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로드맵에선 2024년에도 많은 DLC들이 업데이트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마음껏 몰입하다 보면 팔 근육을 얻게 되는 게임
드럼 락은 다양한 DLC를 가지고 있으며 24년에도 다양한 DLC가 대거 등장할 예정입니다. DLC가 추가될 때 음악만 추가되지 않고 가게(상점)에 DLC와 관련된 아이템도 추가된다는 게 필자가 생각하는 드럼 락의 재미요소 중 하나입니다. 최근까지 나온 DLC 중에선 ‘언더테일’ DLC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2D인 언더테일의 게임 속 장면을 3D로 구현하여 그 안에서 연주를 하는 게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치 2D 게임 속을 VR을 끼고 들어온 것 같이 말이죠. 언더테일의 드럼, 드럼 스틱, 손 스킨 디자인, 날아오는 악마 등은 2D로 묘사됐고, 드럼 한가운데엔 언더테일의 꽃을 볼 수 있어 곳곳에서 반가운 장면들이 연출됐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스템과 부가적인 요소들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드럼 락이지만, 초반에는 음악과 도트(날아오는 악마)가 잘 맞지 않아 미스가 나거나 퍼펙트를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점차 적응이 되어 후에는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옵션에서 오디오 옵션을 상세히 지원하는 것 같습니다만, 막상 한국어 번역이 문제가 됩니다. 추후 업데이트에서 자막이 수정되면 좋겠습니다.
드럼 락을 처음 마주했을 때, 비슷한 게임인 ‘라그나락’을 떠올렸습니다. 라그나락은 같은 리듬게임이면서 락 음악으로 북을 쳐 연주하는 게임이기에 얼핏 드럼 락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두드린다는 콘셉트 외엔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일단 라그나락의 음악은 대부분 메탈 위주인 반면, 드럼락은 락 자체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라그나락은 바이킹 배 위에서 리더가 되어 정확한 리듬감으로 선원들이 노를 저을 수 있도록 북을 두들기는 게임이기에 주변 풍경보다는 북만 쳐다보며 내리치게 됩니다. 반면, 드럼락은 허공에 날아오는 악마의 색을 봐야 하기 때문에 정말 드럼을 연주하는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락 음악을 좋아하는 필자는 라그나락이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메타 스토어와 PCVR 두 곳에서 모두 구매해 즐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때쯤 드럼 락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라그나락보다 다양한 요소로 인해 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락 애호가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게임이라 확신합니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하신 분들은 각오 높게 드럼 스틱을 손에 들고 악마를 물리치러 지옥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열심히 두들기다 보면 얻는 팔 근육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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