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지난 2022년 10월 6일 네이버 오리지널 시리즈 게임동아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레트로 게임 전문가이신 검떠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린 시절 절대로 클리어하지 못할 만큼 어려웠던 게임들의 엔딩은 어땠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00원으론 도저히 깰 수 없던 게임들이 있다!]
조기자 : 안녕하세요 검떠님, 반갑습니다. 오늘 주제는 난이도 극악이었던 게임의 엔딩은 어떨까 입니다. 게임을 즐기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난이도를 가진 게임들이 있거든요. 그런 게임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거죠.
검떠 : 그렇습니다. 도저히 깰 수 없던 비인간적인 게임들이 있었죠. 그러나 그런 게임들도 다 엔딩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웬만하면 못보고 넘어갔음직한 게임들의 엔딩을 오늘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종의 스포..라고 불만이신 분들도 계실텐데, 20~30년 전 게임의 엔딩에 대한 이야기니 모쪼록 양해부탁드립니다. ^^
조기자 : 난이도의 기준이 다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그냥 일반적으로 100원으로는 클리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10개 정도의 게임을 살펴볼까 싶습니다. 그것도 너무 임팩트 없는 엔딩은 제외하고 이왕이면 엔딩이 재미있는 게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왕기] 좀처럼 엔딩을 볼 수 없던 변신물 게임
오락실 게임기의 모습. 엄청나게 강렬하다.
검떠 : 1988년에 출시된 '수왕기'는 영화 '늑대인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자명한 게임이죠. 세가에서 북기 시장을 제대로 노려보자며 기획하여 만든 게임이 아닌가 싶긴 한데요, 테마가 테마인 만큼 오락실에서도 각별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가 등장하는 흰 늑대를 처치해서 영혼의 구슬을 먹고, 점점 세지다가 3개를 먹으면 각 스테이지별 동물로 변신하게 되지요.
그러면 각 동물에 특화된 특수 능력을 쓸 수 있게 되고 악의 마도사인 대머리와 마주치게 됩니다. 이 대머리는 눈알, 거대 머리 보스, 코뿔소 등으로 변신하는데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연출이 이어집니다.
조기자 : 확실히 당시 시대적으로는 파격적인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눈알을 굴리는 모습이라든지 자신의 머리를 뽑아서 공격한 1스테이지 보스, 그리고 변신씬 등도 놀라웠죠. 순전히 늑대로만 변하는 게 아니라 곰, 호랑이, 용 등 다양한 짐승으로 변했는데요, 적들도 하나같이 그로테스크한 적들 뿐이라서 와 게임에서도 이런 연출이 가능하구나.. 당시에는 놀랐었습니다.
검떠 : 그리고 꽤 난이도가 높기도 했습니다. 보통 2스테이지인 용까지는 깨는데, 이후 스테이지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적이 많지요. 그런데 이 게임, 꽤 특이한 엔딩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조기자 : 아하 네. 그렇습니다. 엔딩이 굉장히 특이하지요. 우선, 매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대머리 마도사가 5 쌍둥이 형제였다는 점이 밝혀지고요, 뒤이어 운명의 여신과 늑대가 마주하는데, 알고 보니 이 게임의 모든 내용이 한 편의 영화였다고 나오게 되죠.
조기자 : 그렇게 해서 모든 배우들이 다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팀 시노비의 1988 여름 프로젝트가 마감됐다는 것을 밝힙니다. 100원을 넣고 정말 어렵게 해서 끝까지 왔는데 이런 엔딩을 보면 좀 허탈하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검떠 : 저는 엔딩에서 놀라웠던 게 저 맥주 든 건장한 근육덩이 남성 캐릭터가 2스테이지 개구리 같은 걸 뒤집어 쓰고 있던 게 웃겼습니다. 주인공보다 더 몸이 좋아보이는데 개구리에 들어가 있었다니... 주인공은 꽤 유명한 배우고 개구리 배우는 무명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네요.ㅎㅎ
[원더보이]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끝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동양과 서양의 센스를 보라. 원더보이 주인공 디자인이 쩐다...
조기자 : 원시인 베이스의 ‘원더보이’ 1편의 엔딩,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오히려 RPG 형태의 2는 끝깨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1은 의외로 없어요.
검떠 : 네 맞아요. 1986년도에 오락실용으로 출시된 원시인 액션 활극! 게임입니다. 돌도끼를 던지고 달팽이나 개구리 등을 해치우면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게임이죠. 쉽고 간단하지만 스테이지맵 밸런스를 잘 잡아서 일본 및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얻었죠. 틈틈이 과일을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하기도 하고, 스케이드보드를 타고 가기도 하고요.
검떠 : 개구리나 문어 등의 까다로운 적들까지 해치우며 나아가다가 동굴 속의 마왕을 무찌르고 여자친구를 구출하면 게임이 끝나게 되죠.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즐겼던 분들은 빠빠바 빠바 빠빠바 빠바~~ 빠바빠바밤~ 라는 BGM이 저절로 떠오르실 겁니다.
조기자 : 역시나 이 시절에 맞는 게임이랄까, 여자친구를 구해서 엔딩을 보는 게임이군요.
마왕을 해치우면.. 녹색머리의 그녀가 주인공을 기다린다
마왕이 힐끔 보면서 함께 웃는 것이 킬 포인트!!
조기자 : 참고로 저는 어렸을 때 MSX 용 '모험도'도 많이 즐겼었는데요, 난이도는 오락실 버전 보다 어렵지 않았고 부메랑을 날리는 열화 이식판이었습니다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했거든요. 그런데 엔딩이 저렇게도 안나오고, 요상한 음악과 함께 타이틀 화면이 좀 흔들리는 효과가 나오면서 끝나더군요. 좀 허탈했었습니다.
다카하시 명인의 모험도. 세가 상표권 때문에 이런 식으로 출시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죠 앤 맥: 싸워라 원시인!] 요절복통 공룡시대의 원시인들!
역시나 동서양의 그래픽 선호도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타이틀 화면.. (왼쪽은 리턴즈)
검떠 : ‘죠 앤 맥’ 시리즈는 데이터이스트에서 1990년도에 내놓은 멋진 원시인 활극 액션 게임입니다. 이전 PC 도스 게임으로 인기를 얻었던 ‘고인돌’의 영향을 받았을까요? 비슷한 원시인 컨셉이지만 많은 부분이 발전되어 있죠. 제가 즐겨 플레이 하던 장르인 횡스크롤 액션 장르라서 매우 좋아했지요.
조기자 : 오락실에서는 ‘케이브맨 닌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도 했죠. 상당히 코믹한 게임 아니었습니까?
검떠 : 그렇죠. 거대 공룡을 보면 눈알이 커져서 쳐다본다 거나, 불에 데이면 온 몸이 빨갛게 물들면서 아파한다거나. 생동감이 넘쳤었죠. 그리고 공룡을 타고 가다가 그 공룡이 보스로 등장한다거나, 손을 빙빙 돌려서 부메랑을 세게 던지거나 등등 여러 코믹요소도 있어 좋았죠. 물론 후반부로 가면 살인적인 난이도 때문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후반부로 접어들면 살인적인 난이도를 경험하게 된다
조기자 : 맞아요. 좀처럼 원코인 클리어할 수 없던 게임이었거든요. 당시에 어떻게든 엔딩을 봤는데... 다소 황당했습니다. ㅎㅎ 남성이 여장한 듯한 모습으로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죠와 맥이 놀라서 도망치는 것으로 엔딩이 마무리됩니다.
깜짝 놀라는 죠와 맥... 그리고 게임의 히로인 그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로부터 도망치는 것으로 게임이 끝난다
검떠 : 사실 저는 이 아케이드 버전 엔딩을 보고 충격을 먹었었는데요, 이유는 저는 PC 도스 버전으로 이 게임을 즐겨 했었거든요. 그런데 PC 도스 버전은 엔딩이 좀 달라요. 저렇게 화장을 한 듯한 남성 같은 히로인이 아니고, 아예 무더기로 여성들이 나와서 도망가는 버전입니다.
도스판 엔딩. 미모의 여성들이 무더기로 쫒아오면서 마무리된다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야구 액션 게임 많이 했는데.. 엔딩은?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일본에서는
검떠 : '야구격투 리그맨'은 국내에서는 '닌자베이스볼 배트맨'이나 '야구왕 게임'이라고 주로 불리던 게임으로 1993년에 아이렘에서 발매한 게임입니다.
4인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락실에서 '던전앤드래곤'과 더불어 시끌벅적하게 친구끼리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이었죠.
각 캐릭터마다 다양한 기술과 커맨드형 필살기들이 존재해서 들이파는 맛이 쏠쏠했고요, 전체적으로 알록달록하고 플랫한 카툰스타일의 그림체만 적응한다면 재미는 무궁무진! 당시 그야말로 초딩들의 오락실 갓게임으로 초대박 인기를 끌었었죠.
조기자 : 흐흐 타격감이나 분위기 모두 발랄해서 재밌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보스 같은 걸 보면 야구랑 별 상관없는 형태도 나오는데.. 일반 적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 야구와 관련있게 만들어서 괜찮지 않았나 싶어요.
녹색 캐릭터가 가장 성능이 좋았다지만 저는 '스크류 파일 드라이버' 아류의 잡기 공격을 쓰는 노란색 캐릭터를 좋아했습니다. ^^
검떠 : 이 게임의 엔딩도 상당히 특이한데요, 구단주 같은 대머리 아저씨가 베이브 루스의 황금동상의 파츠들을 모으게 하고, 이 걸 다 모아줬더니 구단주가 최종 보스가 되는 식이죠.
검떠 : 이후에 그 최종보스를 이기고 난 뒤에 레트 닌자가 홈런으로 팍! 그를 달로 보내버립니다.
이렇게 게임이 마무리 됩니다
[로보캅] 인간적인 고뇌를 담은 그, 사람인가 기계인가
검떠 : "땡스 포 유어 코포레이숀~ 굿나잇" 이라는 대사 기억나시죠? ㅋㅋㅋ 어린시절 학교에서 아이들이 로보캅처럼 느리게 걷고, 옆으로 몸을 돌리고, 로보캅 흉내내는게 유행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폴버호벤 감독이 만든 로보캅1편을 꽤 좋아하는 게... 데카르트의 존재론에 대한 고뇌와 미래사회의 냉소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부분 등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보니 단순 오락영화로 끝나지 않아서 좋았어요. 영화를 보고 다시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줬다고나 할까요? 당시 기술이나 디자인 모두 클래식한 느낌이 있지만, 아무래도 레트로니까 더 친숙하네요.
검떠 : 특히 '로보캅' 1편은 1988년도에 처음 등장한 후 엄청난 이펙트를 남겼죠. 그래서 북미에서 '데이터 이스트'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큰 힘을 보태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총을 꺼내드는 장면부터 다양한 브리핑 장면 등 영화의 세계관을 최대한 지키려 한 부분부터, 적과의 대결, 타격감, 근거리에서의 주먹질 등 다양한 영화속 연출을 게임속에서 구현해 내다니. 대단히 인상깊은 게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영화와 동일한 목소리가 출력될때의 그 쾌감! 가슴이 두근두근 하더군요.. ^^;
조기자 : 저도 이 게임 좋아했는데요, 그렇게 녹록한 게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잘하게 됐지만 처음에 동전 무지하게 썼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엔딩.. 굉장히 성의 없었달까요.
마지막 보스를 구한 후
도시를 가로지르며 스탭롤이 올라가며 게임이 마무리
검떠 : 음.. 이정도면 뭔가 엔딩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거 아닌가요?
조기자 : 아 그렇긴 했는데요, 당시에 이 로보캅이라는 영화가 어떤 철학적 고뇌를 담고 있었는데, 저도 그런 것을 밑바탕으로 하고 게임을 클리어하고 보니 임무를 수행하고 말없이 어두운 도시를 가로지르는 저런 엔딩도 마음에 들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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