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의 개발사로 유명한 하이퍼그리프가 이번에는 턴제 RPG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름하여 ‘엑스 아스트리스’, 게임은 지구의 수사관인 ‘옌’이 ‘비³(이하 비)’와 모험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하게 서브컬처 요소가 가미된 턴제 RPG임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게임 형태를 지니고 있어서, 한번 게임을 구매하면 추가적인 결제를 할 필요가 없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모험을 다니다 보면 스토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합류하고, 추가된다.
엑스 아스트리스
게임을 실행하면 상당히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이 반겨준다. 깔끔한 UI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잘 뽑혔고, 배경도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으로 마련돼 정말 새로운 공간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각종 몬스터와 캐릭터 디자인도 이만하면 훌륭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비 캐릭터 디자인
최적화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플레이 전부터 성능이 나쁜 휴대폰에서도 잘 돌아갈까 걱정했으나, 프레임과 그래픽 등 설정을 적절히 조절하면 어지간한 기기에서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장시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면 발열도 없다.
잘 조절하면 어지간한 곳에서도 돌아간다
이렇게 예쁜 그래픽을 바탕으로 퀘스트를 받고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맵에 등장하는 각종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게 된다. 몬스터를 발견한 순간 먼저 선제공격 하는 식이다(물론 도망가도 된다). 유사 장르인 ‘붕괴 스타레일’과 비슷한 느낌이다.
선빵필승!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이 이용자를 반겨준다. ‘엑스 아스트리스’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스킬의 콤보를 짜고 가장 효과적인 대미지를 주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공중 추격이 있듯 넘어진 상태 추격도 있다, 취향따라 콤보도 다르게
예를 들어 캐릭터의 스킬에는 ‘공중으로 띄우기’, ‘하단(공중에 있는 적 타격)’, ‘공중 추격’ 등의 효과들이 붙어 있다. 공중으로 뜬 적에게 ‘공중 추격’이 있는 스킬을 사용하면 ‘행동력’(행동 횟수)를 하나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한 턴에 몇십 콤보를 넣을 수 있다.
공격하며 적의 ‘균형 게이지’를 모두 깎으면 일정 시간 동안 상대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손에 맞는 나만의 콤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플레이어의 턴임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간 동안 추가 행동을 이어가지 않으면 ‘행동력’이 남아있어도 적의 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쉴틈은 없다.
좌측에 연타가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적의 턴이 되어도 바쁘다. 게임에는 일종의 ‘패링’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막거나 피할 준비를 해둬야 한다. 적이 공격 모션을 취하는 동안 ‘핑’ 소리나 반짝이는 이펙트가 보일 때, 타이밍 맞춰 방어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패링’에 성공하면 대미지는 완전 무시, 적의 ‘균형 게이지’를 깎는 등 캐릭터마다 부가 효과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패링
특정 캐릭터만 막을 수 있는 특수 공격
‘옌’이나 ‘비’로만 막을 수 있는 적의 ‘특수 공격’도 존재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플레이 경험이었으나, 몇 가지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명일방주’ 때도 있었던 번역 문제, 그리고 과도한 고유명사 사용 문제가 ‘엑스 아스트리스’에도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종종 등장하는 퍼즐 요소
기본적으로 게임의 재미는 ‘전투’와 ‘메인 스토리’가 과반수 이상을 담당한다. 중간중간 작은 퍼즐 맵이나 점프맵, 서브 퀘스트 등의 콘텐츠가 있긴 하지만, 즐길거리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임의 ‘메인 스토리’가 게임을 계속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잡아줘야 하는데, 번역과 남용된 고유명사가 자꾸만 몰입을 방해했다. 존대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번역 문제로 갑자기 반말을 사용하는가 하면, 성격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등 일본어를 모르는 이용자도 이상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번역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
초반부터 만나게 되는 고유 명사들,
그렇다고 스토리가 단순해서 이해가 쉬운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는 ‘스토리텔링’ 쪽에 문제점이 보였다. 세계관 내 고유 명사가 많다고 해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캐릭터와의 대화, 서브 퀘스트 등으로 ‘자연스럽게’ 뜻을 유추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엑스 아스트리스’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투박한 부분이 있어 모든 뜻을 게임 내 사전의 역할을 하는 자료에 의존해 하나하나 찾아보며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 게임 자체에 애정이 깊어지는 후반부에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이용자가 생길 수 있겠지만, 게임 초반부터 쏟아지는 고유명사는 명백한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본다.
요약하자면, ‘엑스 아스트리스’는 턴제 방식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투 스타일과 안정적인 그래픽이라는 큰 강점을 가진 게임이다. 번역 문제와 스토리텔링 등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기는 하나, 새로운 맛의 게임을 찾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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