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혹한의 환경의 된 지구에서 오로지 '생존'이 목표가 된 집단의 지도가가 됐습니다. 가족과 친구의 시신마저도 불태워 땔감이 되어주길 바라는 이 끔찍한 환경 속에서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과연 얼마나 비정한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전작이 워낙 유명한 타이틀이라 아는 분들은 아실 만한 타이틀인데요, '11비트 스튜디오'의 치열한 생존 경영 시뮬레이션 '프로스트 펑크2'입니다. 9월 21일 스팀을 통해 정식 발매됐고 2025년 콘솔 출시도 앞두고 있습니다.
기온이 극도로 낮아진 지구, 인류 문명이 완전히 파괴된 지구에서 발전기 하나에 의지해 소수만이 살아남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생존 게임입니다. 전작으로부터 30년 후가 배경이라고 하네요.
소수의 고립 단체를 이끌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무려 인구 몇만 단위 도시라 부를 만한 문명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이 끔찍한 환경을 이겨내고 생존해야 합니다.
설정상 일정 주기로 찾아오는 '화이트아웃'을 제외하면 아예 못 버틸 정도의 추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그 '화이트아웃'조차 막대한 피해가 있을지언정 극복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따라 하기식 튜토리얼이 아니라 메뉴얼 던져주고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니 알아서 해결해라-는 느낌 정도라서 게임의 장르조차 제대로 모르고 입문했을 때는 이미 수십 주를 버린 뒤였습니다.
이걸 하라는 건가? 저건 이렇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누르면서 그렇게 실제로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매서운 화이트아웃에 게임오버를 당하고 나면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 주 단위로 허겁지겁 계획을 세우고 변수를 통제해나가게 됩니다.
전작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생존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적다면 가장 쉬운 모드인 '시민' 모드로 하더라도 첫 시도만에 시즌마다 뼈아픈 멸망을 겪게 되거나, 아니면 축출되어 비참하게 쫓겨나는 엔딩을 겪게 될 정도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받아서 빡종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진행한 경험치를 토대로 더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을 순삭 시키는 이 게임의 진정한 마력이 나옵니다.
매 단계마다 영화 같은 도입의 세련된 연출과 서사에 살짝 긴장하게 만들고, 또 기대하게 만듭니다.
서막에서 1장, 1장에서 2장, 3장으로 넘어갈수록 정말 기가 막힌 레벨 디자인의 혹독한 환경을 겪게 됩니다. "나 좀 소질이 있나?" 싶은 생각을 와르르 무너뜨릴 정도의 시련이 닥쳐오죠.
3천 명 남짓한 '방랑자'만 잘 이끌고, 식량과 자재만 잘 채우면 되는 서장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뉴 런던'에서 무려 만여 명의 대도시를 이끄는 1장에 진입합니다.
순례자, 영구동토인, 충성가, 뉴 런던인 4개의 세력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정치의 장에 돌입하게 됩니다. 지금부터는 도시의 발전뿐만 아니라 영구동토를 개척하여 새로운 자원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자꾸만 늘어나는 시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기껏 안정시켰다 싶은 도시도 순식간에 빈곤하고, 부족한 상황에 치닫기도 하고요.
이런 와중에 금쪽이들은 서로 자기들이 잘났다고 떠들고, 자기들 편 안 들어줬다고 들고뛰니까 참 지도자가 쉽지 않습니다.
주제적인 부분, 배경적인 설정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고 항상 자원과 시간은 부족하기에 적당히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버릴 것은 버려가며 과감하게 선택해야 하며, 그 어떤 어이없는 선택이나 실수도 되돌릴 수 없기에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어떤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지켜보는 안타까움까지 느껴집니다.
'의회'를 소집해 그릇된 것을 밀어붙여야 할 때의 심정이나, 분명히 시급한 사안인데도 부결될 때의 심정은 정말 겪어봐야 알죠. 수십 명, 수백 명, 심하게는 수천 명이 텍스트 한줄로 죽어나가는, 어쩌면 공포 게임 같기도 합니다.
비록 코딩으로 이루어진 게임일 뿐이지만 과연 나라면 다수의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며, 내가 구성원이라도 어디까지 따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 해결했다 싶으면 다음 문제가, 이걸 막았다 싶으면 저게 터지는 이 치열한 게임에서 마음 놓을 수 있는 순간은 정말 몇 되지 않죠. 그것을 잘 해결해서 겨우겨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그 순간의 뿌듯함은 정말 '프로스트펑크'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이 아닐까 싶네요.
여기에 이 정적인 화면의 공간감을 가득 채우는 웅장하면서도 비장한 사운드는 그야말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다만, 게임 플레이 중 거의 한 시즌당 한두 번꼴로 중간중간 오류가 생겨서 꺼지곤 했는데 어느 정도 진행한 데이터가 싹 날아가므로 엄청난 탈력을 겪긴 했습니다. 환생자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도전하게 만들었죠.
전작을 해보지 않았고, 맨땅에 헤딩으로 플레이한 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전작이 '생존'에 주안점을 뒀다면 후속작에서는 '생존'과 '문명' 그리고 여기에 '정치'를 결합한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하네요.
게임 진행 자체가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불친절한 게임이라 게임을 직접 배워나가야 한다는 진입 장벽이 있긴 합니다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또 이 게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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