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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먹] '검은 신화 : 오공', 놀라운 상상력이 빚어낸 신비감 넘치는 어른 동화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9 06:06:13
조회 2457 추천 6 댓글 11
														



굳이 '드래곤볼'을 들고 오지 않더라도 '서유기'와 '손오공'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중국 설화 중 하나죠.

곧 소개할 타이틀은 어릴 적 책과 만화로 어렴풋이 그려냈던 상상력을 극한까지 짜내어 그것을 현실화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20년 8월, 트레일러 하나로 단숨에 기대작 반열에 올라선 화제작,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한 액션 RPG, '검은 신화 : 오공'이 8월 20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PC,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부터 '오공 설화'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비로움이란 단어를 시각화한 듯한 공간에서 앞으로 플레이어가 상대해야 할 적들이 어떤 적들인지 알 수 있고, 이 게임의 몽환적인 세계관이 삽시간에 플레이어를 사로잡습니다.

'검은 신화 : 오공'은 '전투'와 '전투'의 연속입니다. 싸우고 쓰러뜨리면, 어디론가 또 달려가고, 그곳에서 또 싸우고 쓰러뜨립니다. 가는 길도 쉽지 않고, 가서 만나는 적은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몬스터의 종류가 150 여 종이나 된다고 하고, 보스 패턴도 각양각생이니 이를 하나하나 파훼하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각종 기괴한 요괴들과 겨루게 된다.

다만, 개발진도 특별히 까다로운 패턴을 가진 애들이 누구인지는 잘 아는지 요소요소 길목에 꼭 귀찮은 애들을 배치한 느낌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한 모험을 하다 보면 진짜 어딘가의 산속을 타넘는 듯한 사실적 배경에 몰입하게 됩니다. 버려진 사당, 을씨년스러운 폐가, 파괴되어 나뒹구는 불상에 혈흔만 살짝 흩뿌려놔도 기괴함에 압도되는 느낌이 있죠. 


불과 물, 돌과 나무는 오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 요소

사실 이 게임의 압권은 개인적으로 세심한 사운드입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자박자박 밟히는 자갈과 나뭇가지, 세찬 바람 소리와 나부끼는 낙엽이 플레이어를 반깁니다.

배경 특성상 물과 불, 돌과 나무 등 자연 소재의 배경과 오브젝트가 즐비한데 이것들이 한 데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과 그 속을 누비는 모험은 시종일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그런 강점을 놓칠 세라 '좌선'을 통해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해뒀을 정도니까요.


이런 경관을 보고 명상을 할 수 있으니 원숭이도 득도하는 세계

일부러 하울링을 잔뜩 살린 내레이션과 중국 고전 문학 특유의 시를 읊는 듯한 대사, 여기에 고악기를 활용한 풍류도 멋들어집니다. 적어도 '검은 신화 : 오공' 만큼은 중국어 원어로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고대 설화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맵은 엄청 복잡한 구조는 아닙니다만 나무나 바위 등으로 시야가 제한된 곳에서의 이동이라 적당히 길을 찾아 헤메고 길을 찾아가며 마주치는 적을 쓰러뜨리게 됩니다.


숨겨진 곳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숨겨진 상자를 찾거나, 채집물을 획득하는 것도, '와, 저게 뭐야-' 싶은 거대 보스에 도전하는 것도 탐험의 일환입니다. 이 고문 같은 게임 오버의 향연 속에서 "방금 거기 뭐 색다른 거 있었던 거 아냐?" 하는 즐거운 의심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우회로가 눈에 익으면 타임 어택처럼 최소한의 전투로 보스만 처리해가며 메인 스토리가 착착 진행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실제로 하다 보면 시간을 더 잡아먹고, 여기서 죽어서 기껏 뚫어놓은 길을 되돌아올 것을 알게 되더라도 히든 보스가 있을 것 같은 공간을 찾아다니고, 오며 가며 마주치는 잡몹 무리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월드 곳곳을 누비게 됩니다.


세이브 포인트를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반가운지...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간 성장을 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강해진 상태에서 막강한 보스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막아서는 적들은 '요괴'이기에 여러 기괴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다소 보기 편한(?) 의인화한 짐승들부터 시작해서 중국 설화 특유의 요사스러운(?) 적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배경이 된 설화가 '천계'라든지 '신선', '불교', '요괴'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것을 표현하는데 주력한 것이 느껴집니다.



어느 게임을 하든지 그저 뻔한 '좀비', '리자드맨', '코볼트', '스켈레톤' 같은 것에 지쳐 있었다면 이 생경한 요괴들이 털 한 올 한 올 사실적인 질감으로 표현된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경험이 없으면 죽을 일이 많기에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처음 보는 패턴에 속절없이 당해 두 번, 세 번 도전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보스의 패턴이 눈에 익게 되고, 그렇게  도술을 적재적소 사용하며 완벽하게 제압해냈을 때의 쾌감은 '오공'이 추구하는 액션의 묘미를 말해줍니다.



서브컬처에서 '제천대성'은 나왔다 하면 주인공급 포지션으로 등장하죠. 그렇다면 '오공'을 AAA급 액션 RPG의 주인공으로 구현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액션', 그것도 그냥 액션이 아니라 눈을 현혹시키는 '신비한 액션'일 겁니다.

'오공'의 액션의 중심은 '봉술'입니다. 가벼운 곤봉(약공격)으로 곤봉 게이지를 모으고 게이지를 소모해 무서운 곤봉(강공격)을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타격'에 있어서는 봉술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점에 누구나 인정할 듯하네요.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는 보스는 친절한 보스

오공의 '봉술'은 자세를 바꿔가며 '벽곤', '입곤', '착곤'의 형태로 구분되는데, 자세에 따라서 무거운 곤봉의 형태가 다르고, 콤보 진행 방식이나 회피 방식이 달라지므로 그때그때 자세를 바꿔가며 필요한 액션을 택할 수 있습니다.

'오공' 액션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곤봉의 길이가 늘어난다거나, 봉에 올라탄다거나 하는 아크로바틱한 액션 역시 잘 살렸습니다.


봉을 빙그르르 돌려 원거리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로망이라면 로망

확실한 것은 이 변화무쌍한 봉술과 스킬 강화 시스템이 만나면서 자신만의 애착 콤보가 자리 잡을 거란 거겠죠.

'봉술'에 '정지술'과 같은 묘술', '기화술', '분신술'과 같은 '체술'이 더해지고, 보스로 직접 변신해볼 수 있는 '변신술'이 나오면서 비로소 '오공'의 액션이 물흐르듯 완성됩니다.


어느 상황에서나 유용했던 정지술

'봉술'만 가지고 보스를 상대한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소울류'에 준하는 난이도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여기에 '오공' 특유의 '도술'이 더해지면서 게임의 난이도가 살짝 내려간 듯한 느낌일 정도니까요.

장르 특성상 잡몹의 반격도 위협적이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연노 연사에 빈사 되기 일쑤이므로 '오공'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면서 압도적으로 찍어누르는 모습은 없지만 그래도 살살 피해 가며 콤보를 딱딱 꽂아 넣는 움직임에서 여러 시각 매체에서 봐왔던 '오공'의 여유를 흉내 내볼 수 있습니다.


장비와 스킬, 육성은 매우 간단하다.

각종 스킬 트리, 장비 제작 등은 RPG를 받쳐주기 위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으며 어느 정도 파밍을 요구하긴 합니다만 어차피 '오공'은 마을 왔다갔다 하며 플레이하는 형태는 아니므로 일단 1회차에서는 하는 김에 하면 되는 정도의 볼륨입니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관여하게 됩니다.

다만, 이 많은 비주얼적 장점과 전에 없던 설화적 신비한 액션이 주는 재미와는 별개로 초반부 스토리는 다소 불친절합니다.

애초에 서유기, 오공 설화를 모른다면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 대부분이며 실제 이야기 진행조차 당장의 모험에 대한 서사만 제공할 뿐 싸우고 또 싸우다 전체적인 흐름은 중후반에 가야만 비로소 단서를 제공합니다.


귀에 무기를 보관하는 깨알 같은 설정

하지만 '검은 신화 : 오공'은 그 이름처럼 올해 연세 좀 지긋한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만큼은 하나의 신화적 족적을 남길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그간 수많은 게임에 여러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이름만 가져왔을 뿐 성에 차지 않았던 수많은 '오공'들을 봐오며 아쉬움을 느낀 어른들에게 아마도 내 어릴 적 상상 속 '오공'은 이런 식으로 성장하여 '부처'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진 동화를 써내려가주거든요.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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