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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발로 해도 이긴다? 멘탈 탈곡기 한국 프로게이머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4 11: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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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언제부터인가 '한국인=게임을 잘한다'라는 공식이 세워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리그가 오랫동안 운영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유소년 게이머 양성 기관인 PC방 때문일까요?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게임에서 한국인을 아군으로 만나면 환호, 적으로 만나면 비명을 지르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심지어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하면서 한국 서버를 따로 만들고 설명으로 "이 무시무시한 전쟁터에 생각 없이 발을 들이지 마십시오"라는 경고문을 붙였을 정도죠.

​한국인과 게임에 대한 밈은 프로게이머 레벨에서도 종종 언급됩니다. 세계 최고 실력을 가진 한국 프로게이머가 국제 대회에 나가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경우엔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가 폭발하곤 하죠. 그중에서 일부 경기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볼 때조차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 조선통신사에선 뛰어난 실력과 놀라운 퍼포먼스로 해외 프로게이머들의 멘탈을 탈탈 털어버린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상대의 멘탈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한국 프로게이머들을 만나볼 준비되셨나요?

■ ​WEG 2005 - 장재호 '블러드 캐슬'



먼저 소개해 드릴 경기는 워크래프트 3의 아이돌, 나이트엘 프 팬들의 오랜 적인 'Moon' 장재호 선수의 블러드 캐슬 사건입니다. 장재호 선수는 상대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관광 보낸다는 의미로 '안드로 장', 혹은 나이트 엘프의 거장이란 의미로 '장 회장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이 경기는 이런 별명이 왜 붙게 되었는지 가장 확실히 보여준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ToD' 유안 메를로 선수와 만난 장재호 선수는 선영웅으로 데몬 헌터 같은 나이트 엘프 영웅이 아닌 중립 영웅인 '다크 레인저'를 구입합니다. 다크 레인저는 보통 언데드 판정의 특징을 살려 언데드가 세컨드 영웅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이트 엘프는 잘 사용하지 않는 영웅인데 그런 영웅을 첫 영웅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해설진도 다수의 물량을 활용한 파이어 로드나 비스트 마스터가 아닌 다크 레인저, 그것도 다른 선수가 별다른 재미를 못 본 영웅을 선택한 것에 놀라워했을 정도였습니다.

​다크 레인저는 넓은 범위에 침묵을 거는 '사일런스'와 공격 시 일정 시간 내에 사망한 영웅을 해골로 되살리는 '블랙 애로우', 상대의 체력을 흡수하는 '라이프 드레인', 그리고 상대 유닛 하나를 아군으로 만드는 궁극기 '참'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장기전으로 가지 않는 이상 6레벨 궁극기를 보는 경우는 많지 않고, 언데드조차 다크 레인저를 첫 영웅으로 뽑는 경우는 드무니 참을 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장재호 선수는 이걸 해냅니다.

​상대 일꾼을 뺏은 장재호 선수는 그대로 휴먼 3티어 건물인 캐슬까지 직행, 세컨드 영웅 블러드 메이지와 서드 영웅 아크메이지를 뽑아 상대에게 블리자드와 플레임 스트라이크로 광역 피해를 퍼붓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때까지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유안 메를로 선수는 이 전투 이후 버티지 못하고 GG를 치게 됩니다. 대회에서 보기 힘든 더블 메이지를 나이트 엘프의 유닛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휴먼 게이머들의 뒷목을, 장재호 선수가 나이트 엘프로 또 이상한 짓을 해서 또 너프를 당할까 나이트 엘프 게이머들까지 뒷목을 잡은 레전드 경기였습니다.

 


​■ WCS 2014 - 박세준 '파치리스님'



포켓몬스터 대회에선 포켓몬 게이머, 트레이너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준 선수가 있습니다. WCS 20214에서 독특한 엔트리로 우승을 거머쥔 '세준' 박세준 선수입니다. 박세준 선수는 공식 국제 대회 결승전에서 다른 포켓몬보다 능력치가 월등히 적은 '파치리스'를 사용해 우승해 세계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파치리스는 고정 능력치인 종족값 총합 405, 공격과 특수 공격은 45에 불과한 전기다람쥐 포켓몬입니다. 그나마 높다고 할 수 있는 종족값인 스피드와 특수 방어가 각각 95, 90입니다. 일반적으로 실전 경기에 등장하는 포켓몬의 핵심 종족값이 100~120, 높을 경우 총합 600까지 되는 것을 고려하면 실전으로 사용하긴 어려운 포켓몬이죠. 물론 좋은 기술을 많이 배울 수 있고, 부족한 능력치는 노력치로 보충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박세준 선수가 사용하기 전까진 말이죠.

​박세준 선수는 당시 실전에서 자주 사용되던 갸라도스, 파이어로, 한카리아스, 가디안과 함께 파치리스, 고디모아젤을 엔트리로 채용했습니다. '수컷' 가디안도 인상적이지만, 마스코트 캐릭터였던 파치리스를 단순히 엔트리 멤버가 아닌 출전 멤버로 사용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죠. 그리고 파치리스는 자신을 공격하게 만드는 '날따름'과 현재 적 체력의 반을 무조건 날려버리는 '분노의 앞니', 상대를 마비시키는 '볼부비부비' 등 핵심 기술로 적들을 방해하면서 박세준 선수의 우승에 큰 힘이 되어줍니다. 특히 마기라스가 날린 스톤샤워와 보만다가 날린 용성군을 자뭉열매를 먹으며 살아난 장면은 상대 선수 빼고 모든 이를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파치리스는 일약 슈퍼스타로 떠올랐으며, 박세준 선수는 카렌의 명대사인 "강한 포켓몬. 약한 포켓몬. 그런 건 사람이 멋대로 정하는 것. 정말 강한 트레이너라면 좋아하는 포켓몬으로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해"를 직접 실현한 선수로 팬들에게 '포켓몬 마스터'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 ​조텍컵 마스터즈 - 임홍규 '발스타'



스타크래프트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잊기 어려운 경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홍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Larva' 임홍규 선수의 조택컵 이벤트 경기입니다. 임홍규 선수는 스타크래프트 프로팀 eSTRO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T1에서 데뷔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진 후였고, 결국 리그가 폐지되면서 임홍규 선수는 아프리카TV 방송인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임홍규 선수는 선을 넘나드는 유쾌한 선수, 혹은 급발진을 자주 하는 선수였던 만큼 온라인 방송에서 큰 주목을 받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화제성 넘치는 방송이었기 때문이죠. 2017년 조택컵 이벤트전에서 보여준 기행은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같은 팀 선배였던 루오시안 선수와 맞붙은 임홍규 선수는 발로 키보드를 조작하는 단어 그대로 '발컨'으로 상대를 이겨버리면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듭니다. 사실 발컨 외에도 한 손으로 플레이, 손 바꿔서 플레이, 누워서 플레이 등 비정상적인 자세로 게임을 했고, 심지어 3:0으로 완벽하게 이겼죠. 덕분에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는 물론 수많은 국내외 게임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게이머들은 임홍규 선수의 행동에 대해 "유쾌한 퍼포먼스다", 혹은 "무례한 행동이다"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임홍규 선수를 잘 아는 게이머라면 '홍구가 홍구했다' 같은 반응도 보여줬죠. 결국 주최 측은 임홍규 선수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를 내렸지만, 스포츠맨십이나 매너에 대한 문제와 별개로 여전히 스타크래프트 레전드 경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 오버워치 월드컵 - 한국팀 '0.07m'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경기는 작년에 열린 2023 오버워치 월드컵 온라인 예선 한국 대 필리핀 2세트입니다. 오랜만에 열린 옵드컵이긴 하지만, 코로나 19 이전에 열린 2019년 옵드컵에서 3위에 올랐던 만큼 오버워치 팬들의 이목이 몰렸던 대회입니다. 그렇기에 예선전은 볼 것도 없이 무난히 치르고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상상 이상으로 꿀잼 경기가 나오게 됩니다.

​때는 4일 차 경기가 진행되던 6월 30일. 한국은 필리핀 대표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한국은 대만과 홍콩을 모두 2:0으로 격파했고, 반대로 필리핀은 일본과 홍콩에게 0:2로 격파 당한 상황. 두 팀의 기량이 크게 차이나는 만큼 한국의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리장 타워에서 치른 1경기를 한국이 가져가고, 이어지는 서킷 로얄에서 2경기가 시작되면서 그 사건이 시작됩니다.

​서킷 로얄은 공격 팀이 화물을 목적지까지 호위하는 호위맵입니다. 양 팀이 번갈아가며 화물을 밀고, 화물이 움직인 거리와 시간 등을 통해 승패를 겨루죠. 한국과 필리핀의 2경기는 필리핀의 선공으로 시작됐고, 필리핀은 한국을 뚫고 화물을 밀어야 했지만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팀의 봉쇄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필리핀 선수들을 막다 못해 아예 거점에서 나올 수도 없게 만들었고, 심지어 일부 필리핀 선수는 거점에서 그대로 죽는 '우물킬'까지 당하고 맙니다. 필리핀 탱커는 한국의 포화를 비집고 나와 화물을 만졌지만, 결국 민 거리는 0.07m, 즉 7cm였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역대급 차이였지만, 바로 그다음 경기가 이 모든 걸 잊게 만들었습니다. 공수가 교대되면서 한국은 7cm만 밀면 되는 상황. 필리핀은 입구 위 발코니에서 한국을 덮치기 위해 대기했지만, 오리사를 픽한 'Hanbin' 최한빈 선수가 그대로 화물에 돌진하면서 경기 시작 '2초' 만에 한국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정소림 캐스터는 오버워치를 중계하면서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고, 해외 캐스터들도 해설할 틈도 없이 웃고만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은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서 4위에 머물렀지만, 이 경기 하나로 오버워치가 서비스 종료되는 날까지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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