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태는 공전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1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지금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을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때"라며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제자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11∼12일 연속 전공의들과 만나서 대화의 맥을 이어갔다.
박 차관은 "장관께서 (전공의들과) 대화를 계속 유지하고 계신다. 어제도 모처에서 대화했다"며 "대화 노력은 지속해 해나가고 있고 만남이 약속된 것들도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발(發)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의대 교수들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정부에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을 1년 뒤에 결정하고 국민대표와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와 의사들이 대화의 전제조건이 된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논의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의 '의대 증원 1년 연기' 제안에 대해 박 차관은 "정부가 정원 문제를 두고 특정 직역과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며 "'협상하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은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제안에는 더더욱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정부와의 대화를 주도할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집단사직까지 결의했지만 정작 '제자'들과 원활히 소통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정부에 '전공의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제안하자, 전공의 단체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합의한 사안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 교수 뿐만 아니라 타교 의대 교수들의 집단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동아대 의대 교수진들은 이날 협의회를 결성하고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2천명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 학교를 떠난 학생의 의견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선배 교수로서 제자들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를 다하고자 앞서 와해했던 교수협의회를 재건했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 충북대, 경상국립대, 조선대, 제주대, 울산대 등도 교수들의 집단 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도 전날 기준 6051건으로 집계됐다. 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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