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찰 고위 간부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른바 ‘스캠 코인’(사기 가상화폐) 관련 수사 대상자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27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2부(송창진 부장검사)는 오는 28일 오전 A지방경찰청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홍푸른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장 내용을 토대로 법령 위반이 맞는지 구체적인 진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인 조사는 수사기관이 고발장에 작성된 혐의의 사실관계, 법리적 배경 등을 물어보고 증거 자료를 제출받는 고발사건 처리의 첫 단계다. 통상 수사 필요성이 인지되지 않으면 고발인 조사 이전에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후 피고발인에게 출석 요구를 통보하게 되고 수사를 거쳐 범죄사실이 인정되며 객관적 증거까지 있을 경우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홍 변호사와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지난 19일 A청장이 자신의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인물과 사적인 관계를 맺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캠 코인 의혹을 사고 있는 가상화폐 업체 대표 최모씨는 A청장 접견실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을 보면 최씨가 A청장의 손을 잡고 있거나 계급패가 있는 접견실 중앙 청장석에 홀로 앉아 있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사진에 '청장님실', 'OOO청장님실'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러나 최씨 업체가 발행한 코인이 최근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이 없는 스캠 코인이라는 의혹에 불거지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또 최씨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유명인을 내세우며 해당 코인이 상장될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투자자 30여명에게서 32억원을 편취한 의심도 사고 있다.
A청장 관할 경찰서는 이런 사안을 가지고 최씨를 수사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씨와 A청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사건의 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임을 안 경우 이날부터 14일 이내 소속기관장에게 사실을 서면으로 신고하고 회피 신청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형법 제122조와 경찰공무원법 제24조 2항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홍 변호사와 진 대표변호사는 고발장에서 "A청장은 관할 경찰서에서 최씨 등을 수사하고 있음에도 사적인 이해관계를 가졌고 경찰청이나 행정안전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라며 "최씨를 집무실에 초대해 사진을 촬영했고, 피의자들이 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해 사기 범죄를 고도화한 것은 A청장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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