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사람이 사망하면 무엇이 남을까? 생전에 불멸의 창작품을 남긴 경우도 있을 테고, 유명한 사람이었다면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그 사람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남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사망하면 상속재산을 남긴다.
상속재산분할청구 신중해야
상속재산은 부동산, 예금, 주식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보험금,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등도 포함된다. 상속재산분할은 사람이 사망하고 나면 그 망인(상속관계에 있어서 사망한 사람을 전문용어로 ‘피상속인’이라 한다)의 재산을 분할하는 절차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망했는데 생전에 그 사람 명의로 땅이 하나 있었다. 그러면 땅의 소유자는 형식적으로 여전히 죽은 사람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부동산은 망인의 사망 시점에 상속인들이 공유하는 것으로 변한다. 상속인들끼리 우애가 좋거나 협의가 잘 되면 법정상속분대로 또는 상속인들끼리 협의한 대로 상속재산이 분할되므로 법원에 사건으로 접수될 일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엄청나게 많은 상속재산분할 사건들이 접수되는데, 특히 피상속인이 많은 재산을 남겨두고 사망한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때 기본적으로 문제되는 것이 특별수익과 기여분이다. 특별수익은 쉽게 말하면 피상속인이 생전에 또는 유언으로 일부 상속인에게 준 재산을 말한다.
예들 들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망 전에 장자에게 혹은 특히 예뻐하는 딸에게 상당한 재산을 미리 증여하거나 사망 무렵에 유언으로 주는 경우(유증)다.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에게 준 모든 것들이 다 특별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생전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한다.
피상속인이 그의 생전에 특정 상속인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경우는 당연히 특별수익이 되겠지만 소액의 용돈을 준 것은 특별수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법원에서 심판절차를 통해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이상 상속인들이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 또는 유증받은 내역은 특별수익으로 모두 밝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할 경우 신중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상속재산에 욕심이 생겨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했다가 결국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특별수익이 다 밝혀져 상속재산을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고, 되레 상대방으로부터 유류분반환청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 기여분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또 하나의 상황은 일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다. 예를 들어 일부 상속인이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보통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부양을 했거나 피상속인의 특정 재산의 형성에 특별한 기여를 했을 때다.
피상속인으로부터 특별한 수익을 얻은 공동상속인이 있으면 특별수익을 상속재산에 더해 ‘간주상속재산’을 계산한 뒤 상속분을 정한다. 그 후 그 특별수익자의 상속분에서 특별수익을 공제함으로써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듯이, 상속개시 당시 잔존한 재산에 공동상속인 중 1인의 기여가 있으면,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각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을 산정한 후 공동상속인에게 그 기여분만큼 가산해 구체적 상속분을 정하는 것이 기여분제도다.
이와 같은 특별수익과 기여분은 상속재산 분할 과정에서 공제되거나 더해지게 되는데, 위와 같은 특별수익, 기여분의 인정 여부 및 비율 등에 대해서 상속인들끼리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속재산분할의 협의가 잘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피상속인에게 혼외자가 있거나 피상속인이 재혼하는 등으로 이복형제, 이부형제 및 계부, 계모까지 등장해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첨예해지기 때문이다. 부모가 같은 형제들끼리도 많은 상속재산을 앞에 두면 싸우는 사례가 있다. 정서적 친밀감이 거의 없는 이복형제들이나 이부형제들끼리는 분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여성(A)이 결혼해 30년 이상 살다가 남편이 사망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에게 전혼 자녀 또는 혼외자(B)가 있는 경우, 설령 그 사망한 남편과 그 자녀(B) 사이에 30년 이상 아무런 연락이 없었어도 법정상속분은 5분의 3(A), 5분의 2(B)가 된다. 이런 경우 피상속인과 오래 살았던 A는 보통 기여분을 주장하고, B는 A가 피상속인과 같이 살면서 미리 여러 재산을 받아갔다면서 A의 특별수익을 주장하게 된다. A와 B 사이에는 아무런 정서적 친밀감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사건들의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조정도 잘 되지 않으며, 결국 법원의 심판으로 상속재산분할이 마무리된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어렵지 않은 상속재산분할
법원에서 처리하는 상속재산분할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누가 상속인이 되는지 공동상속인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법정상속분을 산정한다. 그 다음 피상속인의 재산을 조사해 상속재산분할 대상을 확정한다. 그 후 상속인들의 기여분과 특별수익을 밝히고 이를 상속재산분할 대상에 더하거나(특별수익) 빼서(기여분) 다시 상속재산을 확정한다(이렇게 계산된 상속재산을 전문용어로 ‘간주상속재산’이라 한다). 이 간주상속재산에다가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을 곱하면 상속인별 법정상속분액이 나온다.
이 법정상속분액이 각 상속인들이 이론적으로 받았어야 할 재산이다. 일부 상속인에게 기여분과 특별수익이 있는 경우 실제로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될 재산은 법정상속분액에서 자신이 기존에 받은 특별수익을 빼고 자신의 기여분을 더한 재산이 된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당사자들은 자신의 기여분은 많게, 특별수익은 적게 주장하게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재산은?
많은 상속재산분할청구 사건을 처리해 보면서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격언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사망한 후 나의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고, 내가 사망하기 전 30-40년 치 금융계좌가 모두 오픈된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상속인들이 내가 남기고 간 재산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특별수익을 입증하기 위해 나의 오래 전 계좌까지 모두 들춰내는 것을 방지하려면 상속재산을 남기지 말고 죽던지 아니면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잘 정리해주고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유언을 남기더라도 특정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유언은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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