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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파탄낸 그XX 죗값이 겨우 2000만원이라구요?"[박주현 변호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9 09:00:09
조회 259 추천 0 댓글 2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2000만원은 너무 싼 죗값 아닌가요?"
"변호사님, 정말 이게 그 XX가 받는 벌 전부라구요? 2000만원이요?"
그렇다. 2000만 원 남짓. 상간소송이라고들 알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판결의 금액이다. 필자가 수임했던 상간소송의 원고가 되는 당사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내 인생은 이렇게 망가졌는데 이것밖에 받지 못하느냐,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주고 싶다, 얼굴을 들지 못하고 다니게 하고 싶다, 상간소송하면 전과가 남느냐, 벌금을 받으면 기록이 남지 않느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등등.

상간소송은 민사소송이고, 형벌이 아니므로 전과가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다. 누군가 제한 없이 소송 진행 내용과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전적인 배상, 쉽게 말하면 돈으로 물어주면 끝이다. 그래서 상간소송이 치명적인 타격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대했다면 처음에는 실망하게 된다.

어린이집서 눈맞은 불륜남녀
필자가 수임했던 사건 중 어린이집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눈이 맞은 불륜남녀 케이스가 있었다.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데려갔다가 알게 된 비슷한 나이의 부부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놀이공원, 키즈카페에 갔다. 또 한 번은 자기들 집에서, 한 번은 상대 부부 집에서 초대하여 식사도 하고, 그렇게 친해져 결국 그중 두 사람이 눈이 맞았다. 상대 부부의 아내는 내 아내보다 남편에게 더 잘하고, 아이들도 더 잘 돌보고, 늘 관리된 모습이고, 상대 부부의 남편은 내 남편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술 약속도 많이 없어서 평일에는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 중심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고 느껴진다. 애들을 핑계로 만날 수 있으니 만날 명분은 얼마든지 있었다. 부부 네 명이 항상 시간을 맞출 수는 없으니 어느 날엔 부부 중 한 명만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해주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가. 왜 이제야 이렇게 만난 것인가. 당사자들은 그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의 애틋함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다. 불륜커플의 여자는 혼자 괴로워하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한 친구라면 이 진정한 사랑을, 이 애틋한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믿음 때문에 두 가정은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친한 친구는 이 사실을 곧장 남편에게 알려주었다. 친한 친구의 눈에는 불륜친구가 완벽한 남편과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처럼 보여 늘 부러웠고, 자신의 열등감을 드디어 해방해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므로, 그런 시기와 질투를 ‘진실을 함구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라는 이름으로 적절히 변모시킬 수 있었다.

소송 당하자 꺼져버린 불륜커플의 사랑
필자의 의뢰인은 불륜녀의 남편이었다. 소송은 각 배우자가 불륜커플의 상대방을 상대로 하는, 크로스 방향의 진행이 되었다. 각 부부의 혼인생활도 이혼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불륜커플의 불같은 사랑도 냉정한 현실의 찬물을 끼얹자 까만 연기만을 남기면서 꺼져버렸다.

불륜녀나 불륜남의 입장에서는 2000만원 배상으로 받는 재산상 타격이 상간소송에서 받는 불이익 전부일까.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대부분은 공감되는 이 말은 상간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불륜남녀의 관계에는 어떠한 믿음이나 확신이 없고, 늘 채워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은 결국 평온했던 생활 자체를 잠식하며, 주변 지인들에게는 그들 배우자의 잠재적인 불륜의 상대방으로 점찍어져 경계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살아온 전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 가족을 잃게 되고, 앞으로 살아갈 전부라고 믿던 연인을 잃는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 같던 친한 지인들도, 돌아서면 오히려 누구보다 더 객관적인 남이 되고,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찾는다. ‘저렇게 살면 안 되지’라는 말이 어디서든 들린다. 아직 불륜 사실이 배우자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이면 괜찮을까. 아니다. 법원에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소장이 깨뜨릴 가정 평화에 대한 위태로움, 배우자가 혹시라도 알게 된 건 아닌지 몰라 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시간, 불가침입의 내 가정에 언제 날아들어 올지 모르는 불안의 화살. 위법하기는 하나 처벌을 무릅쓰면서 저지르고야 마는 직장에의 상간사실 유포, 가정은 깨지더라도 사회생활은 계속해야 하니 이것만은 막고 싶어 하지만, 눈이 뒤집힌 불륜상대 배우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상간자의 친한 지인들은 마치 정해놓은 것처럼 ‘저렇게 바람피우는 걸 배우자도 알고 있나?’, ‘배우자가 불쌍하다’라는 말을 반드시 하고, 반드시 내 귀에 들린다.

소송엔 '금융치료 플러스 알파'가 있다
그러니, 배우자가 나를 배신하도록 내 배우자를 유혹하고 나를 기만하며 감히 미래를 논하는 불륜 상대방에 대한 단죄 의지로 상간소송을 시작한다면, 그 의지는 원하는 대로 현실이 되므로 그걸로 충분하다. 상간자가 겪게 될 상실감, 불안감, 이미 폐지된 간통죄보다 더 센 중범죄급 비난은 직접 겪지 않은 당사자는 모를 것이다. 배우자의 불륜에, ‘내가 느낀 가정 파탄의 상실감과 배우자의 배신으로 인한 허망함이 어느 정도인지 너 따위가 알아?’라고 하는 것에 상응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알까. 물론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그 정도 크기의 응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받는 것이 돈 2000만원 뿐이더라도, 상대방이 지급하는 것이 돈 2000만원 뿐이더라도, 상간소송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힌트!

[필자 소개]
박주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중용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형사 및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내변호사 박변호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익성을 가진 특수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뢰인에 대한 최선의 법률서비스와 변호사로서의 공익적 사명감이 조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은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주현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법무법인 중용 박주현 대표 변호사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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