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계열사를 합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이 회장 측이 다툰 쟁점은 크게 2가지다. 이 회장이 합병과정에서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웠는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사후 합리화하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이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 여부다. 검찰과 삼성 양측은 3년 5개월을 다퉈왔다.
"승계작업, 삼성물산 주주 손해 전제 아냐"
법원은 이 회장의 승계작업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손해를 전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 기회 상실 등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본 반면, 법원은 미래전략실이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했고 그 중 하나를 추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최소 비용 승계는 검사의 주장과 달리 이 사건 합병은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예상하고 전망했다"며 "미래전략실도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다른 여러 방향들과 아울러 모집 검토한 사실이 있고 그 중 실행되지 않은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이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허위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약탈적 불법 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에 대해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업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삼바 분식회계 고의성 단정 어려워"
법원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도 고의성을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업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에게 분식회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합병 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것이 에피스 지분 가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인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는 선고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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