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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노하우를 갈비탕, 설렁탕으로 바꿀 수 있나" 보신탕집 주인의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14 15:32:36
조회 7772 추천 34 댓글 162
'개 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에 육견업계 '울상'
3년 유예기간 뒀지만 "업종 변경 쉽지 않아"
"그냥 둬도 사라질 문화"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오는 2027년에는 보신탕집 영업이 금지된다. 14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보신탕집 골목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십년 장사했는데, 갑자기 막으면 어떡하나요."
서울 종로구 종로신진시장에서 보신탕 장사를 이어온 가게 주인 전모씨(69)는 개 식용 금지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씨는 "개고기 먹는 노인들이 줄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일인데 아예 법으로 장사를 막다니 너무한다"고 말했다. 14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여러 보신탕 손님들은 대다수가 60~70대로 보이는 장년층이었다. 전씨에 따르면 복날처럼 특별한 날이 아니면 보신탕집을 찾는 사람이 없어 테이블이 많이 빈다고 전했다.

"3년 안에 문 닫으라니"
지난 9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일명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신탕 등을 매게로 하는 육견업 시장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에 따르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면 시행되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친다. 2027년 여름 복날부터는 보신탕집을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육견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새다. 현실적으로 유예기간 3년 안에 새로운 직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개고기 유통업자 장모씨(68)는 "늙은이가 생계를 위해서 30년 넘게 개고기를 팔아왔는데 이제 하지 말라고 하면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까지 합법으로 해왔던 장사가 앞으로는 불법이 된다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청량리역 일대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최모씨(68)는 "평생 보신탕을 끓여오면서 생계를 이어왔는데 이 나이에 3년 준다고 갑자기 장사를 바꿀 수 있겠냐"면서 "메뉴마다 수십년간 쌓은 비법과 비결이 녹아 있는건데, 갑자기 갈비탕, 설렁탕집 하면 사람이 오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요식업계에서는 업종을 변경하면 2~3년 적자를 예상한다"며 "정부가 업종 변경에 따른 집기류, 인테리어 변경 비용은 지원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업종 변경 후 2~3년 동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어떻게 보상하겠냐"고 덧붙였다.

청량리역 일대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장사를 접으려고 한다. 개고기를 판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받는 것도 지겨운데 법까지 바뀐 마당에 뭘 더 할 수 있겠냐"면서 "예전부터 먹던 것을 팔아왔을 뿐인데 그렇게 잘못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개 식용 더는 안맞아"
육견업계 종사자들은 특별법 통과로 생계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미 개고기 소비 문화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수명이 더 짧아 졌다는 얘기다.

유통업자 장씨는 "요즘은 단골들만 찾지 새로운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어르신들이 몸보신하려고 먹는 음식을 법까지 만들어가며 막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32)는 "1년에 1~2회 정도 보신탕을 먹는데 이마저도 집안 어르신들이 즐기시니까 먹는 것이지 내가 찾아 먹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미 없어지기 시작한 풍습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29)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가는 추세인데 개 식용 문화는 정서적으로 맞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보신탕 수요가 줄어든다 해도 법이 아니면 개 식용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식용 개 사육·유통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기준 국내 개 농장은 1156개소이며 개고기 판매 음식점은 1666개소다. 또 사육 중인 육견은 52만여마리 수준이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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