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황혼의 도시"**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열정과 절망이 한 도시 안에서 얽혀 있었다. 사람들이 도로 위를 걷는 모습은 마치 저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처럼 보였다. 얼굴에는 모두 예쁜 화장과 치명적인 표정이 번갈아 떠오르지만, 그들의 눈빛은 점차 공허해져 갔다. 거리는 여전히 번화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지며 아무리 달려도 끝이 없는 길처럼 느껴졌다.

2024년,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로 자리잡았다.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졌고, 고령화는 이미 한 세대 이상의 문제였다. 사회는 지친 노인들과, 미래를 꿈꾸지 않는 젊은이들이 얽혀있는 구조였다. 부모들은 자신이 떠날 세상에 대한 걱정보다 자식이 언제 취업할 수 있을지, 언제 집을 살 수 있을지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은 결국 ‘누구보다 빨리 늙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저출산이 문제라니, 얼마나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냐. 현실은 그거보다 더 끔찍하다."**

시민들은 말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좋은 삶’을 보여주기 위해 눈물로 채운 사진들, 그들을 외모로 평가하며 성형외과를 찾는 무리들. 모두가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해 싸우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더 많은 돈을 썼고, 더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서울의 젊은이들은 점점 외모에 집착했다. ‘이왕이면 예쁜 얼굴에 탄탄한 몸’이 어느 새 성공의 지표가 되었다. 수술을 받지 않은 얼굴을 가진 여자는 거의 없었다. 광고판을 뒤덮은 화려한 미소와 주름 없는 피부는 마치 현실과 다른 차원의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광고들은 또다시 사람들에게 "너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여성들의 남자 혐오는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것은 차가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 기제로, 어느새 그들의 생각의 일부가 되었다. 남성들은 그들의 모든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여성들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싸움을 이어갔다. **"남자들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이 인터넷 곳곳에 퍼져나갔다. 성형수술을 통해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면’을 꾸미는 여자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혹은 차가운 사회에 맞서기 위해 외모를 다듬었다. 그리고 남자들은 그들에게 한없이 얽혀 있는 욕망을 감추기 위해 점점 더 차가워졌다.

부동산값은 날마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집을 갖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무주택자들은 그저 그 꿈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돈이 모든 것"이라는 사실은 더 확고히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일하며 “내일을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내일’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젊은이들은 결혼은커녕 아이를 낳는 것조차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심지어 결혼을 하더라도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의 문제나 가정의 형태로서의 의미를 갖지 않았다. 그저 자원을 나누는 계약처럼 여겨졌다.

**“무엇이 문제냐고? 바로 여기가 문제다. 이곳은 한없이 외롭고, 한없이 피곤하다.”**

거리에서 마주친 남녀는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세상은 점점 더 연결되어 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갔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를 비교하고 경쟁하며, 그 사이에서 밀려날 것을 두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길 끝은 언제나 멀기만 하고,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공허한 무대와 피로한 사람들뿐이었다. 서울의 하늘은 매일 더 회색으로 물들어갔고, 그 아래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점점 더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서로를 분열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무의미한 확신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의 미래는 아무리 애써도 밝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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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깔린 서울의 거리는, 언제나처럼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며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